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3월 23일 본문

엄마 이야기

엄마면회-3월 23일

babforme 2023. 3. 23. 22:25

지난 설날 면회 뒤 두달만에 옆지기가 나랑같이 엄마 면회를 가겠단다.

대단한 사명을 띤 옆지기의 엄마 면회~ ㅎㅎ

'집에 들어갔다와야 제대로 안흥왔다가는건데, 안흥에 와도 이젠 어디 갈데가 없어. 왔다간거 같지 않아서.....

오늘 집에 살짝 올라가 볼까? 그러다가 서로 민망한 일 생기면 어떻해?

그럴 일 없게 차에서 내리지 않고 휘돌아 함 살펴보고 오자규~

얼마나 바뀌었는지도 궁금하고, 집 잘고쳐 이사했음 우리 모두 함 불러줘야 하는거 아냐?

그러긴 쉽지 않겠지. 이제 우리집도 아닌데 우리가 모라고~ ㅎㅎ

ㅈㅁ님이 돌아가신것도 아닌데 그런 결정을 해준 우리들 마음도 생각해줘야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엄마가 계시는 요양원에 도착!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컨디션 '굿'이다.

'엄마~ 누가 왔게요? 맨날 오는 ㅁ수니가 왔겠지. 맞아, ㅁ수니도 오고 또 한사람 왔는데.....

누구? 엄마 사위~ 사우? 사위 이름이 모였어? 몰라, 생각안나~ 장모님 저도 같이 왔어요. 

응~ ㅁ처리 아범? 예, 맞아요. 사위 이름은 생각 안나고 손주이름이 생각났네.

ㅎㅎ 맞아, 엄마 ㅁ처리 아범이랑 같이 왔어요. 장모님 이제 밤에 이상한 것들 안나타나지요?

그래서 밤에 잘주무시고? 응 잘자, 암것도 안나타나~ 드시는건? 잘먹지.

엄마 커피드실래? 여기선 커피는 못먹잖아~ ㅎㅎ 그래, 커피 갖고 왔니? 커피줘~ '

 

맛있어, 맛있어를 연발하며 커피를 드시는 엄마

띠엄띠엄한 엄마의 기억에 따라 천천히 오가는 옆지기랑 엄마의 담소!

엄마는 때때로 '몰러유, 아~ 그랬구만, 생각이 안나~'로 에둘러 대답하거나

애들 장난처럼 정말 '히히~' 하고 웃어넘기며 옆지기의 대단한 사명을 띤 물음?들을 비껴가셨다.

울엄마~ 정말 치매야? 오늘은 체력도 정신도 넘나 멀쩡?한 컨디션 굿굿굿이다.

 

기도중이신 엄마 -아주 경건하다.

이제 한시간여 면회를 끝낼 시간,

'엄마~ 넘 오래 앉아계심 힘들어요. 이제 방에 들어가 좀 쉬셨다가 저녁드셔야 해.

엄마, 오늘 면회 끝기도해야쥬~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

주모경으로 마무리하려던 기도를 엄마는 묵주기도로 1단으로 마무리하셨다.

'은총이~' 하면 묵주기도로 넘어가는 자동회로처럼 엄마는 그렇게 온몸으로 기도를 하셨다.

 

집 명패가 새로 달렸다. 엄마 이름문패에서 '소소재'란 집이름으로~
남쪽으로 난 행랑채 마루가 아주 이쁜 쉼터가 되었다.
떨어져내렸던 흙벽도 깨끗이 손을 보고 황토방을 뎁힐 장작도 쌓여있다.
화단둘레에 작은 전등들-밤에 등불을 밝히면 이쁘겠다.
낡았던 쪽문은 자리를 바꿔 나무꽃이 핀 쪽문으로, 1년여만에 살짝 가본 우리집이었던 집-소소하게 바뀌었다.
아버지가 22년 쉬셨던 종두리끝, 아버지가 심었던 낙엽송을 모두 잘랐다. 나무를 바꿔 심으려는 오빠생각~

엄마 면회를 끝내고 정말 달려가본  우리집!

길목에서 이웃사촌 아우 ㅅ시기를 마주쳤으나,

'걍 차안에서 울집 한바퀴 휘둘러보려고 엄만테 왔다가 올라왔으~

아~ 지금 교수님만 계실걸~ 잘보구 가요. 그래~' 로 간단히 정리하고 우리집으로 달린다.

차안에서 살짝살짝 바뀐 엄마집 사진을 찍는다.

큰대문간엔 소소재란 이름패가 걸리고 살짝 바니쉬칠도 한듯,

뒤틀리고 삭아 빠져버리기도 했던 인방 위 나무간살도 채워지고 바래고 낡았던 대문간이 반듯하고 정갈한 맛이 난다.

아버지 떠나신뒤 손을 보지 않아 거의 폐가같던 행랑채는 황토찜질방으로 새로 난듯했다.

흙떨어져 숭숭난 구멍으로 황소바람이 들이치던 행랑채도 황토새옷을 입었다.

마루도 뽀야니 분칠을 하고 앉을뱅이 걸상과 찻상이 이웃들을 부르는 열린 쉼터가 되고~

아버지 살아생전 가득쌓였던 장작처럼 황토벽 한켠에 장작도 쌓였더라~!

드나들던 쪽대문도 자리를 바꿔 꽃송이 피어난 이쁜 쪽문이 되고......

종두리끝 낙엽송들은 다른 나무를 심으려 작은오빠가 다 잘랐다네.

한세대가 가면 또 다른 세대가 오고, 그렇게 변한듯 아닌듯 삶의자리는 끊임없이 살아움직이는 거겠지.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다시 안녕하다!

'엄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면회-큰오빠네 4월 1일  (0) 2023.04.01
엄마면회-3월 29일  (0) 2023.04.01
엄마 면회-큰오빠네 3월 18일  (0) 2023.03.18
엄마면회-3월 15일  (0) 2023.03.18
엄마면회-3월 10일  (0) 2023.03.1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