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요양원 면회 (16)
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에게 가는 길, 봄을 타는지 천근만근인 몸, 망설이다 안되지 싶어 출발준비를 했으나 늦어진 시간~ 운전하는 내내 흐릿한 머릿 속과 무거운 눈꺼풀, 오늘 참 이상하다. 왤케 힘이 들지? 전재, 엄마에게 가는 길에 가장 높은 산마루턱을 뚫어만든 터널을 지나 매화분교가 있던 곳, 암생각없이 운전을 한다. 온몸이 땅으로 꺼지는 느낌으로 기계적으로 잡고 가는 운전대, 뒤에서 경찰차가 앵앵 난리다. 힘들어죽겠는데 저 경찰차는 왜 또 난리야. 안흥 터널을 지나서야 문득 내게 멈추라는 신혼가 하는 생각! 뭐지? 왜 그러는 거지? 갓길에 차를 세우고, 경찰이 달라는 면허증을 꺼낸다. '좌회전인데 왜 신호무시하고 달렸어요? 경찰차가 뒤에서 달리는데도 그냥 신호를 무시해요? 거기 사고 많이 나는 곳이예요. 사고나면 어떻..

어제 작은오빠네에 이어 큰오빠네가 설명절을 하루 앞두고 한 엄마면회~ 잘키워 건강한 일가를 이룬 두 아들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엄마를 찾았으니 울엄마 디따 좋아 컨디션 굿이란다. 참 다행이다~!

오늘은 옆지기랑 엄마에게 간다. 한가위에 엄마를 보러갔던 옆지기가 한달이 좀 넘은 오늘 엄마에게 간다고 연차를 냈다. 열심히 달려달려 요양원에 도착, 오잉~ 엄마랑 순덕언니?가 면회실에 나와계신다. 반가운 신부님도 계시고 안흥성당 교우님들도 몇 분이 함께 오셨네. 아~ 엄마랑 순덕언니 봉성체가 막 끝난 상황~ 정말 다행이다. 엄마가 봉성체를 하실수 있었구나. 치매를 앓고 계신 엄마의 인지능력 때문에 고민만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상황에 놀라워 신부님과 안흥성당 교우분께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하고 허둥대기만 했네. 오랜만에 성체도 모시고 신부님과 교우들도 만났으니 이미 기분이 하늘을 나르고 있는데 딸과 사위 더하여 커피도 왔으니 엄마가 얼마나 좋았겠어~ ㅎㅎ 옆지기가 믿는 그분과 엄마가 믿는 그분이..

오늘 후다닥 엄만테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에 옆지기와 두 아들 모두 출근을 한 뒤 엄만테 갈 준비를 한다. 지난주엔 싼~? 깜장포도만 가져갔으니 이번엔 비싼 파란포도와 깜장포도 두가지를 가져가볼까? ㅎㅎ 면회실로 나오는 엄마는 벌써부터 한껏 들뜬 모양새다. 'ㅇㅎㅎ~ 누가 왔데요? 글쎄 누가 왔을까요? 알아맞춰보세요.' 휠체어를 미는 요양사선생님도 엄마 기분에 따라 목소리를 높이고...... '엄마~ 잘지냈어요? 누가 왔게요? 누가왔을까? 딸이 왔나? 딸 누구? ㅁ수니가 왔겠지. 어떻게 알았어? 목소릴 들으면 알 수 있지. 오~ 목소릴 들으면 알 수있어요? 울엄마 집중력 으뜸인데~! ㅎㅎ 내가 목소릴 가만 들으니 너잖아~' 엄마는 ㅎㅎㅎ 웃으며 재밌는 표정도 짓고 참으로 신이 나셨다. '엄마~ 오늘은 비싼?..

엄마는 마스크를 하고 두 눈을 감은채 면회실로 나오셨다. 어느 요양사분이 면회준비를 해주시는가에 따라 면회실 엄마 차림새는 다르다. 유춘자씨~? 누가 왔게요? 어~ 언니? 유춘자씨 언니가 있었어요? 청량리 언니? 유춘자씨 장녀 아닌가? 오빠가 한분 계셨고 그 다음이 바로 유춘자씨잖아요? 그런가? 내가 장녀구나. 누구야? 누구긴~ ㅁ수니지. 아~ ㅁ수니가 왔구나~ 엄마~ 커피갖구 왔는데 커피드릴까? 모? 커피드린다구~ 커피? 아~ 좋아라~ 커피, 좋아~ 빨리 줘! 엄마, 커피 말고 작은 카스테라도 가져왔는데 드실려? 아니~ 싫어~ 커피만 먹을거야. 커피가 젤 좋아. 딴 건 암 것도 안먹어. 엄마는 나날이 어린애가 되어가고 딸은 나날이 늙어가고...... 인생살이 참 씁쓸하다~! 엄마~ 아까 나에게 언니냐고..

출근하는 아들과 점심을 먹고 다시 엄마에게 나선길, 반가운 봄비님이 오락가락 갈길을 더디게 하나 어쨌든 요양원에 제대로 도착했네. 직원분이 나를 먼저 봤는지 면회 준비를 하러 엄마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면회신청을 한다.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사뭇 기분이 좋다. 늘 눈을 감았었는데 오늘은 아예 눈을 번쩍 뜬채 휠체어에서 웃는다. 유춘자씨? 아니 유옥순씨? 잘계셨어? 누가 왔게~? 누구긴 누구여~ ㅁ수니가 왔겠지. 목소리가 ㅁ수니구만~ 오~ 대단한데, 엄마, 이제 목소리만 들어도 딸인지 알아? ㅎㅎ 그럼~ 알지. 유춘자씨~! 네? ㅎㅎ 딸이 부르는데 몰 글케 정색하고 대답을 해? 엄마가 유춘자씨가 맞아? 유옥순씨가 아니고 유춘자씨야? 춘자가 좋아? 옥순이가 좋아? 춘자가 좋지~ 왜? 옥순이가 더 좋지 않아? ..

엄마 생신에 다녀오고 계속 일상이 애매하게 꼬이면서 엄마에게 두 주 넘게 가지 못했다. 논네 많이 기다릴텐데 싶어 편치 않은 마음, 지난주 가려던 엄마면회도 생각지도 못한 배터리 방전에 갑작스레 꽝이 되고 오늘에서야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달달구리 커피랑 간식 쬐끔, 그리고 뜨거운 물을 담은 텀블러를 챙긴다. 차가 별로 없는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 엄마에게 가는 길, 오늘 컨디션은 어떨는지...... 이쁜 비니를 쓰고 나오신 엄마는 나올 때부터 평소같지 않게 몬가 들떠? 계셨다. 휠체어를 미는 요양사님의 딸이 왔다는 말에 딸이 누군지 모른다며 해맑게 웃으며 대꾸하던 엄마는 늘 감고 계시던 안보이는 눈도 번쩍 뜬채 위쪽을 향해 고개를 들고 계셨다. '엄마~ 오늘은 눈을 크게 뜨고 ..

엄마 생신 다음 날 작은오빠네가 엄마 면회, 세상에나~ 두유 두병과 약식을 맛나게 드셨다네. 지난해 1월 4일 요양원 오시기전에도 이렇게 드셨으면 요양원에 안오시고 아버지가 지은 우리집에서 계속 지낼 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음식을 거부해 자식들 맘을 졸이시더니 요양원의 강제급식?에 엄마의 위장들이 완전히 그 기능을 회복한듯~ 기억은 나날이 저편으로 사라지고 어느날 문득 자식들도 못알아보며 요양원 침대에 누워 24시간 365일 속절없이 흘러보내는 삶의 긴 시간이 축복일까? 참 슬프다.

오늘, 엄마 95번째 생신, 요양원에서 두번째 맞는 생신이다. 방배동 큰딸과 수원 작은딸, 산청 막내딸이 엄마생신 면회를 가는 길~ 큰언니와 동생이 아침부터 서둘러 서둘러 우리집으로 모이고, 간단하게 준비한 생신음식 챙겨 길을 나선다. 지난해, 큰언니랑 함께 했던 (요양원모시고) 첫 생신엔 외부음식 안된다고 난리였는데 올핸 또 얼마나 눈치를 보며 미역국에 밥 한술 드시게 할까? 열심히 달려 12시 25분쯤 요양원 도착! 면회를 신청하자 이제 막 점심드시기 시작했다고 기다리란다. 오늘은 점심이 좀 늦은듯~ 에공, 일찍들 점심드시기에 지금쯤은 점심시간이 끝났으려니했는데 이제 시작했다니 기다려야지. '지금 막 점심드시기 시작했는데, 쬐금만 드시게 하고 여기서 드시게 해야되나?' 면회실?에서 기다리는 사이 사무..

이번 월요일이 내 생일이라 편하게 식구들과 하루 먼저 저녁을 먹기로 했다. 내 생일이 엄마랑 같은 날이라 엄마가 요양원 가시기 전엔 엄마랑 같이 생일 밥을 먹었는데 지난해 갑작스레 엄마를 요양원으로 모신 뒤 두번째 따로 먹는 생일 밥이다. 앞으론 쭈욱 그렇게 되겠지~ 생일인 내일은 큰언니와 막내랑 같이 엄마생신 챙기러 요양원으로 면회를 갈 예정! 큰아들이 대게와 랍스터 중 무엇을 드시고 싶냐 묻는다. 글쎄, 무엇을 먹을까? 월욜 회사 회식에서 대게로 메뉴가 정해졌다는 큰아들 얘기에 그럼 랍스터를 먹자고~ 모 다들 힘들다 하는 이때 예약까지 할 필요있을까 싶어 걍 바로 가는 것으로 결정. 2년만에 찾은 캐나디안 랍스타는 예상외로 사람들로 가득가득~ ㅎㅎ 랍스터로 차 있어야 할 수조는 텅텅비고, 물가는 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