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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오늘은 큰오빠네가 엄만테 간날,성당에서 봉성체를 오셨었다네.전에 우연하게도 목요일에 두번인가 봉성체 때 만나 목욜인줄 알고 나름날짜 맞춰 갔었는데 안오셔서 허탈했던 기억~ ㅎㅎ금요일로 바뀌었나 했더니 성당 상황에 따라 날짜가 오간다고~성당에서 다녀가신 뒤 힘들어 두유커피 좀 드시고 바로 들어가셨다는!엄마의 남아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지는 날들,늦가을이다.

큰오빠네가 엄만테 간 오늘,엄마는 두눈 꽉 감고 오물오물 껌?만 씹으셨다네.목욜에 본 엄마는 아주 쾌청이셨는데......금욜 봉성체 때는 성체 잘모셨겠지.(목욜 봉성체가 금욜로 바뀐건가~성당면회 신청이 한동안 없더니 고맙게도 다시 봉성체가 시작됐나보다.)맨입에 뭘 그리 드시는지 오물오물 씹으시다 침만 꿀꺽 삼키는 엄마~큰며늘아기가 먹여주는 맛난 두유커피?드시고기운차리소~

일주만에 엄마에게 간다. 오늘은 첫째 목요일, 어쩌면 엄마 봉성체를 하겠다 싶어 부지런히 달려가는길~ 그러나 날짜가 바뀌었는지 두달 연속 봉성체 소식이 없다.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누가 왔는지 모른다네. 목소리를 들어도 모르고 이름을 얘기해줘도 모르고, '보들보들~'얼굴을 만져주며 누굴까? 물어도 '우르우르 합!'은 하면서도 누군지 모르겠다네. 이런 낭패~ 모르겠음 누군지 함 보게 눈 좀 떠봐유~ 딸 목소리에 눈 떴어~ 번쩍 눈을 뜨시네. ㅎㅎ 보이지도 않는 눈을 뜨고 우린 서로 무엇을 보려는 걸까? 딸이 왔다고는 하는데 엄마는 그 딸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딸에게 들은 이름을 말하면서도 그딸이 지금 엄마 얼굴을 쓰다듬고 있는 딸인지 그냥 맥락없는 소리기호인지 알수가 없다. '엄마 이름은 뭐야? 내이름은..

이제 온몸이 편치 않았던 한달여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주에 한번 엄마를 보러가던 일상도 다시 시작되었고..... 설에 가고 열흘이 지나가는 시점, 잊혀져가는 엄마의 시간 속에서 딸이 오가는 일정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겠지만 딸은 마음이 바쁘다. 비안개 자욱한 고속도로는 내내 갈길을 막아서더니 강원도로 들어서며 눈이 내린다. 면회실로 나오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요양사선생님이 딸이 왔다고 말씀하신 모양~ '딸이 왔어요? ㅁ수니가 왔겠지. 아니 ㅁ수기가 왔나?' 엄마는 한껏 올라간 기분! '엄마~ 누가 왔게요? 딸이 왔잖아~ 어떤 딸? ㅁ수니가 왔구만~ 어떻게 알았어? 목소리들으면 알지. 아~ 글쿠나. 울엄마 대단한 걸~ 딸 목소리도 안잊어버리고...... ㅎㅎ 그렁가?' 엄마는 오늘 아주 쾌..

엄마간식으로 두유와 바나나, 삶은고구마와 카스테라를 아주 조금씩 챙긴다. 오늘, 엄마는 무엇을 드시겠다하려는지...... 첫목요일이라 엄마 봉성체가 있으려나 싶어 시간맞춰 달려갔는데 성당에 무슨 사정이 있어 이번달은 봉성체가 없나보다.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오늘은 지난주에 견줘 얼굴표정도 밝고 나름 쾌청하다. 저물고 있는 엄마의 시간은 흐렸다가 맑았다가 바람이 불었다가 오늘처럼 쾌청하기도 했다가 나날이 변화무쌍이다. 그렇게도 좋아하던 달달구리 믹스커피를 엄마는 어떻게 한순간 잊으신걸까? 커피를 마시려 딸을 기다린다던 엄마는, 옆구리 찌르며 커피를 청하던 엄마는 이제 없다. 면회실 창밖으로 쌓인 눈을 보며 엄마랑 나누는 겨울이야기~ '엄마~ 창밖엔 눈이 내려 쌓여있어. 눈은 어떻게 내리지? 눈이 왔어? 눈..

지난주 면회 땐 신부님 모시고 봉성체도 하고, 신부님 모시고 버덩말 따님, 영자레지나도 왔었으니 엄마 기분이 좋았었지. 오늘 그 기억을 가지고 계시려나? 면회실로 나온 엄마 컨디션은 쏘쏘~ '지난주에 버덩말 딸 영자레지나가 왔던 것 생각나~ 엄마? 영자가 왔었어? 응, 신부님 모시고 와서 엄마보고 갔잖아. 지난주에 엄마 성체도 모셨지. 엄마는 안흥성당신자라고 숸딸이 알려드렸는데 엄마가 안중성당이라해서 같이 막 웃었잖아~ 그랬나~? 엄마 어짜피 영자 얘기가 나왔으니 오늘은 오랜만에 엄마 동생들 얘기 좀 해볼까? 영자가 누구야? 영자? 몰라~ 모르긴 몰몰라, 엄마 막내동생이 영자잖아. 독일에 간호사로 갔다가 강릉으로 시집갔지? 고등학교 영어선생하던 조서방이 엄마 제부잖아~ 그랬나? 영자가 강릉으로 시집갔었구..

지난 주 불쾌하게 엄마면회를 끝낸 닷새 뒤 무거운 맘으로 엄만테 달려간다. 오늘은 호랑말코양반이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에 호랑말코양반이 오늘은 아주 친절모드다. 정말 이해하기 쉽잖은 성향, 변덕인걸까? 아님 자신의 기분에 따라 순간 감정조절이 안되는 걸까? 어쨌든 오늘은 친절모드니 그럭저럭 평타는 치겠다. 지난주 버럭을 생각할 수 없는 말투, ㅎㅎ적응이 안된다. '좀 있다가 신부님 오신대요. 아~ 그래요? 잘됐네요.' 신부님은 2시 30분에 오신다는데, 엄마는 부지런히 면회실로 나오셨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오늘은 나름 컨디션을 되찾으신 것 같다. 신부님 봉성체 오시기 전 엄마랑 간단한 얘기나누기, 엄마~ 누가 왔게요? 딸이 왔겠지. 맞아, 딸이 왔어. 엄마가 다니는 성당이름이 뭐야..

오늘은 옆지기랑 엄마에게 간다. 한가위에 엄마를 보러갔던 옆지기가 한달이 좀 넘은 오늘 엄마에게 간다고 연차를 냈다. 열심히 달려달려 요양원에 도착, 오잉~ 엄마랑 순덕언니?가 면회실에 나와계신다. 반가운 신부님도 계시고 안흥성당 교우님들도 몇 분이 함께 오셨네. 아~ 엄마랑 순덕언니 봉성체가 막 끝난 상황~ 정말 다행이다. 엄마가 봉성체를 하실수 있었구나. 치매를 앓고 계신 엄마의 인지능력 때문에 고민만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상황에 놀라워 신부님과 안흥성당 교우분께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하고 허둥대기만 했네. 오랜만에 성체도 모시고 신부님과 교우들도 만났으니 이미 기분이 하늘을 나르고 있는데 딸과 사위 더하여 커피도 왔으니 엄마가 얼마나 좋았겠어~ ㅎㅎ 옆지기가 믿는 그분과 엄마가 믿는 그분이..

밤새 안녕?했던 엄마의 아침은 물 한모금 마시는 것으로 시작됐다. 엄마를 안아일으키다 갑자기 '우두두~' 나는 소리, 순간 움직일 수 없는 허리, 어쩔? 큰언니랑 함께 엄마를 가까스로 화장실로 모시고, 엄마는 오랫동안 변기에 앉아계셨으나 오줌량은 겨우 새오줌만큼이다. 민폐끼치기 싫은 엄마의 성정은 도움을 받아야하는 상황을 오래 참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때문일까? 엄마의 배변기능이 많이 떨어져있다. '엄마~ 화장실 들어온김에 아예 목욕할까? 낼모레 신부님 봉성체 오실때 엄마 깔끔하면 좋잖아요. 그래, 그럴까~? 그럼 좀 씻겨줘!' 엄마 마음 변하기 전에 목욕걸상 챙기고 따뜻한 물을 받는다. 처음 본 엄마의 벗은 몸은 사윌대로 사위어 뼈만 앙상하다. 살면서 엄마랑 목욕 한번 해보질 않았으니...... 큰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