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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3월 7일

babforme 2024. 3. 8. 12:11

일주만에 엄마에게 간다. 오늘은 첫째 목요일,

어쩌면 엄마 봉성체를 하겠다 싶어 부지런히 달려가는길~

그러나 날짜가 바뀌었는지 두달 연속 봉성체 소식이 없다.

 

엄마의 커피? 두유~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누가 왔는지 모른다네.

목소리를 들어도 모르고 이름을 얘기해줘도 모르고, '보들보들~'얼굴을 만져주며 누굴까? 물어도

  '우르우르 합!'은 하면서도 누군지 모르겠다네. 이런 낭패~

모르겠음 누군지 함 보게 눈 좀 떠봐유~ 딸 목소리에 눈 떴어~ 번쩍 눈을 뜨시네. ㅎㅎ

보이지도 않는 눈을 뜨고 우린 서로 무엇을 보려는 걸까? 

 

딸이 왔다고는 하는데 엄마는 그 딸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딸에게 들은 이름을 말하면서도 그딸이 지금 엄마 얼굴을 쓰다듬고 있는 딸인지

그냥 맥락없는 소리기호인지 알수가 없다. 

'엄마 이름은 뭐야? 내이름은 ㅁ수니~ ㅎㅎ 엄마~ 언제 ㅁ수니로 이름 바꿨어? 정말 엄마 이름이 ㅁ수니야? 아닌가?

유춘자씨~ 네? 유춘자씨 맞아요? 네, 맞아요. 유춘자가 나래요. 엄마 이름이 뭐라고? 내이름은 유춘자지~

아~ 이제 엄마 이름이 생각났구나~ 잘했어요. ㅁ수닌 엄마 작은딸이고 유춘자는 엄마고~ 알았쥬?'

한바탕 의미없는 아무말대잔치~

'엄마 커피마실래요? 커피갖고 왔어? 커피주면 좋지. 아~ 좋아라~ 커피 먹고 싶어.'

따뜻한 두유 한병을 세번에 걸쳐 조금씩 컵에 따라드린다. 엄마는 두유를 커피라고 맛나게 드신다.

'커피는 맛있어. 커피주는 딸이 왔구나~ 그렇지. 커피주는 딸이 왔지? 커피주는 딸이 누구라고?

너지, 커피주는 딸이 너잖아. 아니 커피주는 딸 이름이 뭐야? 모르겠네. ㅁ수닌가?

ㅎㅎ 그만큼만 생각하고 커피드소~ 엄마 커피 더 드실거야? 세잔이나 마셨는데 그만 먹어야지.

너무 많이 먹음 안돼. 딸 돈을 너무 많이 쓰잖아.'

엄마, 바깥엔 진눈깨비 내려서 추워~ 두유커피 따뜻하게 맛나게만 드셔. 드실만큼 사드릴게.

 

좋아하는 커피?도 마셨으니 이제 엄마 자식들 이름 한번 말해봅시다.

'큰딸? ...... 큰아들? ...... 작은아들? ...... 내가 자식이 있어? ㅎㅎ 엄마 결혼은 했었나? 했겠지.

엄마 누구랑 결혼했어? 몰라~ 김인수씨가 누굴까요? 모르는데 왜 물어봐? 바로 김인수씨가 엄마 신랑이야.

엄마가 김인수라는 남자한테 시집을 갔거등~ 시집을 갔으니 애를 낳았을까? 안낳았을까? 

시집갔음 애를 낳았겠지. 맞아~ 엄마가 애들 여섯이나 낳았어. 여섯? 아이구 많이도 낳았네. 

그니까 많이 낳아놓은 자식들은 기억해야지. 이렇게 까맣게 잊고있음 어떻해? 바보조청이라 그래~

바보조청이면 공부해서 알아야지. 

큰딸? 정자, 방배동에 산다고 했지. 큰딸이 정자라고? 방배동사는 딸이 정잔가? 

큰아들은? .....ㅇ지니~ ㅇ지니 안양에 살아. 아~ 글쿠나~ 작은아들은? .....ㅎ지니, ㅎ지닌 원주에 살아요.

작은딸은? .....ㅁ수기? 아니 ㅁ수긴 막내딸이고 작은딸은 ㅁ수니! 아~  ㅁ수니~ ㅁ수닌 어디산다고?

지집에 살겠지. 어디살겠어~' ㅇㅎㅎ~ 맞아 엄마 ㅁ수닌 지집에 살지. 바로 맞췄네.

빵 터져 엄마랑 웃어제끼다 시작한 숫자놀이도 심드렁하니 쉰쯤에서 멈추고, 이제 면회를 끝내야 할 때다.

 

면회 마무리 기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악에서 구하소서!

은총이 가득하신.......이제와 우리 죽을 때 우리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안녕, 엄마 담주에 올게요.

 

진눈깨비 내리는 요양원, 하늘은 의외로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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