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2022년 1월3-4일, 엄마 2- 세딸들과 엄마집에서 마지막 날 본문
밤새 안녕?했던 엄마의 아침은 물 한모금 마시는 것으로 시작됐다.
엄마를 안아일으키다 갑자기 '우두두~' 나는 소리,
순간 움직일 수 없는 허리, 어쩔?
큰언니랑 함께 엄마를 가까스로 화장실로 모시고,
엄마는 오랫동안 변기에 앉아계셨으나 오줌량은 겨우 새오줌만큼이다.
민폐끼치기 싫은 엄마의 성정은 도움을 받아야하는 상황을 오래 참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때문일까? 엄마의 배변기능이 많이 떨어져있다.
'엄마~ 화장실 들어온김에 아예 목욕할까? 낼모레 신부님 봉성체 오실때 엄마 깔끔하면 좋잖아요.
그래, 그럴까~? 그럼 좀 씻겨줘!'
엄마 마음 변하기 전에 목욕걸상 챙기고 따뜻한 물을 받는다.
처음 본 엄마의 벗은 몸은 사윌대로 사위어 뼈만 앙상하다.
살면서 엄마랑 목욕 한번 해보질 않았으니......
큰언니는 비누질을 하고 나는 아픈 허리 세운 채 물을 뿌리며 엄마 목욕이 끝났다.
목욕 뒤 (로션도 바르고 허전한 목에 스카프도 멋스럽게 두르고)
꽃단장을 끝낸 엄마는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앉아계셨다.
(갑자기 세딸들이 시간을 내 함께 오고 같이 자고 이웃들도 찾아오고
손.발톱정리에 목욕도 하면서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신 표정~)
목욕 뒤 잠시 쉬는 엄마에게 아욱된장국에 밥말아 조금 드시자니 '조금 줘~' 하신다.
준비한 밥을 동생이 받쳐들고 엄마는 숟가락질을 혼자서도 하신다.
숟가락질이 힘들다 해 어제 저녁엔 먹여드렸는데,
하룻밤, 몇 시간 사이에 엄마는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그렇게도 못드시던 엄마가 아욱된장국에 만 밥 한숟가락을 점심에도 깨끗이 비우셨다.
어제 저녁엔 떠먹여드려야 했는데 아침엔 밥그릇을 받쳐드리자 스스로 숟가락질을,
점심엔 혼자 밥그릇까지 들고 식사를 하셨다.
오~ 놀라운 회복력, 미운딸년이 일전에 챙겨온 보리새우아욱된장국이 엄마 입맛에 맞았나보다.
진작에 이러셨음 요양원 안가셔도 됐는데, 결정은 됐고 이미 늦은 상황에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세딸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흡족하셨는지 엄마 얼굴에 모처럼 웃음끼가 묻어난다.
함께 웃는 이쁜막내딸은 눈물이 그렁하고, 이제 정말 얼마남지 않은 이 집에 머무는 시간!
엄마와 아버지와 어린시절 복작이던 형제자매들의 작은 역사가 저물고 있다.
어딘가로 보낼 것 같아 자식들에게 노여웠던 마음이 이제 조금씩 풀리는 것 같은데.....
요양원으로 꼭 가셔야 하나 아쉬운 마음, 요양원으로 모시는거 그만두자고 나도 떼쓰며 울고 싶다.
시간이 다 되면서 어수선해지는 집 안팎, 큰오빠, 작은오빠네가 들어오고
엄마는 긴장한 채 '아무데도 안갑니다. 여기 있을겁니다.'를 무한 반복하신다.
갑자기 엄마를 모셔갈 요양원 차 고장(?)에 내 차로 엄마를 모시기로~
먹먹한 가슴으로 차를 빼러 나간다.
'엄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년 1월 7일, 엄마 -요양원 입소 뒤 첫면회 (0) | 2022.01.12 |
---|---|
2022년 1월 3-4일, 엄마 3-엄마 요양원 강제?입소하다 (2) | 2022.01.12 |
2022년 1월 3-4일, 엄마 1-세딸들과 집에서 마지막 밤 (0) | 2022.01.12 |
12월 31-2022년 1월 1일, 엄마 / 1월 2일,엄마 (0) | 2022.01.02 |
12월 30일, 엄마 (0) | 2022.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