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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이제 온몸이 편치 않았던 한달여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주에 한번 엄마를 보러가던 일상도 다시 시작되었고..... 설에 가고 열흘이 지나가는 시점, 잊혀져가는 엄마의 시간 속에서 딸이 오가는 일정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겠지만 딸은 마음이 바쁘다. 비안개 자욱한 고속도로는 내내 갈길을 막아서더니 강원도로 들어서며 눈이 내린다. 면회실로 나오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요양사선생님이 딸이 왔다고 말씀하신 모양~ '딸이 왔어요? ㅁ수니가 왔겠지. 아니 ㅁ수기가 왔나?' 엄마는 한껏 올라간 기분! '엄마~ 누가 왔게요? 딸이 왔잖아~ 어떤 딸? ㅁ수니가 왔구만~ 어떻게 알았어? 목소리들으면 알지. 아~ 글쿠나. 울엄마 대단한 걸~ 딸 목소리도 안잊어버리고...... ㅎㅎ 그렁가?' 엄마는 오늘 아주 쾌..
지난주 면회 땐 신부님 모시고 봉성체도 하고, 신부님 모시고 버덩말 따님, 영자레지나도 왔었으니 엄마 기분이 좋았었지. 오늘 그 기억을 가지고 계시려나? 면회실로 나온 엄마 컨디션은 쏘쏘~ '지난주에 버덩말 딸 영자레지나가 왔던 것 생각나~ 엄마? 영자가 왔었어? 응, 신부님 모시고 와서 엄마보고 갔잖아. 지난주에 엄마 성체도 모셨지. 엄마는 안흥성당신자라고 숸딸이 알려드렸는데 엄마가 안중성당이라해서 같이 막 웃었잖아~ 그랬나~? 엄마 어짜피 영자 얘기가 나왔으니 오늘은 오랜만에 엄마 동생들 얘기 좀 해볼까? 영자가 누구야? 영자? 몰라~ 모르긴 몰몰라, 엄마 막내동생이 영자잖아. 독일에 간호사로 갔다가 강릉으로 시집갔지? 고등학교 영어선생하던 조서방이 엄마 제부잖아~ 그랬나? 영자가 강릉으로 시집갔었구..
지난 주 불쾌하게 엄마면회를 끝낸 닷새 뒤 무거운 맘으로 엄만테 달려간다. 오늘은 호랑말코양반이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에 호랑말코양반이 오늘은 아주 친절모드다. 정말 이해하기 쉽잖은 성향, 변덕인걸까? 아님 자신의 기분에 따라 순간 감정조절이 안되는 걸까? 어쨌든 오늘은 친절모드니 그럭저럭 평타는 치겠다. 지난주 버럭을 생각할 수 없는 말투, ㅎㅎ적응이 안된다. '좀 있다가 신부님 오신대요. 아~ 그래요? 잘됐네요.' 신부님은 2시 30분에 오신다는데, 엄마는 부지런히 면회실로 나오셨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오늘은 나름 컨디션을 되찾으신 것 같다. 신부님 봉성체 오시기 전 엄마랑 간단한 얘기나누기, 엄마~ 누가 왔게요? 딸이 왔겠지. 맞아, 딸이 왔어. 엄마가 다니는 성당이름이 뭐야..
비대면이 대면으로 풀리고 올해 8번째 소공동체 모임! 신부님과 수녀님도 사목방문차 참석하셨다. 집을 제공해주신 자매님께도 감솨~! 우리 모두에게 축복을!
엄마에게 가는길, 엄마는 오늘 어떤 분위기로 딸을 맞으실까? 말씀은 잘하시려나? 엄마 상태에 따라 그날그날 다른 반응, 총기도 보였다가 엄마 혼자만의 세상에 머물기도 하셨다가...... 오늘 엄마는 아주 오래전 엄마의 친정생각에 머물고 계셨다. 친정 식구들을 생각하며 기분이 좋으신지 엄마는 환하게 웃는 얼굴, 총기흐르는 눈으로 면회 온 딸에게 인사를 한다. '고모~ 어떻게 오셨어요? 그동안 연락도 못하고 살았네요. 엄마, 작은 딸 미수니, 지금 막 엄마보러 왔는데..... 엄마 고모가 오셨어? 누구 고모? 엄마 고모? 아님 미수니 고모? 엄마 고모, 나는 잘몰라요 엄마도 고모가 계셨어요? 미수니 고모는 두 분이었지, 엄마 시누들~~. 원주에 큰고모가 사셨었고, 양구에 작은고모가 사시잖아~? 원주고모는 도..
밤새 안녕?했던 엄마의 아침은 물 한모금 마시는 것으로 시작됐다. 엄마를 안아일으키다 갑자기 '우두두~' 나는 소리, 순간 움직일 수 없는 허리, 어쩔? 큰언니랑 함께 엄마를 가까스로 화장실로 모시고, 엄마는 오랫동안 변기에 앉아계셨으나 오줌량은 겨우 새오줌만큼이다. 민폐끼치기 싫은 엄마의 성정은 도움을 받아야하는 상황을 오래 참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때문일까? 엄마의 배변기능이 많이 떨어져있다. '엄마~ 화장실 들어온김에 아예 목욕할까? 낼모레 신부님 봉성체 오실때 엄마 깔끔하면 좋잖아요. 그래, 그럴까~? 그럼 좀 씻겨줘!' 엄마 마음 변하기 전에 목욕걸상 챙기고 따뜻한 물을 받는다. 처음 본 엄마의 벗은 몸은 사윌대로 사위어 뼈만 앙상하다. 살면서 엄마랑 목욕 한번 해보질 않았으니...... 큰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