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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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1월 4일

babforme 2024. 1. 5. 22:02

엄마간식으로 두유와 바나나, 삶은고구마와 카스테라를 아주 조금씩 챙긴다.

오늘, 엄마는 무엇을 드시겠다하려는지......

첫목요일이라 엄마 봉성체가 있으려나 싶어 시간맞춰 달려갔는데

성당에 무슨 사정이 있어 이번달은 봉성체가 없나보다.

 

엄마간식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오늘은 지난주에 견줘 얼굴표정도 밝고 나름 쾌청하다.

저물고 있는 엄마의 시간은 흐렸다가 맑았다가 바람이 불었다가

오늘처럼 쾌청하기도 했다가 나날이 변화무쌍이다.

 

엄마의 간식선택은 바나나 손톱만큼과 두유 반컵을 드시는 걸로~ ㅎㅎ

그렇게도 좋아하던 달달구리 믹스커피를 엄마는 어떻게 한순간 잊으신걸까?

커피를 마시려 딸을 기다린다던 엄마는, 옆구리 찌르며 커피를 청하던 엄마는 이제 없다.

 

면회실 창밖으로 쌓인 눈을 보며 엄마랑 나누는 겨울이야기~

'엄마~ 창밖엔 눈이 내려 쌓여있어. 눈은 어떻게 내리지?

눈이 왔어? 눈은 펄펄내려서 소복소복 쌓이지. 장항아리 뚜껑에 소복소복~

오~ 울엄마 시인이네. 맞아, 눈은 펄펄내리고 소복소복 쌓이지.

엄마 오늘 아주 으뜸이야. 백점~! 딸이 말하지 않은 소복소복도 먼저 말하구, 참 좋다.

엄마 잘했으니 딸이 상을 줘야지. 엄마 얼굴 보들보들 만져주기~ 맘에 드는 상이지? ㅎㅎ'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 비벼주면 엄마는 따뜻하다고 참 좋아하신다.

눈이 오고 찬바람이 불면 우리집 수도가 꽁꽁 얼기도 했어.

펌프에 물을 비워둬야 하는데 깜빡 잊으면 물이 얼었지.

그러면 불같던 성질 꾹꾹 누르며 아버지가 파이프 아래 불을 피워 녹여주곤 했어.

엄마 생각나? 아버지 성격이 참 무서웠는데 방은 뜨셔야 한다고 방바닥이 타도록 군불도

잘때주고 언물도 잘녹여주셨었지. 춥다고 방으로 세숫물도 떠다주셨는데.....

논바닥 물이 단단히 얼어 매끈해지면 추운지도 모르고 앉은뱅이 썰매랑 외발썰매를 타고 놀았지.

앉은뱅이 썰매는 굵은 철사 두줄과 나무판 몇 쪽만 있으면 뚝딱뚝딱 만들수 있었어.

'엄마, 다시 눈이 어떻게 온다고? 눈은 펄펄내리고 장독에 소복소복 쌓이지. 

엄마 그럼 우리 눈노래 하나 부를까?

펄펄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송이 한얀솜을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펄펄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하얀가루 떡가루를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어려서 부르던 동요를 엄마는 노랫말 하나 안틀리고 잘 부르셨다.

 

기도하는 엄마
엄마랑 한컷~

한시간 남짓 엄마랑 저물어가는 기억여행을 마칠 시간,

담주에 오겠다는 딸과 헤어지는 시간을 아는 엄마가 마무리 기도를 한다.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은총이 기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아멘~'

 

다시 돌아온 내 삶의자리, 노을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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