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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어제 눈 비내리고 기온 뚝 떨어져 살얼음 조심하라는 뉴스에 조심조심 엄만테로 나선 길!고속도로는 아무 문제가 없네, 새말톨 나가서 구불구불 전재를 넘는 길이 좀 얼었으려나?근데 그 전재길도 괜찮다. ㅎㅎ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몇 달만에 아주 흥분한 모습이다.눈을 번쩍 뜨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려 살피며 엄마만 보이는 동네 아줌마들과 시장엘 오신듯하다.뻘개벗고 있어서 옷을 사야 원주를 가신다는데 돈이 없다시네.저 아줌마들 모두 지구리까지 태워다 달라시더니 낮은 목소리로 차비는 대신 내달라고~ ㅎㅎ상안리에 엄마랑 동생이 산다는데 그 동생이름이 ㅁ수기라던가?ㅁ수긴 엄마 막내딸이라니 자신이 막내라 벅벅 우기기도 하고,자신이 ㅁ수니고 딸 더러는 유춘자씨라는데...... ㅎㅎ 엄마의 넘나드는 시간과 기억에 따라 ㅇㅎㅎ..

오전에 처리 병원 결과 보러갔다가 점심먹고 엄만테로 출발,저녁에 환경집행위도 있어 일정을 세개나 소화해야 하는 오늘은 나름 강행군의 날? ㅎㅎ드문드문 공사중인 고속도로의 찾들은 가다서다 반복하며 느리게 달리고~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두눈을 꽉감은 채 무념무상이다.그래~ 보이지도,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엄마의 세계에 무슨 생각과 무슨 즐거움이 있겠어~얼굴을 만지며 누가 왔냐 묻는 딸에게 며느리라네.ㅎㅎ 일전에 다녀간 며느리가 갑자기 떠오른 걸까?아무말 대잔치를 하며 엄마의 기억회로를 작동시키려 애쓰는 딸에게ㅁ수니가 왔다고 대답하시더니 ㅁ수니가 누군줄은 모른다는~ ㅎㅎ 심드렁하니 '네~네~, 응~응~'만 하는 엄마에게오늘부터 엄마이름은 응자씨, 네자씨야. 유춘자씨가 아니라 응자씨, 네자씨라고~ 알써요? ..

이런~, 이번주는 4, 5, 7, 8, 9일이 다 일정이 잡혀있다.하는 일 없이 몬 스케줄이 빼곡한지, 백수?가 과로사할 판~ ㅎㅎ오늘을 놓치면 이번주 엄마면회를 건너뛰어야 할 것 같아 부지런히 준비! 오늘은 이미 면회실에 손님이 있어 식당에서 엄마 면회,엄마는 누가 왔을까 묻는 딸 말에 '얼굴을 맨질맨질 만지는거 보니 ㅁ수니가 왔네.'시작이 괜찮다. 근데 ㅁ수니가 누군데? 다시 물으니 모른다는~ ㅠㅠ옆집 아줌만가 딸인가 던진 선택지에 옆집 아줌마라네. ㅍㅎㅎ두겹으로 모자를 쓰고 마스크까지 하고 나오신 엄마를 보며 나누는? 계절얘기~엄마의 남은 날들도 아주 늦은 가을이거나 추운 겨울일터~안보여 깜깜하고 안들려 고요한 엄마 귀에 대고 들리던 안들리던 계절얘기를 한다.'엄마~ 지금 밖이 추워~ 그래서 엄마도..

오늘은 큰오빠네가 엄만테 간날,성당에서 봉성체를 오셨었다네.전에 우연하게도 목요일에 두번인가 봉성체 때 만나 목욜인줄 알고 나름날짜 맞춰 갔었는데 안오셔서 허탈했던 기억~ ㅎㅎ금요일로 바뀌었나 했더니 성당 상황에 따라 날짜가 오간다고~성당에서 다녀가신 뒤 힘들어 두유커피 좀 드시고 바로 들어가셨다는!엄마의 남아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지는 날들,늦가을이다.

날씨가 갑자기 선선해진 날,따끈하게 데운 두유를 싸들고 엄만테 간다.조금씩 사위어가는 엄마의 시간을 지켜보는 일은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일이다.그래도 쓸쓸할 엄마의 남은 시간이 외롭지 않게 그 바람 속으로 용감하게 들어가야지~ 면회실로나온 엄마는 벌써 한겨울이다.두툼한 패딩에 모자를 눌러쓰고 꽉 감은 보이지 않는 두 눈, 눈두덩이에 선명한 멍자욱, 보이지 않는 눈으로 또 무얼하다 어디에 부딪쳤을까?딸이 왔다면서도 그 딸이 누군지 엄마의 기억 속에는 없는데, 문득 떠오른 걸까? 그 딸이 가져왔을 커피~'그거, 그거 갖고 온 그거 빨리 줘.엄마 커피마시고 싶구나~ 조금 기다리셔, 뜨거우니 조심해야 돼요.날씨가 선선해서 내가 팔팔끓여왔거든~' 커피가 생각이 안나 '그거' 달라 하시는 엄마에게 따뜻한 두유 ..

점심먹고 엄만테 후딱 다녀오렸더니 '까똑' 휴대폰 소리~오잉~ 이 이른 시간에 큰오빠네가 엄마 면회~ㅎㅎ 글믄 나는 내일 가야겠네.30여분 앉아계셨고 좋아하시는 두유커피도 드셨다니 참 다행이네.

엄마에게 가는 길,오늘은 달달구리 따뜻한 두유(엄마가 커피로 알고 계신)와 말랑복숭아를 간식으로 준비했다.지난주엔 아주 많이 많이 쾌청이셨는데 오늘은 어떠실지...... 지난주 큰언니랑 막내랑 엄마보러 왔을 때처럼 엄마는 오늘도 아주 쾌청이다.방에서 나오면서부터 번쩍 뜬 눈으로 여기저기 살피시며휠체어를 미는 요양사선생님과 즐거운 담소? 중인 울엄마 오늘도 바쁘시겠네.누가 왔을까 묻는 말에 딸이 왔다고 기분좋은 대답도 하시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엄마의 기억력 시동을 거는중인데 엄마가 옆구릴 툭툭치신다.'근데 언니~ 언니가 갖고 오는거 그거 모드라~ 떠들지 말고 그거 좀 줘~!오잉~ 엄마, 금방 딸이 와서 좋다더니 갑자기 딸이 언니가 됐어?ㅎㅎ 언니가 몰갖고 왔을까? 언니가 갖고 온 그걸 달라고?응~ 그..

오늘 큰오빠네 면회, 엄마 컨디션은 좋은 상황!오늘은 큰아들내외와 함께 엄마가 살던 집 바로 위에 사시는 이웃사촌 아우님이면회를 왔으니 엄마가 더 좋았겠지.큰딸 정자, 작은딸 미자, 셋째딸 ㅁ수니, 막네 ㅁ수기를 또렷하게 기억하셨다니 고마운 일.동백아가씨를 따라부르고,저녁드셔야 한다고 두유커피는 한번만 드시는 체면치례도 하셨다니오늘 엄마 상태는 근래들어 젤로 좋은 날인듯~

이러저러 일들이 겹치며 열흘만에 엄마에게 가는 길,몬일이래? 가다서다 반복하며 도로를 가득 메운 차들이 거북이가 되고...... 오늘, 면회 쉽지 않겠는걸~ ㅎㅎ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여느 때와 다르게 번쩍 뜬 눈으로이미 엄마만의 세계에서 여행중이셨다.딸의 인사에 대꾸도 없이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엄마의 얘기,오늘 엄마랑 그 여행을 무사히 끝내실 수 있을까? 장 다봤다고 집에 급히 가자거나, 진숙이네 가 있으라거나, 장보러온거 어떻게 알고 데릴러 왔냐거나,말무덤쪽으로 해서 가야 물에 안빠진다거나, 운전해서 왔으면 짐 싣고 손님들 기다리니 집에 빨리 가자거나......맥락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엄마에게 잠깐 쉬게 하려 커피를 드린다.커피를 한 모금 드신 엄마는 집에 손님이 많이 오셨다고 커피대접을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