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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2022년 1월 1일, 엄마 / 1월 2일,엄마 본문

엄마 이야기

12월 31-2022년 1월 1일, 엄마 / 1월 2일,엄마

babforme 2022. 1. 2. 17:42

오후 2시 30분쯤 옆지기가 보낸 톡, 퇴근하는 중이니 엄마한테 갔다오자고~

엄마 상태에 따라 교대날짜가 왔다갔다하다가 1월 첫주 월 화 수로 교대날짜가 정해진 상황에서 갑자기?

 꼭 가야한다니 나름 혼자만의 엄청난 계획을 세웠나보다.

안흥 갈 준비가 안됐다니 간단히 죽이나 사가자고~

'무슨소리, 엄마 죽이 아니라 우리가 간단히 먹을수 있는 음식을 준비해가야 함다요.

엄마는 암 것도 못드시는데 우리 먹자고 거기서 음식을 할 것도 아니고......

우리가 지금 갑자기 가면 올케언니가 저녁준비에 부담이 된다구요.'

살면서 계속 느끼는거지만 남자사람들은 참 단순해 편하겠단 생각이다.

폭폭~ 쉬는 한숨이 느껴졌는지 얼른 시장가서 국이나 찌개같은 걸 사가자네.

어쨌든 꼭 가야한다는 옆지기 고집에 급하게 찾은 화서시장.

무엇을 사갈까 전화를 해도 올케언니는 대답이 없고, 내맘대로 부대찌개 밀키트보리새우아욱된장국을 사든다.

그리고 올케언니와 뒤늦게 연결된 전화,

'아~ 상담(오잉~ 무신 상담? 고개 갸웃하며) 좀 하느라 전화 못받았어요. 걍 와요~

방배동형님이 사온 갈비탕있으니 그거 먹음돼요. 알았어요. 달달구리 케잌 하나 살까요? 네, 그러든지요.'

빠바에서 케잌과 샌드위치를 사들고 호다닥 집으로.....

옆지기는 그새 집에 와 있고, 나는 급히 장바구니를 챙긴다.

부대찌개와 된장국, 케잌과 샌드위치, 콜드부르커피 한병을 담으니 제법 묵직한 장바구니가 꾸려졌다. 

년말, 한해가 끝나는 12월 31일이라 새해에 뜨는 해맞이 간다고 영동선이 난리다.

톨까지 12km 정도를 50분이나 걸려 빠져나온다.

 

새해맞이 케잌 자르기

일전에 큰언니가 사온 갈비탕?과 김치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새해맞이 케잌에 촛불을 켠다.

엄마랑 우리 식구들 모두 다시 시작하는 한해 몸과 마음 편안해지길 바라며!

 

 안방에서 듣는 엄마 보살핌에 대한 얘기.

오늘 새벽 큰오빠가 이석증 재발로 이웃사촌 아우님이 운전을 해줘 병원을 다녀왔다네.

병원 다녀오는 길에 엄마를 살뜰히 챙겨주던 이웃사촌 교우, 레지나형님네 들러 점심을 먹으며

함께 한 레지나형님 친구분(모 요양원에 근무했던)에게 요양원 원장을 소개받았다고.

옆지기와 엄만테 간다는 연락을 했을 때 상담중이어서 전화못받았다는 얘기가 바로......

원장이 말하길, 엄마는 우울성 치매라 지금 드시는 치매약보다는 정신과의 우울증약을 드시는게 우선이라고~

지금 보름넘게 물만드셨는데도 이정도신걸 보면 기본적인 건강상태는 아주 좋아서

우울증이 나아지면 식사도 하시면서 바로 회복하실검다. 블라블라~

원장의 노련함?에 그렇게 안(못)드시던 엄마가 뉴케어를 반캔이나 드셨다니 다행스런 일,

하여 엄마를 모요양원에 모시기로 했다네.

생으로 굶고 계신 엄마를 더이상은 집에서 모실수 없으니 이제 전문가의 손길을 빌릴 때라,

돌아가실 때 돌아가시더라도 식사는 하시다 가셔야 되지않겠냐는~

주일은 작은오빠네가 함께 하고,

막내가 산청에서 월요일에 온다니 그때 세 딸들, 엄마랑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고

화욜 2시에 요양원에서 모셔가기로 이미 결정이 된 상황!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힘든 오빠네가 좀 쉬도록 오늘은 우리가 밤샘 케어를 하기로~

 

전직 0사라는 원장이 운영하는 모요양원을 휴대폰으로 검색한다.

오잉~ 뭐지? 오류가 났는지, 업데이트가 안된건지 두군데서 뜨는 정보가 서로 다르다.

어떤 정보가 맞는걸까? 맞는 정보가 있기는 한걸까?

밤새 생각이 너무 많다.

 

한숨 주무신 엄마가 뭐라 하시는데, 처음엔 외할머니 꿈을 꾸시는줄 알았다.

'어머니 일어나셨습니까?' 너무나 정중하게 딸을 부르는 소리, 

'네, 일어났어요. 일어나셨으면 저 좀 일으켜주세요.'

엄마를 일으키는 사이 잠들었던 옆지기도 일어나고 엄마는 손짓으로 큰그릇?(대야)과 물 한컵을 달라신다.

물 한모금을 드신 뒤 입을 헹구고 뱉고를 반복하시는 엄마,

다시 눕혀달라며 하시는 말씀, '어머니 귀찮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엄마는 거의 3-40분에 한번씩 일어나 물 한 두모금을 드시고 앉아계셨다 누우셨다를 반복했다.

덥다고 양말도 벗고 이불도 걷어내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실 때마다

어김없이 엄마는 아주 예의바른 어른이가 되어 계셨다.

'어머니, 저 좀 도와주세요, 어머니 귀찮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어머니 화장실 좀 갈게요.

어머니 물 좀 주세요. 어머니 저 좀 앉혀주세요......'

다행히 엄마를 괴롭히던 마귀와 귀신이 보이는 섬망증상없이 밤이 지났다.

 

아침, 일어나신 엄마가 커피를 달라신다.

늘드시던 커피보다 묽게 탔는데도 너무 달다며 물을 더 부으란다.

물 한가득 넣어 싱거덩한 커피를 두어모금 드시는 것으로 엄마의 아침식사가 끝났다.

화장실 다녀오시며 화장실 문턱에 걸쳐앉아 세수를 하신다.

그리고 엄마는 어제밤 그 예의바른 어른이에서 벗어나 다시 찬바람 날리며 자리에 누우셨다.

토욜 오전, 오빠네와 다시 교대하고 돌아오는 길,

머리로는 당연히 이해되는 결정이 가슴에선 여전히 낯설어 많이 아프다.

이승의 삶의 자리가 아름답게 마무리되기는 정말 힘든것일까?  

 

그래도 우리가 돌아온 뒤 뉴케어 몇 모금을 드셨다니 다행!

거기에 세수도 몇번 하셨으니 넘나 말끔하시겠네.

오늘밤도 어제밤처럼 섬망증상 없이 무난하게 잘 지나가는 밤이길......

 

1월 2일, 엄마

 

일욜 아침, 그래도 국에 만 밥 한숟가락 드시고

점심 뉴케어 반캔드셨으니 디따 당케!

엄마 위는 손톱만큼씩 나아지는 것 같은데 운동회로가 무섭게 망가지나보다.

혼자서 숟가락을 못 드실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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