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2월 21일 본문

엄마 이야기

엄마면회-2월 21일

babforme 2024. 2. 23. 15:25

이제 온몸이 편치 않았던 한달여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주에 한번 엄마를 보러가던 일상도 다시 시작되었고.....

설에 가고 열흘이 지나가는 시점,

잊혀져가는 엄마의 시간 속에서 딸이 오가는 일정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겠지만 딸은 마음이 바쁘다.

비안개 자욱한 고속도로는 내내 갈길을 막아서더니 강원도로 들어서며 눈이 내린다.

 

면회실로 나오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요양사선생님이 딸이 왔다고 말씀하신 모양~

'딸이 왔어요? ㅁ수니가 왔겠지. 아니 ㅁ수기가 왔나?' 엄마는 한껏 올라간 기분!

'엄마~ 누가 왔게요? 딸이 왔잖아~ 어떤 딸? ㅁ수니가 왔구만~ 어떻게 알았어? 목소리들으면 알지.

아~ 글쿠나. 울엄마 대단한 걸~ 딸 목소리도 안잊어버리고...... ㅎㅎ 그렁가?'

엄마는 오늘 아주 쾌청하다.  

 

엄마의 새로운 커피, 따뜻한 두유

엄마는 이런저런 안부 끝에 커피를 주는 딸이 왔다고,

몇 개월 간 아득하게 잊었던 커피를 달라고 먼저 옆구리를 찌른다.

'커피주는 우리딸이 왔잖아, 여서는 커피를 달라고 해도 안줘. 딸 커피 갖고 왔지? 

엄마 커피 마시고 싶어? 그럼, 얼마나 마시고 싶었는데. 커피 빨리 줘~' 

요양원 옆 편의점에서 사갖고 들어간 따뜻한 두유를 커피라고 따라 드린다.

'왜 커피가 이르케 달아?  커피가 원래 달달한거잖아. 그르치. 내가 또 잊어버렸네. 커피가 달달하지. 아~ 커피 맛있다.

근데 커피가 다 식었는데...... 내가 커피타서 주머니에 꼭 넣어갖고 왔는데..... 다식었어요?

커피를 타갖고 왔어? 여기선 커피타기가 안좋아서 타갖고 온거야? 글치~ 집에서 타오면 편하니까......'

컵에 따라드린 두유를 맛있게 드신 엄마는 두번 째 따라드린 두유도 커피라고 달게 드신다.

병에 남아있는 두유를 마져 드리려 하자 커피는 하루에 두잔만 먹으면 된다고 사양하시네. ㅎㅎ

예전 커피를 즐겨드실 때랑 똑같은 모습이다.

아무리 맛있는 커피여도 두잔만 마시면 된다는 나름대로 엄마의 철칙?은

딸이 돈많이 쓴다고 미안해하는 엄마의 마음이기도 하다.

 

딸과 속닥속닥 말하는 시간~

'엄마, 지금 밖엔 눈이 와~  비가 내렸는데 문막 지나면서 눈이 내리더라구. 역시 강원도가 춥긴한가봐.

그럼 강원도가 춥지. 오는 길에 비가왔어? 응, 비도 오고 눈도 오고. 지금 싸락눈이 내려요.

싸레기눈이 와? 응 싸락눈이 제접 많이 와요. 엄마 싸레기가 모지? 싸레기가 낱알 반알을 말하지.

온전치 못한 반알갱이가 싸레기라고. 와~ 울엄마 국어사전이네. 으뜸으뜸!

싸레기로 몰하지? 싸레기로 밥해먹었어. 예전엔 먹을 게 귀했거등~ 맛은 좀 덜해도 먹을게 있다는게 어디야~ 

그땐 참 먹고 사는 게 힘들었어. 그래서 싸레기로 밥도 해먹고 떡도 해먹고 그랬지.

엄마~ 근데 요즘은 신부님 안오셔요? 지난번 봉성체하나 싶어 시간맞춰 왔는데 안오셨더라고~

신부님 그동안 안오셨다고? 그랬나? 내가 바보조청이어서 다 잊어버려서 몰라.

아냐~ 그럴수 있지. 딸도 요샌 다 잊어버리는걸 뭐~ ㅎㅎ'

신부님 얘기에 갑자기 성당 생각이 나셨나보다. 싸레기와 성당과 떡이 뒤섞이며 엄마는 뒤죽박죽여행을 하신다.

'쌀이 모자라서 싸레기로 떡을 했잖아. 쌀이 모자라? 어디서 쌀이 모자랐는데?

성당에서 쌀이 모자랐는지 싸레기로 떡을 했잖아. 부활때 먹으려고...... 아~ 그랬어요?' 

뒤죽박죽 아무말대잔치 뒤 급 피곤해지셨는지 허리가 아파 못앉아있겠다는 엄마~!

  

방으로 들어가시기 전 면회 마무리 기도-주모경을 바치고~

딸과 인증샷을 한장 찍은 뒤 '다음주에 올게요. 그래잘가' 인사를 한다.

다음주엔 또 어떤 단어 하나에 꽂혀 이야기를 만들어 내실까?

'엄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면회-큰오빠네, 2월 29일  (0) 2024.02.29
엄마면회-큰오빠네, 2월 24일  (0) 2024.02.24
엄마면회-2월 10일  (0) 2024.02.16
엄마면회-큰오빠네 2월 9일  (0) 2024.02.15
엄마면회-작은오빠네2월 8일  (0) 2024.02.15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