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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오늘은 큰오빠네가 면회를 갔다네. 어제보다 오늘은 엄마 컨디션이 좋은 상태, 한시간이나 면회실에 머물렀다는 전언~ 두유커피도 한병 순삭하시고 숫자놀이도 50까지 잘세셨다는~ 다행이다. 큰아들네가 가서 기분이 좋으셨나보다. ㅎㅎ

큰오빠네 엄마 면회, 오늘도 엄마는 쾌청하셨댄다. 커피로 알고 드시는 두유와 피로회복제인가? 오늘은 두 가지 음료를 즐기셨네. 큰오빠, 큰언니~ 두분 애쓰셨어요.

큰오빠네가 엄마 면회를 간 날, 엄마는 오늘도 쾌청했단다. 젊은날 좋아하던 가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도 부르시고.....

설명절을 앞두고 작은오빠네가 엄마면회를 갔다네. 두어달 이상을 거짓말처럼 커피를 잊고 계시던 엄마가 갑자기 커피를 드시겠다하셨다지.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커피가 문득 생각나셨던게야. 안줘서 못드셨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커피 안드리면 옆구리찔러가며 달라시더니~ ㅎㅎ 형제들 단톡에 올라온 글에 큰올케 언니 한말씀, 요양원 옆 편의점에서 따뜻한 두유 하나 사서 드리면 두유를 커피로 알고 맛있다며 잘드신다고~ 이제 두유와 커피맛도 헷갈릴만큼 미각도 잃으신건가~?

옆지기랑 엄마에게 가는 길, 먼산 위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비안개는 회색 구름을 하늘 가득 깔아놓고 길은 시원하게 뚫려있다. 면회신청하고 한참만에 나오신 엄마는 비몽사몽 정신을 못차리고 딸과 사위가 묻는 말에 잠에 취한 엄마는 '응~ 으응'으로 모든 대답을 대신하셨다. 음악을 들려드리고 어떤 얘기를 해도 순간순간 잠속에 빠져드는 엄마를 바라보다 면회 30여분만에 방으로 모셔드렸다. 걍 편히 주무시라고..... 오늘 엄마는 자식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이불삼아 면회시간 내내 주무셨다.

작은오빠네의 짧은 면회(26일) 사진을 제주에서 보고, 수욜 부지런히 엄마에게 달려간다. 요양사선생님이 아닌 부원장?이 엄마를 모시고 나왔다. '엄마 커피주지 말아요. 몬소리를 하는지 모르지만 딸만 왔다가면 엄마 섬망증세가 심해져요.' 갑자기 짜증을 내며 윽박지르는 소리에 기가 막히다. 대체 이양반은 요양원을 왜 하는 걸까?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치매걸린 엄마랑 딸이 무슨 얘길할까요? 엄마 기억에 따라 맞장구도 치고, 옛날 얘기도 하고 비가 오면 비 얘기, 추우면 군불 뜨시게 때주던 아버지 얘기, 엄마 컨디션에 따라 주제를 바꿔가며 얘기나누는게 뭐가 문젠데요? 다른 형제들이 엄마면회 온 날은 괜찮고 제가 오면 문제라는 거예요?' 단전 저 아래에서 깊이 치밀어오르는 화, 지긋이 누르는 내 말톤에도 각이..

지난주엔 엄마 컨디션이 그닥이었지. 오늘은 어떠실까? 요양원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는 또다시 공사중이다. 오늘 엄마는 이상하다. 면회실로 나오실 때부터 기운이 하나도 없는~ 딸이 왔구나 하다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잠이 드는 엄마, 마치 기면증환자같다. 지난 목요일 면회 때는 깨끗한 화장실을 찾느라 마음이 바쁘시더니 금요일 코로나와 독감예방접종 계획이라던 요양원측의 설명대로 예방접종을 하신 엄마는 병든 병아리처럼 맥을 못춘다. 좋아하는 커피를 가져왔다는 딸말에 '커피줘~' 하다가 잠속으로 빠져드는 엄마다. 결국 그 좋아하는 커피도 한잔 못드시고 엄마는 잠에 빠져 방으로 들어가셨다. 어르신들 예방접종하면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요양원 설명을 들으며 끝내는 짧은 면회~

큰오빠네 면회에도 엄마는 아주 쾌청하셨댄다. 오늘은 어쩐일로 나만 처음에 생각해내셨다네. 정작 내가 가면 나는 잘몰라보면서..... ㅎㅎ 그러다 조금씩 생각이 돌면서 천천히 ㅈ자, ㅇ지니, ㅎ지니, ㅁ수기를 기억해내시고, ㅈ노, ㅁ노, ㅇ경이, ㅁ이, ㅎ벼리, ㅎ늬, ㅎ리, ㅈ하니, ㅎ하니, ㅁ처리, ㅁ누기..... 손주들 이름까지 술술술 알아내셨다네. 벼리를 말할땐 ☆이 하나여서 ㅎ벼리라고 농도 던지시고 숫자놀이도 1백까지 신나게~ 한가위 이틀전부터 한가위까지 날마다 자식들을 만나서일까? 쾌청한 엄마가 그렇게 좋은 컨디션으로 잘지내시다 그분 품에서 편히 쉬셨음 참 좋겠다.

토욜인 오늘은 큰오빠네가 엄마를 면회를 했네. 늘 그리운? 큰아들과 며늘아기와 함께 하는 시간~ 거기에 좋아하는 커피까지 있으니 오늘 울엄마 기분이 한층 올라갔겠는 걸~ ㅎㅎ 얘기 중 갑자기 오늘이 아들 생일인가 묻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며 커피가 제일 좋다셨다네. 어제 황도 한조각에 시다고 몸서리셔서 포도는 괜찮겠냐 말했었지. 너 돈 많이 쓰면 안되니 비싼 파란포도 말고 걍 깜장포도를 갖고 오라시네. 담주에 포도랑 커피랑 가져 오겠다했더니 그건 안잊으셨나봐. 큰오빠네랑 얘기 중 내가 엄마 포도 사다드린다 했다고 니들(오빠네)은 사오지 말랬다더라는~ ㅍㅎㅎ~ 알써요, 엄마~ 포도 사갈테니 작은딸 막내딸 헷갈리지나 마슈~!

지난주 엄마 면회 때 영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엄마를 생각하며 차를 달린다. 오늘은 또 어떤 모습으로 딸을 맞이하실까?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걱정과는 다르게 멀쩡하시다. 지난주엔 구름 잔뜩 낀 어둔 하늘이더니 오늘 엄마는 나름 쾌청한 하늘이다. 논네 늙은 딸 놀래키는 재미로 사시는 겐지, 원...... ㅎㅎ 어쨌든 지난주보단 정신도 훨씬 말짱해 평소같은 동문서답 대화도 할 수 있고, '커피좋아~ 커피 맛있어~ 네가 커피갖고 와서 주니 좀 좋아~?' 커피타령도 들을 수 있었지. 달고 말랑한 황도 드시기 좋을듯 해 한조각 입에 넣어드렸더니 '아유~ 시거워!' 시겁다고 오만상이다. 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강원도 사투리 '시겁다(시다)'가 정겹네. '엄마, 복숭아가 셔서 못드시겠어? 글믄 포도는 안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