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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2월 10일

babforme 2024. 2. 16. 01:01

지난 1월 18일 엄마 면회 뒤, 길었던 코빅시기에도 코빅19 한번 안걸렸던 내가 감기몸살에 걸리며 꼼짝못했네.

이제야 몸이 감기몸살을 떨쳐낸 상태, 가끔식 하는 기침을 마스크로 막고 설을 맞아 3주만에 엄마에게 간다.

3주간 못간 딸을 엄마는 기억이나 할까?

새벽부터 일어나 떡국을 끓이고 엄마 점심도시락을 싸며 식구들을 깨운다. 

 

손주들 손을 잡고 엄마는 너무 기분이 좋다.
서캐서방은 엄마 들려줄 노래를 검색중이고 손주는 할머니랑 손을 잡고~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컨디션 으뜸이다. 늘 감고 계시던 눈도 번쩍 뜨고,

8일, 9일 두 아들 면회에 이어 오늘까지 연속 3일을 자식들이 찾아온 걸 온몸으로

아셨는지 더이상 좋을 수 없을만큼 엄마 상태는 온전히 쾌청~!

'엄마 누가 왔을까요? 응? 딸이 왔나? 딸도 오고 또 누가 왔을까? 이서방도 왔어요~ 오~ 서캐서방이 왔구나~'

사위가 이서방도 왔어요 하는 말에 엄마는 서캐서방을 외치고,

우리는 엄마의 생각지도 못한 그 기발한 언어유희에 놀라고, 빵 터지고......

손주랑 손을 잡고 꽁냥꽁냥~ 즐겁던 엄마가 또 한번 터트린 놀라운 언어유희~

할머니 말씀에 '맞아요, 맞아요' 맞장구를 치던 손주에게 맞을래? 맞는다고? 한 손을 들어올리며 하시는 말씀,

우하하 웃으며 손주는 맞아요. 맞아요~, 안맞아요. 안맞아요~를 반복하고......

오호~ 오늘 엄마의 반짝이는 말놀이~

낙지가 쓰러진 소도 일으킨다던가? 오늘 엄마의 낙지는 3일간 연속된 자식들과의 만남이 아니었을까~

 

기다리던 막내딸이 도착하고~

'엄마~ 딸이 아파서 그동안 못왔어. 딸이 못와서 속상했어? 못왔었다고? 나는 몰랐어.'

딸이 아팠었다는 말이 엄마를 각성시켰을까? 반짝 돌아온 온전한 엄마~ 

'엄마가 돼가지고 딸이 아픈지도 몰랐네~ 말안하믄 어떻게 알아, 아픈 딸이 잘못한거지......'

'근데 막내는 안왔어? 아니, 왔는데 엄마가 다니던 안흥성당에서 기도하고 온다고 하네.

아버지 위해서 연도를 바치고 온대요. 모두 연도하는데 혼자 나오기 글타고.....

엄마 쬐끔만 기둘리셔~' 엄마는 딸이 아픈 것도 몰랐다고 속상해 하다가 바로 막내를 찾으신다.

 

설날에 모인 딸네들과 엄마의 즐거운 시간~
엄마의 설날 점심
따뜻한 커피가 맛있구만~ 커피가 아닌 따뜻한 두유

엄마는 달달구리 커피를 아주 좋아하셨다. 동네 참새방앗간이던 친정에 200개들이 달달구리 커피를 사날랐었지.

온동네 할머니들의 사랑방이었던 친정집에 인스턴트 달달구리커피가 떨어지는 날은 없었어.

어쩔수 없이 요양원이 엄마 삶의자리가 된 뒤, 엄마는 커피를 좀 달라고 딸 옆구릴 찔러댔지.

저물어가는 엄마의 행복을 위해 면회 때마다 달달구리 커피를 드렸는데......

딸이 아니라 딸이 가져오는 커피가 더 좋다던, 커피를 가져와서 딸이 좋다던 엄마가 어느순간 커피를 딱 잊으셨다.

커피달라 옆구리도 안찌르고 엄마는 커피 자체를 모르는 분이 되셨는데

작은아들 설면회(8일) 때 갑자기 커피를 찾으셨다고~

커피를 드시면 밤새 잠을 못드시니 커피 대신 찾아낸 따뜻한 두유~

엄마는 컵에 따라 드리는 따뜻한 두유를 커피인 줄 맛있게도 드신다.

'따뜻한 커피가 넘 맛있어~'

 

이제 그 좋아하던 커피와 두유를 구분못하실만큼 미각도 잃으셨다보다 싶어 마음이 아리다.

 

서캐서방이 들려주는 노래- 몰 자꾸 어쩌라하는거야?
면회를 끝내며 마무리 기도-주모경 바치기

즐거운 시간은 빨리 지나가는거, 이제 엄마랑 헤어질 시간, 엄마는 마무리 기도를 하시며도 아쉬운 눈치,

기도가 끝나고 방으로 밀고 가는 휠체어에 엄마는 '벌써 가려구? 자고가~ ' 하신다.

'엄마 자고 가려고 해도 방이 없어. 왜 방이 없어? 손님들이 명절이라 많이 오셨나봐~

그럼 가지말고 밥을 해서 손님들 대접을 해야지. 그러네~ 담주에 올게요. 엄마~'

 

설날 엄마랑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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