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3월 14일 본문
엄마에게 가는 길,
봄을 타는지 천근만근인 몸, 망설이다 안되지 싶어 출발준비를 했으나 늦어진 시간~
운전하는 내내 흐릿한 머릿 속과 무거운 눈꺼풀, 오늘 참 이상하다. 왤케 힘이 들지?
전재, 엄마에게 가는 길에 가장 높은 산마루턱을 뚫어만든 터널을 지나
매화분교가 있던 곳, 암생각없이 운전을 한다.
온몸이 땅으로 꺼지는 느낌으로 기계적으로 잡고 가는 운전대, 뒤에서 경찰차가 앵앵 난리다.
힘들어죽겠는데 저 경찰차는 왜 또 난리야. 안흥 터널을 지나서야 문득 내게 멈추라는 신혼가 하는 생각!
뭐지? 왜 그러는 거지? 갓길에 차를 세우고, 경찰이 달라는 면허증을 꺼낸다.
'좌회전인데 왜 신호무시하고 달렸어요? 경찰차가 뒤에서 달리는데도 그냥 신호를 무시해요?
거기 사고 많이 나는 곳이예요. 사고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제가요? 좌회전신호인데 지나왔나요? 죄송합니다.'
대답하는 내 몰골이 경찰관이 보기에도 정말 처참했는지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
'어디가시는 거예요? 엄마 면회요, 정말 신호무시했는지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엄마 면회가신다니 오늘은 훈방조치로 끝낼게요.
신호등 근처에 속도카메라도 있으니 조심하시구요, 많이 힘들어보이는데 쉬시면서 운전하세요.
네, 고맙습니다.'
일케절케 요양원에 도착, 집에서 챙기던 간식을 이젠 편의점에서 챙긴다.
엄마의 미각에도 문제가 생겼는지 언젠가부터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를 잊으시더니
갑자기 두유를 커피라고 맛있게 드시는데 그 달달구리 두유가 없다.
낭패다. 이 대신 잇몸으로 따뜻한 꿀물을 사들고 엄마 면회신청~!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심드렁하다.
세상 재미없는 표정으로 묻는 말에 대답도 않하시더니
자식들 이름도 모른다, 오늘 누가 왔냐 물어도 모르겠다로 일관하신다.
힘든 딸이 기운내 이미자 노래를 불러도 표정변화가 없다.
'엄마~ 이미자 노래 좋아했잖아~ 이젠 이미자 섬마을 선생님 노래부르기도 싫어? 한번만 같이 불러보자.'
해당화 피고지는..... 웅얼웅얼 입만 조금 달싹거리다 이내 입을 다무는 엄마~
'엄마, 딸도 너무 힘든데 엄마보러 왔거등~ 힘 좀내보소, 응~?
오는 길에 경찰 아저씨한테 혼났어. 왜? 딸이 너무 힘들어서 맥놓고 운전하다가 신호를 위반했대.
어머~ 너 운전도 할 줄 알아? 그럼, 아주 옛날에 엄마 손주들, ㅁ처리, ㅁ누기 어렸을 때 면허땄잖아.
엄마도 내가 차 태워줬는데 생각이 안났나봐. ㅎㅎ
그래서 엄마한테도 차 사드린다고 운전배우라고 했었는데....
내가 바보조청인데 어떻게 운전을 배워~ 아니 그때는 할 수 있었지. 그땐 엄마가 안아플 때 였잖아.
ㅁ수기도 운전하는데.... 막내도 운전해? 세상에나 어떻게 운전을 다하지? 엄마 딸들이 대단하지?
면허도 따고. 그러네. 근데 막내도 오늘 왔어? 아니, 막내는 직장다니니까 못왔지.
엄마 누가 젤 보구싶어? 내가 엄마보러 오라고 연락해줄게. 다 보구싶지. 자식인데 왜 안보고 싶겠어.
엄마 자식들 생각이 이제 났어? 다 모른다더니..... 이제 슬슬 생각이 나는구나, 다행이네.'
'엄마 꿀물 커피 함 드셔볼래?
커피? 그래 한잔 줘봐.' 엄마는 꿀물을 한잔 받아드신다.
'맛있어? 더 드릴까? 아니, 오늘 커피는 좀 이상하네. 안먹을래.
세상에 커피 종류가 무지 많은데 오늘은 커피가져오는 딸이 꿀물 커피를 가져왔거등~
와~ 울엄마 입맛 제대로 살아있는데...... 그럼 입맛이 살았으니 밥을 먹지. 맞아요. ㅎㅎ'
'엄마 오늘 날씨가 아주 좋아, 꼭 봄같아~ 봄엔 모가 피지? 꽃이 피지, 잎사구도 새로 나고.
맞아, 울 엄만 똑똑하대니...... 내가 바보조청인데 몰 똑똑해~
엄마 꽃이 피면 꿀 빨러 누가 날아오지? 벌이 오지. 그치? 벌도 오고 나비도 오지? 응~
그럼 엄마 우리 나비야 노래 한번 부를까? 그러던지.'
엄마는 나비야도 조금 부르다 마신다. 세상 재미없는 표정으로 중얼중얼하시다 마는 노래부르기.
'엄마 힘들어? 들어가실래? 응, 들어갈래.'
숫자놀이도 영 재미없게 딱 오십까지로 끝내고, 30여분만에 면회가 끝이 났다.
면회시간이 늦어져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면회를 끝낸 시간이 늦지않았을 때보다 더 빨랐다는~ ㅠㅠ
힘든 몸 이끌고 돌아오는 길, 정신바짝 차려 교통신호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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