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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고 그런 우리 이야기~

1987-그 시대를 산 우리들의 이야기

babforme 2018. 1. 6. 22:06

 

 

지난 목요일 '1987'을 보았다.

개봉하고 1주일이 지난 시점,

'마음이 아파 볼 수 있을까' 혼자 생각하다 후다닥 집을 나섰다.

 6관 I열 5번 자리에 앉아

나는 30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영화는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로 시작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은폐조작된 고문치사 사건을 폭로하고

이한열열사가 공권력의 체루탄 발사로 쓰러지며

6월 항쟁으로 비화하는

우리 현대사의 아픈 지점을 너무도 뚜렷하게 그리고 있었다.

6월 항쟁의 귀퉁이 자리 한자락,

한 점으로 참여했던 그날들이 아프게 가슴을 후볐다.

그 혹한의 시기에 맨몸으로,

온정신으로 뜨거웠던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따갑고 매워 눈물 콧물로 얼룩진 체루의 기억,

종로 뒷골목으로 숨어들고 숨겨주던 아줌마,

애쓴다고 건네주던 시원한 물 한잔,

얼굴 씻으라고 내 주던 물,

경적으로 함께 하던 버스와 택시 기사님들, 

빌딩 창밖으로 지지를 표하던 숱한 손길들......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아니 영화를 본 대다수의 장삼이사들이 자리를 떨고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역사는 '이긴자의 것'일까?

그렇다면 그때의 '우리'는 이긴자인가?

 

그런다고 뭐 달라질 거 있냐던 연희의 질문은 우리 모두의 질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끝끝내 우리가 그 자리에 있던 것은 

분명히 '이것 때문이야' 라고 말은 못해도

 '이건 아니잖아'와 '그래야 할 것 같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 큰 물결을 이룰 수 있었다.

그렇게 연희(우리)도 그 물결 속에 흐르며 역사가 되었다.

연희의 말대로 뭐 크게 달라진 건 없는 현실이다.

여전히 먹고 살기 어려운 장삼이사들이 고통받고,

몇 몇이 권력과 명예와 부를 걸머쥐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더 공고한 울타리를 쳐온 시간들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달라졌다.

지난해 광화문에 모였던 촛불과

지지부진하기는 하나 조금씩 정리돼 나아가는 적폐의 현상들...... 

오래 오래 쌓인 세월이 하루아침에 변하지는 않을 터,

다만 역사의 진보(사람의 진정성)를 믿으며

뚜벅뚜벅 걸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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