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주모경 (17)
소소리바람이 불면~
지난주엔 울나라에 없었던 터라 엄만테 갈수가 없었다. '담주엔 못와요. 울지말고 한주 기다리셔~' 하던 딸에게 '다큰게 몰 울어' 대답하던 엄마에게 부지런히 달려가는 길, 도로사정도, 다른 여건들도 별일없이 안녕이다. 누가 왔게요? 면회실로 나온 엄마에게 묻자 눈을 꽉 감은 채 엄마는 아주 시크하다. '몰라, 내가 어떻게 알어, 엄마 누가 왔는지 정말 몰라요? 지난주엔 일본 가서 못온다 했는데 그새 잃어버린거? 몰라~ 딸이 왔나~? 맞아, 딸이 왔잖아~ 딸, 어떤 딸이 왔어? 딸 이름이 뭐야? 몰라, ㅁ수닌가?' 아무래도 엄마에게 커피라는 약을 좀 드려야 할 것 같다. '엄마~ 내가 엄마 줄라고 모 갖고 왔는데, 그게 뭔지 알아맞혀봐. 엄마가 아주 좋아하는 건데..... 나 좋아하는 것도 몰라. 다 잊어..
엄마는 마스크를 하고 두 눈을 감은채 면회실로 나오셨다. 어느 요양사분이 면회준비를 해주시는가에 따라 면회실 엄마 차림새는 다르다. 유춘자씨~? 누가 왔게요? 어~ 언니? 유춘자씨 언니가 있었어요? 청량리 언니? 유춘자씨 장녀 아닌가? 오빠가 한분 계셨고 그 다음이 바로 유춘자씨잖아요? 그런가? 내가 장녀구나. 누구야? 누구긴~ ㅁ수니지. 아~ ㅁ수니가 왔구나~ 엄마~ 커피갖구 왔는데 커피드릴까? 모? 커피드린다구~ 커피? 아~ 좋아라~ 커피, 좋아~ 빨리 줘! 엄마, 커피 말고 작은 카스테라도 가져왔는데 드실려? 아니~ 싫어~ 커피만 먹을거야. 커피가 젤 좋아. 딴 건 암 것도 안먹어. 엄마는 나날이 어린애가 되어가고 딸은 나날이 늙어가고...... 인생살이 참 씁쓸하다~! 엄마~ 아까 나에게 언니냐고..
지난 설날 면회 뒤 두달만에 옆지기가 나랑같이 엄마 면회를 가겠단다. 대단한 사명을 띤 옆지기의 엄마 면회~ ㅎㅎ '집에 들어갔다와야 제대로 안흥왔다가는건데, 안흥에 와도 이젠 어디 갈데가 없어. 왔다간거 같지 않아서..... 오늘 집에 살짝 올라가 볼까? 그러다가 서로 민망한 일 생기면 어떻해? 그럴 일 없게 차에서 내리지 않고 휘돌아 함 살펴보고 오자규~ 얼마나 바뀌었는지도 궁금하고, 집 잘고쳐 이사했음 우리 모두 함 불러줘야 하는거 아냐? 그러긴 쉽지 않겠지. 이제 우리집도 아닌데 우리가 모라고~ ㅎㅎ ㅈㅁ님이 돌아가신것도 아닌데 그런 결정을 해준 우리들 마음도 생각해줘야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엄마가 계시는 요양원에 도착! '엄마~ 누가 왔게요? 맨날 오는 ㅁ수니가 왔겠지. 맞아, ..
소공동체 회의 끝나자마자 집으로 후다닥~ 아들이랑 좀 이른 점심을 먹고 엄마에게 간다. 커피가 많이 고픈 엄마에게 오늘은 달달구리 커피를 드리기로~ 엄마는 면회실로 나오며 'ㅁ수니 왔니?' 하신다. 아마도 사무장이 수원 딸이 왔다고 알려준듯~ 밥도 잘먹고 잠도 잘자고 잘지내셨다고~ 엄마 컨디션은 무난해뵌다. 엄마는 예쁜 비니를 스고 나오셨다. 요양사 선생님이 따듯하게 챙겨주셨네..... 커피 드릴까? 묻는 딸에게 좋다고 대답하신다. 커피가 먹고 싶었다고~ 이젠 커피 하나 맘대로 못드시는구나, 면회 때라도 몸에 좋다는 음료보다 커피를 드려야지. 집에서 커피와 가볍고 뜨겁지 않은 이중 스텐레스컵, 끓인물까지 챙겨왔다. 엄마가 들고 마셔봐요. 컵도 가볍고 뜨겁지 않으니 엄마가 컵들고 드실 수 있어요. 너무나 ..
엄마에게 가는 길, 강원도로 들어오며 하얀눈을 머리에 인 산들이 정겹다. 역시 강원도라 눈이 많이 내렸구나, 노년의 엄마 집으로 삼은 요양원에도 눈이 쌓여있겠지.....? 지지난주와는 다르게 아주 쾌청한 엄마는 하하 웃기도 잘하셨다. '누가 왔어유? 예~ 엄마~ 누가 왔게? 몰러유~ 아니 엄마 이제 목소리도 잊어버렸어?' 처음엔 심드렁하다. '잘생각해보셔~ 내가 누굴까? 글쎄 누굴까~~? 누가 왔을까?' 골똘한 생각, 그리고 한참 뒤에 'ㅁ수니? 와~ 잘했어요. 글케 잘알면서 몰 모르는척 하구 그러셔? ㅎㅎ 글쎄~ 내가 그랬나? ㅎㅎ 왤케 눈을 감았어? 눈 좀 떠보셔~ 눈 떴어. 여봐~ 눈 떴잖아~ 글네, 이제 눈 잘뜨셨네. 이제 눈 감지 마셔~ 응? 눈이 많이 내렸네. 산에도 하얗게 쌓여있고, 지금 여..
생각보다 오전 일정이 빨리 끝났다. 오후에 엄만테 갈 수 있을 것 같다. 애들 찬스까지 다쓰며 끌어모아 이사나가는 세입자분 전세금 돌려준 날, 묵지근하게 다리를 붙잡던 산 하나 넘은 느낌으로 홀가분하게 엄마에게 달려간다. 1시간 3-40분을 달려가 3-40분 엄마면회를 하고 2시간을 달려 돌아오는 엄마면회 일정! 이젠 제법 엄마도 나도 익숙해진 일정이다.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아직까진 맑음이다. 포도 한조각과 케잌 한꼬집 정도 드시고 더 이상 안드시겠단다. '엄마 밥은 잘드셔? 잘먹지. 얼만큼 먹는데? 많이 먹지. 많이 먹으면 화장실도 잘 가시겠네. 그럼~ 많이 먹으니~ 아, 그럼 딸이 걱정할 게 없네. 엄마 잘드시고 잘 내보내고 하면~' 말씀은 그리하시나 집에서보다야 훨 낫지만 그닥 잘드시진 않는듯하다..
딸을 막내고모라 여기던 엄마 생각에 다시 안흥으로 간다. 심하진 않지만 치매 환자인 엄마를 1인실에 모시고 있다는 부원장?말이 계속 마음에 걸려 오늘은 '엄마방을 한번 보여달라 제대로 요구하리라' 운전대를 꽉 잡는다.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고 엄마가 어떤 방에서 지내시는지 알 수 없었다. 면회를 신청하면 엄마는 휠체어를 타고 접견실?로 오시니 보이지도, 잘들리지도 않는 엄마가 혼자 누워 24시간을 보내는 쓸쓸한 방이 궁금해도 한번 둘러볼 방법이 없는 상황! 휠체어를 타고 나온 엄마는 힘들어보인다. 부원장?(원장부인)이 하는 말, '지난번 면회 때 뭐 드렸어요? 호두과자 반개랑 작은 음료 한팩(120ml) 밖에 안드셨는데..... 왜요? 몬일 있었어요? 체하셨는지 그날 밤에 토하고 힘들어하셨으니 오늘은 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