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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3-4일, 엄마 2- 세딸들과 엄마집에서 마지막 날 본문

엄마 이야기

2022년 1월3-4일, 엄마 2- 세딸들과 엄마집에서 마지막 날

babforme 2022. 1. 12. 15:36

밤새 안녕?했던 엄마의 아침은 물 한모금 마시는 것으로 시작됐다.

엄마를 안아일으키다 갑자기 '우두두~' 나는 소리,

순간 움직일 수 없는 허리, 어쩔?

 

목욕하는 엄마

큰언니랑 함께 엄마를 가까스로 화장실로 모시고,

엄마는 오랫동안 변기에 앉아계셨으나 오줌량은 겨우 새오줌만큼이다.

민폐끼치기 싫은 엄마의 성정은 도움을 받아야하는 상황을 오래 참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때문일까? 엄마의 배변기능이 많이 떨어져있다. 

'엄마~ 화장실 들어온김에 아예 목욕할까? 낼모레 신부님 봉성체 오실때 엄마 깔끔하면 좋잖아요.

그래, 그럴까~? 그럼 좀 씻겨줘!'

엄마 마음 변하기 전에 목욕걸상 챙기고 따뜻한 물을 받는다.

처음 본 엄마의 벗은 몸은 사윌대로 사위어 뼈만 앙상하다.

살면서 엄마랑 목욕 한번 해보질 않았으니...... 

큰언니는 비누질을 하고 나는 아픈 허리 세운 채 물을 뿌리며 엄마 목욕이 끝났다.

 

씻고 나와 깔끔해진 엄마
썰렁한 목에 스카프를 매드리고~

목욕 뒤 (로션도 바르고 허전한 목에 스카프도 멋스럽게 두르고)

꽃단장을 끝낸 엄마는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앉아계셨다.

(갑자기 세딸들이 시간을 내 함께 오고 같이 자고 이웃들도 찾아오고

손.발톱정리에 목욕도 하면서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신 표정~)

 

큰언니가 물을 먹여드리고, 동생은 밥그릇을 들고 기다린다.
밥 한숟가락 뜨는 엄마를 보면서 애써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는 큰언니
아침도 드시고 커피 입가심까지 한 엄마 - 곱고 편안하다.

목욕 뒤 잠시 쉬는 엄마에게 아욱된장국에 밥말아 조금 드시자니 '조금 줘~' 하신다.

준비한 밥을 동생이 받쳐들고 엄마는 숟가락질을 혼자서도 하신다.

숟가락질이 힘들다 해 어제 저녁엔 먹여드렸는데,

하룻밤, 몇 시간 사이에 엄마는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점심 뒤 시원한 동치미국물도 드시고~
아메리카노 한모금으로 입가심까지

그렇게도 못드시던 엄마가 아욱된장국에 만 밥 한숟가락을 점심에도 깨끗이 비우셨다.

어제 저녁엔 떠먹여드려야 했는데 아침엔 밥그릇을 받쳐드리자 스스로 숟가락질을,

점심엔 혼자 밥그릇까지 들고 식사를 하셨다. 

오~ 놀라운 회복력, 미운딸년이 일전에 챙겨온 보리새우아욱된장국이 엄마 입맛에 맞았나보다.

진작에 이러셨음 요양원 안가셔도 됐는데, 결정은 됐고 이미 늦은 상황에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세딸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흡족하셨는지 엄마 얼굴에 모처럼 웃음끼가 묻어난다.

함께 웃는 이쁜막내딸은 눈물이 그렁하고, 이제 정말 얼마남지 않은 이 집에 머무는 시간!

엄마와 아버지와 어린시절 복작이던 형제자매들의 작은 역사가 저물고 있다.

 

친정에서 먹는 미운딸의 밥 한숟가락이 목에 꺽꺽 걸린다.
요양원으로 떠나기 전- '아무데도 안갑니다.'를 무한 반복하던 엄마

어딘가로 보낼 것 같아 자식들에게 노여웠던 마음이 이제 조금씩 풀리는 것 같은데.....

요양원으로 꼭 가셔야 하나 아쉬운 마음, 요양원으로 모시는거 그만두자고 나도 떼쓰며 울고 싶다.

시간이 다 되면서 어수선해지는 집 안팎, 큰오빠, 작은오빠네가 들어오고

엄마는 긴장한 채 '아무데도 안갑니다. 여기 있을겁니다.'를 무한 반복하신다.

갑자기 엄마를 모셔갈 요양원 차 고장(?)에 내 차로 엄마를 모시기로~

먹먹한 가슴으로 차를 빼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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