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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3월 14일

babforme 2024. 3. 18. 22:04

엄마에게 가는 길,

봄을 타는지 천근만근인 몸, 망설이다 안되지 싶어 출발준비를 했으나 늦어진 시간~

운전하는 내내 흐릿한 머릿 속과 무거운 눈꺼풀, 오늘 참 이상하다. 왤케 힘이 들지?

전재, 엄마에게 가는 길에 가장 높은 산마루턱을 뚫어만든 터널을 지나 

매화분교가 있던 곳, 암생각없이 운전을 한다.

온몸이 땅으로 꺼지는 느낌으로 기계적으로 잡고 가는 운전대, 뒤에서 경찰차가 앵앵 난리다. 

힘들어죽겠는데 저 경찰차는 왜 또 난리야. 안흥 터널을 지나서야 문득 내게 멈추라는 신혼가 하는 생각!

뭐지? 왜 그러는 거지? 갓길에 차를 세우고, 경찰이 달라는 면허증을 꺼낸다.

'좌회전인데 왜 신호무시하고 달렸어요? 경찰차가 뒤에서 달리는데도 그냥 신호를 무시해요?

거기 사고 많이 나는 곳이예요. 사고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제가요? 좌회전신호인데 지나왔나요? 죄송합니다.'

대답하는 내 몰골이 경찰관이 보기에도 정말 처참했는지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 

'어디가시는 거예요? 엄마 면회요, 정말 신호무시했는지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엄마 면회가신다니 오늘은 훈방조치로 끝낼게요.

신호등 근처에 속도카메라도 있으니 조심하시구요, 많이 힘들어보이는데 쉬시면서 운전하세요.

네, 고맙습니다.'

 

엄마가 드시는 두유가 없다. 이런 낭패다. 이 대신 잇몸으로 따닷한 꿀물 한병

일케절케 요양원에 도착, 집에서 챙기던 간식을 이젠 편의점에서 챙긴다.

엄마의 미각에도 문제가 생겼는지 언젠가부터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를 잊으시더니

갑자기 두유를 커피라고 맛있게 드시는데 그 달달구리 두유가 없다.

낭패다. 이 대신 잇몸으로 따뜻한 꿀물을 사들고 엄마 면회신청~!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심드렁하다. 

세상 재미없는 표정으로 묻는 말에 대답도 않하시더니

자식들 이름도 모른다, 오늘 누가 왔냐 물어도 모르겠다로 일관하신다.

힘든 딸이 기운내 이미자 노래를 불러도 표정변화가 없다.

'엄마~ 이미자 노래 좋아했잖아~ 이젠 이미자 섬마을 선생님 노래부르기도 싫어? 한번만 같이 불러보자.'

해당화 피고지는..... 웅얼웅얼 입만 조금 달싹거리다 이내 입을 다무는 엄마~

'엄마, 딸도 너무 힘든데 엄마보러 왔거등~ 힘 좀내보소, 응~?

오는 길에 경찰 아저씨한테 혼났어. 왜? 딸이 너무 힘들어서 맥놓고 운전하다가 신호를 위반했대.

어머~ 너 운전도 할 줄 알아? 그럼, 아주 옛날에 엄마 손주들, ㅁ처리, ㅁ누기 어렸을 때 면허땄잖아.

엄마도 내가 차 태워줬는데 생각이 안났나봐. ㅎㅎ

그래서 엄마한테도 차 사드린다고 운전배우라고 했었는데....

내가 바보조청인데 어떻게 운전을 배워~ 아니 그때는 할 수 있었지. 그땐 엄마가 안아플 때 였잖아. 

ㅁ수기도 운전하는데.... 막내도 운전해? 세상에나 어떻게 운전을 다하지? 엄마 딸들이 대단하지?

면허도 따고. 그러네. 근데 막내도 오늘 왔어? 아니, 막내는 직장다니니까 못왔지.

엄마 누가 젤 보구싶어? 내가 엄마보러 오라고 연락해줄게. 다 보구싶지. 자식인데 왜 안보고 싶겠어.

엄마 자식들 생각이 이제 났어? 다 모른다더니..... 이제 슬슬 생각이 나는구나, 다행이네.'

 

'엄마 꿀물 커피 함 드셔볼래?

커피? 그래 한잔 줘봐.' 엄마는 꿀물을 한잔 받아드신다.

'맛있어? 더 드릴까? 아니, 오늘 커피는 좀 이상하네. 안먹을래.

세상에 커피 종류가 무지 많은데 오늘은 커피가져오는 딸이 꿀물 커피를 가져왔거등~

와~ 울엄마 입맛 제대로 살아있는데...... 그럼 입맛이 살았으니 밥을 먹지. 맞아요. ㅎㅎ'

 

'엄마 오늘 날씨가 아주 좋아, 꼭 봄같아~ 봄엔 모가 피지? 꽃이 피지, 잎사구도 새로 나고.

맞아, 울 엄만 똑똑하대니...... 내가 바보조청인데 몰 똑똑해~

엄마 꽃이 피면 꿀 빨러 누가 날아오지? 벌이 오지. 그치? 벌도 오고 나비도 오지? 응~

그럼 엄마 우리 나비야 노래 한번 부를까? 그러던지.

엄마는 나비야도 조금 부르다 마신다. 세상 재미없는 표정으로 중얼중얼하시다 마는 노래부르기.

'엄마 힘들어? 들어가실래? 응, 들어갈래.'

숫자놀이도 영 재미없게 딱 오십까지로 끝내고, 30여분만에 면회가 끝이 났다.

 

방으로 가시기 전 마무리 기도하시는 엄마
딸과 인증샷~

면회시간이 늦어져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면회를 끝낸 시간이 늦지않았을 때보다 더 빨랐다는~ ㅠㅠ

힘든 몸 이끌고 돌아오는 길, 정신바짝 차려 교통신호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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