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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3월 29일

babforme 2024. 3. 31. 20:12

이러저러 바쁜 때라 엄마 면회가 늦어졌다. 오늘 시간을 내지 않으면 2주를 넘길 것 같아 시간을 살핀다.

지난주 월욜에 가고 오늘이 29일 금욜이니 열하루만에 가는 거네.

울 구역 성체조배 담당시간이 9-10시라 엄마 면회시간을 맞출 수 있어 참 다행이다~

2주 연속 달달구리 두유를 살 수 없던 시골 편의점을 믿을 수 없어 준비한 16개들이 두유 한상자,

집에서 뜨끈하게 뎁혀 보온병에 담으니 엄마에게 갈 준비가 끝났다.

 

 면회실로 나오는 엄마는 또 한참 흥분하신 것 같다.

지난 18일 막내와 면회왔을 때의 그 모습, 오늘 엄마는 '병아리'에 꽂히셨다.

휠체어를 밀고 나오시는 사무장님과 병아리 얘기를 수도 없이 하신다.

 

병아리 얘기를 하며 역정을 내시는 엄마

'엄마 딸이 왔는데, 어떤 딸이 왔을까? ㅁ수니가 왔겠지.

근데 너 병아리 모이 줬니? 아니, 안줬는데, 엄마 언제 병아리 사왔어?

병아릴 사왔는데 시원치 않아서 내가 내버려뒀어. 그랬더니 죽었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몰 어떻게 해?

넌 모이도 안주고 몰 그리 꼬치꼬치 묻냐?' 엄마는 뜬금포로 역정을 내시고.....

'아~ 엄마가 병아리가 잘못커서 속상했구나~ 그렇지. 내버려뒀다가 내가 잡았거든.

잡아보니 한 줌 밖에 안되잖아. 아주 쪼꼬매서 저기 모여앉은 할아범들 주고 너랑 나는 먹지 말자구.....

병아리가 너무 작아 엄마랑 나는 먹을 게 없다는 거지? 알써요. 

근데 넌 왜 그리 꼬치꼬치 캐묻니? 좀 조용히 해라. 왜 이렇게 시끄럽게 떠들어대?

사람들이 숭봐. 어디서 주책바가지가 왔다고.....'

엄마는 요양원에 오시기 전 집에 계실 때 시끄럽다고 말도 못하게 하던 그때처럼 조용히 하라고 성화, 성화!

 

따끈한 두유 커피를 드시는 엄마

집에서 타왔냐며 따끈해서 더 맛있다고 잘 드신다. 

한잔 더드린다는 딸에게 사람들이 많이 먹는다 숭보니 좀 있다 슬쩍 주라시네. ㅎㅎ

그렇게 슬쩍 두 잔째 드시고 더 먹음 안된다고 절제미?를 보이는 엄마,

괜찮아요. 드실수 있을 때 양껏 드셔. 엄마 맘껏 드실만큼 두유 살 돈 있어요. 걱정마셔~ 

 

오늘 엄마는 엄마만의 세상에 병아리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을 품고 계셨다.

저 사람들 밥은 줬냐고, 배고플텐데 밥 좀 해주라네.

나는 갑자기 바빠졌다. 병아리 모이도 주고, 동네 사람들 배고프지 않게 밥도 해야 하고,

말없이 조용하게 되묻지도 말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말도 잘들어야 하고...... ㅎㅎ

조금이라도 말을 하면 엄마는 역정을 내신다. 주책 좀 떨지 말라고, 사람들이 숭본다는데

몇 마디 더 했더니 술 취해서 왔냔다. 이거야 원~

'딸이 몬 술을 마셔. 운전을 어떻게 하라고? 딸이 엄마보러 비 속에 운전하고 지금 막 왔는데 술을 어떻게 마셔? ㅎㅎ

에구~ 너 운전도 할 줄 아니? 언제 운전을 배웠어? 오래됐지. 엄마 내가 엄마랑 동네 아줌마들 태우고 밥먹으러도 가고

병원도 가고 그랬는데 그건 생각이 하나도 안나? 니가 언제 나를 태워줬다는거야?

근데 너 병아리 모이는 줬어? 모이도 안줬으면서 몬 병아릴 먹으려 해?

엄마, 엄마랑 나는 병아리 작아서 안먹기로 했잖아. 우린 굶자고 엄마가 말해놓고.....'

엄마는 역정도 냈다가 딸이 와서 좋기도 했다가 사람들 이목에 조심도 했다가

학교 파했는지 궁금도 했다가 지난 18일처럼 엄마만의 세상에서 뒤죽박죽 엄마 맘대로다.

 

'엄마, 오늘 엄마 자꾸 역정을 내시네. 뭐 속상한 거 있어요? 아님 딸이 모 잘못한거 있나?

병아리를 내버려뒀더니 병아리가 잘못됐어. 그래서 내가 나한테 화나는거야.

아~ 엄마한테 화가 난거? 엄마, 병아리 모이 주면 되지 모 그거 갖고 화를 내고 그래~'

병아리 생각을 바꿔보려 말돌리기, '엄마~ 오늘 비가 오네. 비가 오면 따뜻해지겠지?

비가 그치면 봄이 왕창 올거야. 밖엔 새싹이 푸르스름 나왔고, 목련꽃이 다 피었어. 개나리도 노랗게 피었고.

아~ 꽃이 폈구나. 그럼, 진달래도 피었는걸. 근데 병아리 모이줬어? 이 오티는 누구꺼야?'

자꾸 옷소매를 잡아당기는 엄마에게

'이거 엄마꺼, 딸이 엄마 춥지 말라고 사줬잖아. 그니가 편하게 입고 계셔도 돼. 아~ 그래?'

그 뒤로도 엄마는 역정도 냈다가 하하 웃기도 했다가 감정이 널을 뛰는 상황,

'내가 병아릴 내버려둬서 병아리가 너무 작아..... 근데 너 왜 이렇게 시끄럽니? 좀 조용히 해라, 사람들이 다쳐다본다,

주책바가지가 왔다고 숭본다니까'를 무한반복...... ㅠㅠ

 

엄마, 힘들지. 이제 방으로 들어가 쉬셔야지.

'아니, 병아리 모이줬니? 아버지 밥은 드렸어? 응, 아버지 밥 차려드렸어.

아까 엄마가 잡은 병아리도 아버지 잡수라고 드렸어.

엄마, 이제 엄마 들어가셔야 하니 기도 하자.'

엄만 심통이신지 성호경도 억지로 긋고 기도는 안하시고 

딸이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할 때 '그래서?'

'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할 때는  '어쩌자고'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니 '몰?' 하며 추임새?만 넣으신다. 

반항끼 가득한 주모경을 바치고 아직은 들어가기 싫은 엄마,

아버지 밥드렸니? 또다시 묻는 엄마에게 아버지 밥 차려드리고 오겠다며 서둘러 나온 요양원,

엄마, 담주엔 어디 한곳에 꽂히지 않은 평소의 엄마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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