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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큰아들이랑 4월 10일

babforme 2024. 4. 22. 16:08

일찌감치 투표를 끝내고 시간이 된다는 큰아들과 엄마 면회를 간다.

지난주 큰오빠네랑 겹치기 면회 때 엄마는 나름 컨디션이 좋았는데......

오늘은 또 어떤 모습으로 손주와 딸을 맞이하실까?

 

오오~ 면회실로 나오시는 엄마는 예사롭지 않다. 이미 잔뜩 흥분한 모양새~

번쩍 뜬 눈은 엄마의 과거 어느 한순간과 현재를 뒤섞어 오간다.

오늘, 아무래도 엄마의 시간여행을 따라잡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할듯하다.

 

'엄마~ 누가 왔을까? 글쎄요, 누가 왔을까요? 목소릴 잘 들어봐요.

엄마 목소리 들으면 누군지 안다고 했잖아~ 글쎄 누가 왔을까? 딸이 왔나? ㅁ수니~.

맞아 딸이 왔지. ㅁ수니도 오고 또 누가 왔을까? 누가 왔는지 말해봐라~

엄마 손주 ㅁ철이가 같이 왔지. ㅁ처리도 같이 왔어?

어느 순간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엄마는 힘들었던 과거의 어느 시점, 시장에 와 계신다.

'나 데리러왔니? 장다봤으니 빨리 집에 가야지. 누가 얘기하디?

응~ 집에 갔더니 엄마 장보러가고 없어서 시장으로 엄마 찾으러 왔지. 그래?

말무덤쪽으로 해서 갈까? 왜 멀리 돌아가게? 말무덤쪽으로 돌아가면 너무 힘들잖아......

너 차갖고 왔지? 응, 차갖고 왔으니 짐싣고 가지 뭐~

빨리 집에 가서 밥해야지. 급할거 없어. 엄마, 금방가는데 뭐. 너 운전도 할 줄알아?

그럼, 오늘도 운전해서 왔잖아. 엄마도 내가 운전하는차 여러번 타놓고는~ 그랬나? ㅎㅎ'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엄마는 과거 어느 시점을 자유롭게 넘나드신다.

 

손주 또는 면장님, 동네 어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엄마~

손주 손을 잡고 빨리 집에 가자고 하시다가 문득,

 '부끄러워서...... 모가 부끄러운데? 입성도 제대로 못갖추고, 사모님이 이옷을 입으라고 주셨어.

어떤 사모님이? 면장님 사모님이 옷도 주고 먹을 거도 주고......

와~ 면장사모님이 엄마 옷도 주고 먹을 것도 줬어요? 엄마 디따 좋겠네.

아유~ 얘는 내가 부끄러워서...... 내가 못사니까~ 빨리 집에 가자, 부끄러워서...... 집에 가서 밥도 하고......

아이구~ 아저씨도 장보러 오셨어요?' 

갑자기 손주가 동네 아저씨가 되더니 면장님도 되고,

아들도 엄마의 과거 여행에 동참하며 역할놀이 하느라 아주 바빠졌다. 

 

맛있는 두유커피~

딸이 준 맛있는 두유커피를 엄마만의 세계에 존재하는 면장 사모님이 주신거라

엄마는 또 부끄럽고 황송하게 몸둘바를 모르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깍듯한 인사 뒤에 맛있게 드신다.

화제를 바꿔보려는 딸의 어떤 시도도 엄마의 과거로 끌어들여 무용지물로 만들던 엄마는

멈출 줄 모르고 부끄럽고 황송했다가 급하게 빨리 집에 가셔야 하고,

장본 것을 들고 말무덤을 돌아갔다가 다시 동네 어르신을 만나 이웃사촌 인사를 나누고

사모님께 고마운 인사치례도 해야해 엄마도, 엄마의 과거 여행에 동참한 아들과 나도 아주 바쁜 시간였지.

 

엄마의 과거여행을 함께 하느라 바빴던 엄마와 손주와 딸과 인증샷~

한시간 남짓 엄마의 여행에 동참해 정신없이 바빴던 우리의 여행은 끝났다.

집에 빨리 가서 밥을 해야한다며 방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엄마랑 다음주에 다시 오겠다는 인사로 작별을 한다.

엄마의 밤잠 컨디션을 생각하면 흥분한 엄마를 이쯤에서 쉬게 해드리는 게 옳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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