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2월 13일 본문
어제 눈 비내리고 기온 뚝 떨어져 살얼음 조심하라는 뉴스에 조심조심 엄만테로 나선 길!
고속도로는 아무 문제가 없네, 새말톨 나가서 구불구불 전재를 넘는 길이 좀 얼었으려나?
근데 그 전재길도 괜찮다. ㅎㅎ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몇 달만에 아주 흥분한 모습이다.
눈을 번쩍 뜨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려 살피며 엄마만 보이는 동네 아줌마들과 시장엘 오신듯하다.
뻘개벗고 있어서 옷을 사야 원주를 가신다는데 돈이 없다시네.
저 아줌마들 모두 지구리까지 태워다 달라시더니 낮은 목소리로 차비는 대신 내달라고~ ㅎㅎ
상안리에 엄마랑 동생이 산다는데 그 동생이름이 ㅁ수기라던가?
ㅁ수긴 엄마 막내딸이라니 자신이 막내라 벅벅 우기기도 하고,
자신이 ㅁ수니고 딸 더러는 유춘자씨라는데...... ㅎㅎ
엄마의 넘나드는 시간과 기억에 따라 ㅇㅎㅎ 웃으며 떠들썩한 아무말대잔치를 벌린다.
갑자기 장녀여서 동생들이 여럿 있다더니 횡성으로 옷을 사러가야 한다네.
옷을 제대로 입어야 어딜 가신다고 좋은 곳 가고 싶은 곳 가시게 이쁜 옷 100벌쯤 사라니
입을 날도 없어 2벌만 사면 된다나~
지구리 집에 커피가 있으면 아줌마들 커피대접도 해야하고,
엄마랑 허허실실 아무말대잔치 벌리며 웃는 딸에게 조용히 하라고 남들이 숭본다고~
무슨 커피가 일케 맛있냐며 새삼스레 입맛을 다시는 엄마에게 나는 새로 나온 두유커피라고 능청을 떤다.
오늘은 카스테라 한 조각에 두유도 한 번만~
알 수 없는 엄마의 세상을 유영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
큰딸 ㅈ자는 서울 살고 큰아들 ㅎ진인 원주 살고 작은아들 ㅇ지닌 횡성에 살고......
엄마 큰아들과 작은아들 이름이 바뀌었어. 그리고 큰아들은 횡성이 아니라 안양에 사는 걸~
'아참~ 그래, ㅁ수긴 수원에 살지? 아니, ㅁ수긴 산청에 살고 수원엔 ㅁ수니가 살아~
오티를 사야돼. 이렇게 입고 어딜 갈 수가 없어. 지구리에 가야지. 니가 태워다 줄거야?
집이가 유춘자잖아~ 나는 유춘자가 아니고 유춘자씨 딸이여~
아줌마들 다 태워준다고? 그냥 차비나 주고 보내. 뭘 다 태워다준다고 그래~'
담주 엄마 생신여서 미역국 끓여갖고 온다니 정월 스무사흗날을 기억해 내시네.
허리가 아파도 참을 수 있다는 엄마를 반강제로 방에 모시고 가는 동안에도
엄마는 여전히 엄마가 머물고 있는 어느 한 순간에서 혼자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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