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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4월 17일

babforme 2024. 4. 22. 16:57

엄마에게 간다.

엄마가 커피로 알고 맛있게 드시는 두유를 보온병에 담아들고.

오늘 엄마는 또 어떤 모습으로 딸을 맞아주실까?

 

요양원 정원에 핀 튤립
면회실로 나온 엄마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요근래 가장 차분한 모습을 하고 계신다.

달떠서 끊임없이 하시던 시간여행도 멈추시고 번쩍 떴던 눈도 꾹 감으신채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컨디션이다.

이럴 땐 엄마가 즐기고 좋아하는 커피얘길 해야지. ㅎㅎ

 

딸이 내민 두유커피를 드시는 엄마~

무심한 엄마에게 말을 건넨다.

'엄마, 누가 왔게? 글쎄요. 잘모르겠는데요. 목소릴 잘들어봐요~ 누군가 알수 있을 걸~

여기 젤 많이 오는 사람, 엄마한테 커피도 젤 잘주는데...... 누굴까?

아~ 딸이 왔구나~ ㅁ수니, 맞아요. ㅁ수니가 왔지. 엄마 좋아하는 커피드릴까?

커피 좋지. 갖구 왔음 빨리 주지. 왜 그러고 있어? 

좀 기다리셔, 지금 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잖아유~ ㅎㅎ'

딸이 건네주는  따뜻한 두유커피를 맛있게 두 잔 받아드신 뒤에야 엄마는 조금 기분이 살아났다.

오랜만에 숫자놀이도 하고, 큰딸부터 막내까지 겨우겨우 이름도 기억해내고.....

그것도 금방 심드렁해진 엄마랑 다시 봄꽃 얘기를 한다.

'엄마~ 정원에 튤립이 이쁘게 폈어. 꽃이 피면 누가 올까? 꽃에 있는 꿀먹으러 날아오는 친구들인데~

꽃이 폈다고? 꽃이 피면 나비가 날아오지. 맞아, 엄마 나비는 어떻게 날아올까?

훨훨 날아오지, 몰 어떻게 날아와~ 그러네. 훨훨 날아오네. 울엄마 아주 대단해요.

엄마 그럼 우리 나비노래도 한번 부를까? 그러든지......'

엄마는 아무런 표정없이 딸이 부르는 나비야 나비야를 같이 부르고, 

엄마의 심드렁한 시간이 그렇게 흘러간다.

 

몇 주만에 바쳐보는 주모경~

혼자 떠난 엄마의 시간여행으로 바빴던 몇 주간 엄마는 기도하는 것도 마다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당신의 말씀만 줄곳 하시더니

그래도 오늘은 마무리 기도하자는 딸의 말에 두손을 모으시네.

진지한 엄마의 표정, 혼신을 다해 바치는 엄마의 기도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가 닿았을까?

 

엄마랑 헤어지기 전 찍는 인증샷~
늘 막히는 길, 숸에 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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