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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만테 가는 길,오늘은 안나형님이 엄마 드리라 사랑담아 주신 빠바의 카스텔라 한 조각을 챙겨간다.싫다고 잘 안드시던 간식들을 요즘 들어 잘 드시니 안나형님의 카스텔라도 잘 드실 것 같다.요양원에 가시기 전 집에서 엄마는 카스텔라를 반찬처럼 드셨었다.밥 한숟갈에 카스텔라 한 조각을 떼어 함께 드시며 목넘김이 좋다시던~ ㅎㅎ그 카스텔라를 요양원에 가신 뒤엔 싫다고 안드셨었지. 면회실로 나오신 엄마는 지난 주에 견줘 컨디션이 좀 나아보인다.여전히 딸이 누군질 모르시는~누가 왔게요~ 누가 왔게요? 노래가락처럼 음을 넣어 물으면 엄마도 그 음을 받아 대답,모르겠네요, 모르겠네요~ 딸이 누군지 기억이 안나는 엄마와 그런 엄마가 짠한 딸이 되고말고 아무말대잔치로 수다를 떤다. 암 것도 안되던 지난주와 다르게 오늘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온몸 게으르게 시간을 보내다 갑자기 바빠진 마음!더 늦기 전에 오늘은 엄만테 갔다와야지,3일 내내 자식들의 설명절 면회가 엄마의 기억회로를 새롭게 돌려놨을지도 모르잖아~ 엄마 컨디션은 근래 들어 으뜸이다. 눈을 뜨고 나오신 표정이 밝다.'엄마, 오늘은 눈을 떴네. 눈 맨날 뜨고 있는데..... 엄마 누가 왔을까? 얼굴 요래요래 만지는거 보니 딸이 왔구만~ 맞아요, 딸이 왔지. 근데 어느 딸이 왔을까? ㅁ수니가 왔지.'세상에나~ 오늘 오길 잘했네. 내 게으름에 안왔음 엄마 혼자 많이 기다렸을지도 몰라~ 지난 설명절 3일 연속 자식들이 면회했던 게 엄마의 기억회로를 제대로 작동시켰나보다.엄마는 뜸도 들이지 않고 바로 바로 대답하고, 오늘은 대화가 좀 되겠다. 지난 해에 ㅎ별이랑, ㅎ한..

2025년 엄마 첫면회 길, 이래저래 답답하고 속상한 날들도 또 지나가긴 한다.진영논리에 빠져 수렁인줄도 모르고? 속으로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사람 안같은 사람들에 속터지고행복했던 여행길 끝자락에서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나누고 황망하게 하늘의 별이 된여객기사고 희생자에 가슴 시퍼렇게 멍이 든 날들, 그래도 또 살아내야 하는 일상~무거운 마음으로 엄만테 간다. 2025년 첫면회,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우울하고 씁쓸한 나와는 다르게 컨디션 으뜸이다.최근들어 가장 좋은 상태다.누가 왔을까 묻는 말에 처음엔 '유춘자가 왔어요' 하시더니 다시 동생이라네~ ㅎㅎ동생 '명자'와 '영자' 중에 누구냐니, 단연코 영자란다.생뚱맞게 막내동생 영자가 왔다니 딸은 오늘 엄마 막내동생이 돼야 할 듯~막내동생 영자 남편 조서방도 나이..

이런~, 이번주는 4, 5, 7, 8, 9일이 다 일정이 잡혀있다.하는 일 없이 몬 스케줄이 빼곡한지, 백수?가 과로사할 판~ ㅎㅎ오늘을 놓치면 이번주 엄마면회를 건너뛰어야 할 것 같아 부지런히 준비! 오늘은 이미 면회실에 손님이 있어 식당에서 엄마 면회,엄마는 누가 왔을까 묻는 딸 말에 '얼굴을 맨질맨질 만지는거 보니 ㅁ수니가 왔네.'시작이 괜찮다. 근데 ㅁ수니가 누군데? 다시 물으니 모른다는~ ㅠㅠ옆집 아줌만가 딸인가 던진 선택지에 옆집 아줌마라네. ㅍㅎㅎ두겹으로 모자를 쓰고 마스크까지 하고 나오신 엄마를 보며 나누는? 계절얘기~엄마의 남은 날들도 아주 늦은 가을이거나 추운 겨울일터~안보여 깜깜하고 안들려 고요한 엄마 귀에 대고 들리던 안들리던 계절얘기를 한다.'엄마~ 지금 밖이 추워~ 그래서 엄마도..

점심먹고 1시에 엄만테로 출발, 평소보다 10분 정도 늦었네.오늘은 엄마가 얼마나 엄마의 시간을 잊으셨을까~길가로 늘어진 나뭇가지들도 쳐내고 중앙 분리대와 소음방지벽도 교체하느라고속도로 여러 구간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엄만테 달려간다. 요양원에서 큰오빠, 큰올케 언니를 만나 엄마를 함께 본다.엄마는 누가 왔을까 묻는 딸에 모른다고만~ 더하여 네? 네~ 응, 응 만 반복하다 가져온 그거나 달라신다. 지속적으로 사라지는 엄마의 기억을 건져올리려 애쓰는 자식들에게 엄마는 힘들다고 하지 말자시고...... ㅠㅠ그래요~ 엄마, 많이 힘들고 속도 상하지?자식들이 하는 말에 적당한 대답도 생각나지 않고, 보이지도, 잘들리지도 않는 세상에서그래도 오가던 동문서답 엉뚱발랄한 이야기도 이제는 오가기 힘들어 웃을 일이 없..

선선한 아침 저녁, 가을이 성큼 온듯하다.엄마에게 가는 길, 찐방축제로 제법 사람과 차량이 많았던 안흥~ 면회실로 나온 엄마의 컨디션은 그럭저럭이다.엄마의 워밍업은 언제나 '네~? 네~' 시작되고, 이런저런 얘기 한참만에야딸이 왔구만~ 딸 누구? ㅁ수니~ 천천히 나오는 답~! 나름 컨디션이 좋아서인지 오늘은 두유커피를 두잔 드시고,자식들 이름 불러보기도 뭣도 심드렁한 상태~노래부르자니 그러라네.엄마가 좋아하던 섬마을 선생님을 두번,나비야나비야 동요를 두번 부르시고 허리가 아프다신다.정말 아픈건 지 알수 없는 배도 ~ ㅎㅎ '엄마~ 배가 많이 아파요? 응, 많이 아프지~ 약은 드셨어? 몰라~배가 어떻게 아파요? 몰라~ 아파~아~ 엄마 배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힘들구나. 그럼 방에 들어가 쉬실까? 응~마무..

한가위에 식구들과 함께 엄만테 다녀오고 일정상 한주를 건너뛰었네.큰언니네 5식구가 엄만테 다녀온 걸 위안삼아 건너 뛴 한주~ ㅎㅎ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무심하기만 하다.묻는 말에 '네~' 만 반복하는 엄마~누가 왔을까~? 얼굴을 쓰담으며 맨질맨질 문질러주는 사람이 누구더라~ 하고 물어대는 딸에게한참만에야 딸이 왔구만~ 딸 누구? ㅁ수니.....시큰둥하기만한 엄마다! 엄마~ 추석 지나고 나면 날씨가 어떻게 되지? 추워지지. 맞아, 추워지지~ 울엄마 아주 대단해요. 모르는게 없다니.....그래서 엄마~, 요며칠 많이 추워졌어~ 엄마도 춥지 말라고 후릭스 잠바입었네.이렇게 추워질 때 따듯하게 커피마시면 좋겠지? 엄마, 딸이 엄마 좋아하는 커피 가져왔는데 드실래?커피갖구왔어? 그럼 좀 줘~ 엄마는 딸이 커피드리..

일욜에 작은오빠네가, 화욜에 큰오빠네가 엄마보러 갔으니텀을 조절해 금욜, 엄마를 만나러 간다.금욜이라선지 평소보다 차가 많다.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아주 쾌청하다.근래들어 처음 보는 쾌청한 상태,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명료하다.누가 왔을까 묻는 말에, '우리 딸이 왔지. 딸 누구? ㅁ수니~세상에나~ 엄마 오늘 정말 짱인데~? 대체 몇 주만에 몬일이 일어난거야?너 커피갖고 왔잖아, 딴소리하지 말고 커피나 어여줘~ㅎㅎ 엄마 커피먹고 싶어서 커피갖고 오는 딸이 퍼뜩 생각난거?' '아~ 맛있어, 커피가 정말 맛있어'를 연발하며 엄마는 두유를 커피라고 맛있게 행복하게 드신다.세월의 무게탓일까? 커피잔을 받치고 있는 손은 말간 살가죽 아래로 터진 핏줄이 드러나있다. 커피를 마신 엄마는 기분이 너무 좋다.오랜만에..

막내가 엄만테 가자고 퇴근 뒤 먼 길 운전해 왔다. 글잖아 엄만테 갈 때마다 막내를 찾아 막내가 성지순례갔다가 돌아오면 같이 오겠다고 했는데 잘됐다.날 밝으면 후다닥 갔다가 점심먹고 막내는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강행군~엄만테 같이 갈거라니 다른 일정을 잡았던 옆지기도 일정을 바꿔 엄마면회에 합류한다네.걍 딸 둘이 갔다와도 되는데...... ㅎㅎ 커피를 주는 딸이 왔으니 딴소리하지 말고 커피를 달라고 옆구리찌르는엄마에게 우하하~ 웃으며 따뜻한 두유를 한잔 드린다.달달구리 두유를 달달구리 커피(인스턴트커피)라고 맛있게 드시는 엄마!그 좋아하던 커피맛도 잊으신 엄마가 애잔한 막내는 촉촉해진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고~ 휴대폰 노랫소리에 조금씩 리듬을 타는 엄마~그렇게 찾던 막내가 왔는데 오늘 엄마는 두눈을 좀체..

기억력이 나날이 제맘대로인 엄만테 가는 길,오늘은 또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눈을 떠보라는 딸의 잔소리에 '눈 떴어' 하면서 실눈을 뜨신다.컨디션은 그닥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황~!누가 왔냐는 말에 '딸이 왔겠지' 심드렁하니 대답하시고 다시 눈 꽉감고 입다물기~'딸 누구? ㅁ수기~ 아냐~ 커피갖고 오는 딸이 누구야? 커피? 커피 갖고 왔음 커피줘~ 커피 드릴건데 커피 주는 딸이 누구야? 커피주는 딸이 커피주는 딸이지, 누구긴 누구야? 커피 갖고와서 주는 딸 이름도 생각안나셔?ㅎㅎ 커피주는 딸은 ㅁ수니지. 오구 잘했어요. 이제야 생각이 나셨구만~' 재미있는 것도,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이 그날이 그날인 날들,엄마는 오늘 너무도 심드렁하다.오랜만에 숫자놀이를 하자는 딸의 성화에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