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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에게 가는 길, 출발시간이 평소보다 30여분 늦어졌다.지난 면회 때 많이 흥분해 방방 뜨던 엄마가 오늘은 어떤 모습이려나~?열심히 달려 새말 톨을 빠져 나오면서 빨강색 차 한대가 계속 앞서 달린다.혹시 오빠넨가? 지난해에도 한번 면회가 겹친날이 있었는데......요양원 근처에 다왔을 때 오빠 차인가 싶던 빨강차는 그대로 달려갔는데, 요양원에 들어서니 빨강차가 또 있네. ㅎㅎ얼러리여~ 이번엔 진짜 오빠네 빨강차다.또 한번 겹치기가 된 엄마면회! 울엄만 좋겠네~ 엄마는 이미 큰아들, 큰며늘아기와 담소중이다.큰며늘아기가 오늘은 ㅁ수니가 되어 애기중이었는데 다시 ㅁ수니가 왔다니 놀라는 엄마~ ㅎㅎ'아니 ㅁ수니가 또 왔어? 커피 한잔 밖에 안먹었어. 근데 맛이 이상해꺼등~ 그래서 ㅁ수니..
비가 내린다. 오늘 엄마에게 가는 길은 비속에 젖어있다. 고맙게도? 옆지기가 엄만테 같이 간다고 연차를 내었다.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참으로 많은 옆지기, 오늘은 엄마가 어떤 답을 하실지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성당형님이 울엄마 생각하며 사왔다는 한살림 쌀과자, 손톱만큼 떼어 드리니 오물오물 드시고 다른거 그만주고 커피를 달라신다. ㅎㅎ 대단한 커피마니아 울엄마~! 엄마랑 나누는 계절이야기, 비가 온다고 했더니 '그럼 추워지겠네~' 하신다. 그래요~ 엄마, 비그치면 추워질거야. '추워지는 때를 모라하지? 추워짐 겨울이지~ 울엄마 잘아네. 추워짐 겨울이지? 겨울엔 비가 아니라 뭐가 오더라~? 겨울엔 하얀눈이 펑펑와서 소복소복 쌓여~ 울엄마 오늘 으뜸! 생각잇기를 아주 잘했어~ 상으로 모줄까? 상? 커피..
오늘은 옆지기랑 엄마에게 간다. 한가위에 엄마를 보러갔던 옆지기가 한달이 좀 넘은 오늘 엄마에게 간다고 연차를 냈다. 열심히 달려달려 요양원에 도착, 오잉~ 엄마랑 순덕언니?가 면회실에 나와계신다. 반가운 신부님도 계시고 안흥성당 교우님들도 몇 분이 함께 오셨네. 아~ 엄마랑 순덕언니 봉성체가 막 끝난 상황~ 정말 다행이다. 엄마가 봉성체를 하실수 있었구나. 치매를 앓고 계신 엄마의 인지능력 때문에 고민만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상황에 놀라워 신부님과 안흥성당 교우분께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하고 허둥대기만 했네. 오랜만에 성체도 모시고 신부님과 교우들도 만났으니 이미 기분이 하늘을 나르고 있는데 딸과 사위 더하여 커피도 왔으니 엄마가 얼마나 좋았겠어~ ㅎㅎ 옆지기가 믿는 그분과 엄마가 믿는 그분이..
오늘 후다닥 엄만테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에 옆지기와 두 아들 모두 출근을 한 뒤 엄만테 갈 준비를 한다. 지난주엔 싼~? 깜장포도만 가져갔으니 이번엔 비싼 파란포도와 깜장포도 두가지를 가져가볼까? ㅎㅎ 면회실로 나오는 엄마는 벌써부터 한껏 들뜬 모양새다. 'ㅇㅎㅎ~ 누가 왔데요? 글쎄 누가 왔을까요? 알아맞춰보세요.' 휠체어를 미는 요양사선생님도 엄마 기분에 따라 목소리를 높이고...... '엄마~ 잘지냈어요? 누가 왔게요? 누가왔을까? 딸이 왔나? 딸 누구? ㅁ수니가 왔겠지. 어떻게 알았어? 목소릴 들으면 알 수 있지. 오~ 목소릴 들으면 알 수있어요? 울엄마 집중력 으뜸인데~! ㅎㅎ 내가 목소릴 가만 들으니 너잖아~' 엄마는 ㅎㅎㅎ 웃으며 재밌는 표정도 짓고 참으로 신이 나셨다. '엄마~ 오늘은 비싼?..
오랜만에 옆지기가 엄마 면회길에 동참했다. 고맙게도 연차까지 쓰고 함께 나선 길~ 엄마가 참 좋아하실듯~ ㅎㅎ 면회실로 나오며 누가 왔냐던 엄마는 딸이랑 사위가 왔다는 소리에 기분이 좋다. 사위랑 오랜만이라는 인사도 하고 오늘 엄마의 기억 회로는 나름 괜찮아 뵈네..... 깜장포도랑 황도, 카스테라 조각을 받아드시며 몰 일케 자꾸 주냐며도 싫다않고 받아드신다. 황도는 시겁다 오만상을 쓰고, 반씩 갈라 씨를 뺀 깜장포도 몇 알도 시겁다시며 오물오물~ 껍질도 잘 뱉어내며 점심 뒤 후식시간을 즐기셨다지. 카스테라 한조각도 우물우물 삼키신 끝에 받아든 커피 한잔~ '아유~ 딴걸 막 먹여놔서 맛이 섞였어. 맛있는 커피맛이 이상해졌잖아~ 맛이 섞여 이상하믄 커피로 입가심함 되지, 엄마 뜨거우니까 천천히 후후~ 불어..
엄마에게 가는 길, 오늘은 용인쯤에서 차가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몇 주째 계속 공사중이라 도로 어디를 또 공사한다니 때가 되면 뚫리겠지. 하긴 이 엄청난 차량들이 1년 365일 쉴새없이 수십년을 달리고 달리는데 망가지지 않고 멀쩡하면 그게 더 문제겠지~ ㅎㅎ 오늘 엄마는 정신줄을 많이 놓으셨지. 멍하니 딴청에 대답도 시큰둥~ 좋아하는 커피를 드려도 '맛있네' 한마디로 끝내신다. '커피를 주는거 보니 딸이 온게로구만~ 맞아, 커피주는 딸이 왔는데 그 딸이 누구야? 작은 딸, 작은딸이 누구냐고? ㅁ수긴가? 엄마 몬쏘리, ㅁ수긴 막내딸이고.... 긍가? 엄마 1주사이에 일케 다 잊어버렸어? 몰라~ 바보조총이어서 그래. 왜 바보조총이 됐는데? ......' 아니, 오늘 왜 이러심까? 그동안 동문서답 수다에 아무..
태풍오기전 엄만테 다녀와야지 싶어 점심먹고 후다닥 길을 나선다. 태풍소식 때문인가 길은 시원스레 뚫려있다. 휠체어를 밀고 나오는 요양원 사무장님과 잔치에 가느냐 물으며 나오신 엄마는 인사도 없이 내게 잔치집에 왔냐는데, 누구 잔치? ㅎㅎ 머릿 속 생각은 많은데 그에 맞는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게 뭐더라, 그거 있잖아'를 반복하신다. 한참을 끙끙거리던 엄마는 뜬금맞게 상선네 잔치라는데 그집에 할아버지들이 네댓명 모여 놀고 있다시네. '잔치집에 할아버지들이 모여 놀고 있다고? 응~ 거기 못생긴 할아범 있잖아~ 못생긴 할아범이 누군데? 있잖아 그...그.... 하여튼 할아범들이 모여 놀고 있어. 근데 엄마 상선네 누가 결혼해? ㅅㅅ네? ㅈㅇ가 결혼하잖아~ 아, ㅈㅇ가 결혼하는거야? 엄마도 축하손님으로 결혼식..
엄마에게 가는 길, 나름 후다닥 준비하고 나섰으나 때가 때인지라 동해안으로 떠나는 차들이 많이 있네. 더디게 차는 움직이고 기다릴 엄마와 돌아올 생각에 마음은 바쁘고~ 엄마는 딸이 면회왔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인사도 없이 바로 커피를 주문하신다. 'ㅁ수니왔으믄 커피 줘~ 니가 와야 커피를 먹을 수 있잖아~ 그렇게 커피를 달라고 해도 아무도 안주는데 니가 오면 커피를 줘서 너무 좋아~ 빨리 커피 줘!' ㅎㅎ 이건 뭐 딸을 기다린게 아니라 커피를 기다렸다는 야그~ '알았어요. 커피가 딸보다 더 반갑네.... 잠깐만 기다리셔. 곧 타드릴게.' 커피를 받아든 엄마는 아주 기분이 좋다. 뜨거우니 천천히 후후 불어 마시라는 딸에게 '뜨거워도 맛있어. 후후 불어 마시고 있거등~' 커피를 마신 엄마랑 맥락도 안통하는..
일주만에 커피 한나 싸들고 엄마에게 달려간다. 오늘 만나게 될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오늘도 흐린 정신으로 심드렁하니 면회실로 나오시려나?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의외로 쾌청하다. 늘 감고 있던 눈도 번쩍 뜨고 지난주와는 다르게 숸 딸이 왔구나 바로 알아도 보고...... 이런저런 일주간의 안녕을 주고받다가 열심히 기다리는 커피시간~ '너도 마셔~' 처음으로 같이 커피를 마시자 권하던 엄마는 커피를 마시며 사뭇 행복하다. '지난주엔 엄마 커피 마시면서 손을 많이 떨더니 오늘은 안떠네. 무서운게 없나보지. 그러니가 안떨겠지.' 엄마는 무심하게 진담같은 농담을 던지고 ㅇㅎㅎㅎ 기분좋게 웃는다. '상식이 왔었어요? 아니~ 근데 왔었는데 내가 까먹었는지도 몰라~ 날마다 까먹기만하거등...... 영자가 델꼬 왔었는..
지난 주엔 두 오빠들이 주초와 주말에 엄마에게 갔다는 이유로 나는 한주 쉬었다. 그리고 오늘, 엄마 입맛이 어떨까 싶어 오랜만에 엄마가 좋아하던 씨없는 청포도 약간과 커피 하나는 넘 작다고 해서 달달구리 커피 두봉지를 챙겨 엄마에게 간다. 길은 뻥 뚤려있고, 여러 까닭으로 밤잠을 설친 나는 연신 하품이다.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그사이 또 쌩하니 생뚱맞다. '유춘자씨~ 네! 유춘자씨 맞아요? 네, 저 유춘잔데요. 유춘자씨? 그럼 저는 누굴까요? 몰라요. 어떻게 알아요. 누군지 모른다구요? 정말 누군지 모르겠어요? 목소리도 생각안나요? 네, 몰라요. 누군지..... 유춘자씨~! 네~? 아~ 이러면 섭하지요? 모르면 알려고 노력을 해야되지 않겠어요? 글쎄 모르겠는데 어떻해요~' 지난주 화욜엔 작은오빠네가 왔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