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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동생이랑 3월 18일

babforme 2024. 3. 22. 19:54

년전 고관절 수술 뒤 정기검진차 병원에 온 동생이랑 엄만테 간다.

병원에서 바로 출발하려던 계획은 휴대폰을 깜빡한 내 기막힌 정신머리에 어그러지고,

집으로 돌아와 휴대폰 챙겨 다시 출발~

지난번 면회, 누가 젤로 보구싶으냐 딸이 묻자 내새끼 다보구 싶지~ 하던 엄마에게

다른 새끼 하나 더 델구 달려간다.

 

엄마의 새로운 커피~?

이런~ 근데 달달한 두유를 커피라고 맛나게 드신지 꽤 된 엄마에게 드릴 두유가 편의점에 없다.

지난번에도 없어서 꿀물을 대신 드렸더니 이번 커피는 맛이 읎어 그만 먹을래 하셨는데.....

하여 꿀물과 달지 않은 두유를 함께 섞어드리기로 했다.

 

면회실로 나오는 엄마는 등장부터 평소와 다르다.

늘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고, 먼 허공을 살피시는 엄마는 이미 어딘가에 생각이 꽂혀 한참 흥분한 상태~

한쪽을 향한 엄마의 뒤죽박죽 시간 속 여행?에 딸들이 동행할 시간~

 

'엄마, 잘지냈어? 누가 왔을까? 딸이 왔지. 오늘은 엄마 막내딸도 같이 왔어. 엄마 막내딸이 누구더라~?

ㅁ수기? 맞아, 엄마 오늘 ㅁ수기도 엄마보러 왔어. 근데 어떻게 왔어? 이쁜 아가씨가 알려줬어?

이쁜 아가씨? 이쁜 아가씨가 누군데? 아니 몰라~ 내가 어떻게 거길 갔는지 모르겠는데 김치광에서 못나와갖구~

엄마, 김치광에서 못나와서 고생했어? 근데 이쁜 아가씨가 말해줬니?

응, 이쁜 아가씨가 말해줘서 엄마를 우리가 김치광에서 구해냈잖아~

아유~ 고마워라~ 근데 이쁜 아가씨가 너한테 말했어? 내가 김치광에서 못나와갖구......

엄마 김치광엔 왜갔어? 몰라, 근데 이쁜 아가씨가.....내가 눈이 안뵈켜서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내가 김치광에 갔는데 못나왔잖아~ 이쁜 아가씨가 말했어?

응, 이쁜 아가씨가 말해줘서 우리가 왔지. 엄마 구하러~ 

오긴 뭘 와~ 학교 끝나고 오면 되는데.....아~ 글네, 학교마치면 집에 와 엄마보는데 우리가 일삼아 왔네.

이쁜아가씨가 말해줬구나~ 내가 눈이 안뵈켜서 얼마나 울었는데.....'

 

시시때때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서로 다른 말을 하며 우하하~ 웃기도 하고,

오빠는 왔냐 물어 안왔다니 엄마아들이 아닌 엄마 오빠, 창현이를 불러내기도 하고,

여기저기 이것저것 뒤섞여 순간순간 생각나는 대로 하시는 말씀이긴 했으나 맥락은 하나였다.

눈이 안뵈켜서 혼자 울었다는~

아흔여섯 엄마는 정신줄 놓으신 오늘에서야 맘놓고 꽁꽁 숨겼던 당신 속내를 보여주셨네.

아아~ 딸 마음을 무너뜨리는 말씀, 눈이 안뵈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

황반변성으로 시력을 잃기 시작해 완전히 중도실명한 세월이 벌써 12년, 엄마는 잘극복하셨다고 쉽게 생각했다.

어쩌면 자식들은 그런 엄마가 잘이겨내신거라 믿고 싶었던거겠지.

밤마다 혼자 우셨으면서 자식들 걱정한다고 한번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엄마,

그 엄마가 오늘은 이성으로 꾹꾹 눌러 치매가 아니면 절대 하지 않을 속얘기를 해맑게 하신다.

점점 어두워지는 눈으로 살던 집에서도 길을 잃어 황망할 때,

방문을 찾아 더듬거리며 헤메다 마침 방문한 검침원 도움으로 방문을 찾았을 때 얼마나 혼자 우셨을까?

대처에서 제 살길들 찾아 바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더 씩씩하고 용감?해지셔야 했던 엄마는

놀러온 할머니들도 다 돌아가 혼자 남은 밤에 더듬더듬 화장실 찾아가며 얼마나 우셨을까~

김치광에서 못나와 애태운 얘기는 바로 그런 엄마의 마음이 투영된 거겠지.

예전 엄마가 방에서 나왔다가 헤맬 때 엄마를 도와준 검침원은 이쁜아가씨인 게고.

두유에 꿀물을 타서 커피라고 드린다.

엄마 커피 한잔 드셔~ 요즘엔 커피종류가 무지 많은데 오늘은 꿀물두유커피를 가져왔거든~

엄마는 눈이 안뵈켜서 울었다는 얘기 사이사이로 커피가 맛있다며 두유커피를 드신다.

 

뒤죽박죽 시간여행을 멈출 생각이 없는 엄마는 방에 들어가시려 하지 않고,

요양원측에선 길어지는 면회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 시작한다.

엄마가 오래 앉아계시면 힘들어서 밤에 못주무신다며, 몬 면회를 일케 자주 오는가 안들리듯 다 들리게 궁시렁궁시렁,

그러나 엄마는 들어가실 생각이 없고.....

오늘 아마도 엄마는 밤잠을 못주무실거다. 이렇게 들떠있는 모습이 쉬이 진정될 것 같지는 않으니.

 

엄마는 무엇을 보고 계신걸까?

억지로 등떠밀어 엄마를 방으로 모시고 동생과 새말에서 좀 늦은 점심을 먹는다.

이제 부지런히 숸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동생이 일터가 있는 산청으로 떠나면 나는 무너진 가슴 쓸어내리며 참았던 눈물콧물을 쏟겠지.

눈이 안뵈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엄마의 말을 되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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