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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3-4일, 엄마 1-세딸들과 집에서 마지막 밤 본문

엄마 이야기

2022년 1월 3-4일, 엄마 1-세딸들과 집에서 마지막 밤

babforme 2022. 1. 12. 15:34

방배동 큰언니와 산청 동생이 얼추 같은 시간에 우리집에 도착했다.

우리는 오늘 엄마랑 마지막밤을 보내기 위해 친정집에 간다.

점심으로 먹는 짜장면과 소고기탕면과 어향가지볶음! - 서로 맛있다면서도 목이 메인다.

 

아버지가 이웃목수와 함께 지은 집, 

아버지가 그집에서 돌아가셨고 엄마도 그곳에서 이세상 떠나실거라 막연히 믿었던 집에서

엄마는 하늘나라가 아닌 요양원으로 떠나셔야 한다. 

엄마가 요양원으로 떠나고 나면 아버지와 엄마의 한평생, 아픔과 기쁨과 삶의 온갖 풍상 다겪어낸

그집에 엄마는 다시 돌아올 날 있을까?

 

집에 도착하니 엄마는 누워계신다. 미운년 또 왔다고 냉기가 돈다.

 

친정에 왔다 강릉으로 돌아가던 오랜 친구 ㅈㅇ이가 엄마보고 간다고 들렀다가 놀란다.

십년 넘도록 서로 다른 삶의자리에서 만나지 못했던 오랜 친구를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만났다.

덧재로 넘어갈 때 한번씩 들르다 한동안 뜸했는데 이게 몬일이냐고 눈물을 쏟는다.

한달도 안된 사이 이지경이 되었다고 자식들 모두 황망한 마음가누지 못한채,

오늘 딸들이 엄마랑 마지막 밤을 이집에서 보내는, 일종의 이별예식을 치루러 왔다며

꺽꺽 울음을 토하는 내게 같은 아픔을 겪은 친구가 뜨거운 눈물로 위로한다. 

한참을 울다웃다 돌아간다고 인사하는 ㅈㅇ에게 엄마는 내게 하듯 냉랭하다.

 

내게 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쁜 막내딸과는 얘기도 조금 나누고,
30년도 더 전에 먼길 떠나보낸 엄마 작은딸(미자) 친구(이웃동네 살다 혼인해 울 동네로 온)도 엄마를 찾았다.

시간내기 어려운 큰딸과 막내딸도 오고, 이웃 일순 아줌마도, 윗집 은자언니도 다녀갔다.

혼인하며 이웃에 살게 된,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작은딸 친구도 엄마를 찾아온 게 기분이 좋으셨는지

엄마가 모처럼 웃기도 하고 장난도 치며 이쁜짓놀이도 하셨다. 

한껏 기분좋은 엄마가 누우신채 하시는 말씀 '내일 아침, 너희들 밥먹을 때 나도 한숟가락만 줘!'

우왕~? 이게 몬 하늘에서 돈떨어지는 쏘리~~!

'알써요. 아침에 꼭 같이 밥먹어요.'

그리고 쪽잠에서 깬 엄마를 보며 막내가 옆구릴 쿡 찌른다. 지금 아침이라 하고 밥을 드려보자고~

'엄마~ 아침인데 밥 조금드실래? 아욱된장국 있는데 한숟가락 말아서......

아욱된장국이 있어? 그럼 좀 먹어볼까?'

아싸~~ 엄마는 세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랜만에 밥 한숟가락을 드셨다.!!!

 

먼저 물한모금으로 입을 축이고,
작은 국자로 된장국 한국자, 가위로 아욱을 잘게 자른 뒤 밥 한숟가락을 말았다.

고맙게도 엄마는 미워죽겠는 딸년이 먹여드리는 아욱된장국에 만 밥을 남기지 않고 다드셨다.

거기에 시원한 커피(아메리카노에 찬물 넉넉히 부어 숭늉같은) 두어모금으로 입가심도 하고,

(이집에서 마지막 밤임을 온몸으로 느끼신건가?) 눈물나게 안타까운 시간이 흘러간다.

 

다시 일어나 물 마시는 시간

엄마 연세 드신만큼이나 딸들도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된 상황,

딸 셋이 모두 밤을 샐 필요는 없으니 70이 넘은 연장자?인 큰언니에게 거의 강제로 안방배정!

등떠밀려 큰언니는 안방으로 들어가고, 엄마 옆에는 미운 딸년인 내가, 바로 옆방엔 이쁜막내가 자릴 잡았다.

 다시 쪽잠이 깬 엄마랑 블라블라 밀당을 나누던 막내가 손톱. 발톱을 깎아드리고~

낼모레 오실 신부님 깨끗하게 만나뵙자는 미운딸년 말에 목욕도 하시겠단다.

 

엄마와 함께 하는 이집에서의 마지막 밤, 다시 못을 시간이 흘러간다.

손.발톱을 맡기고 있는 엄마나 엄마 손.발톱을 마지막으로 정리해주는 막내나 말이 없고,

꾹꾹 눌러 삼키는 울음만 세딸들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인다.

 

물 한모금 마시고,
쪽잠 잠깐 들었다가
다시 또 물 한모금 마시고

조금이긴 하나 곡기도 좀 들어가고, 

세 딸들이 같이 있다는 든든함 때문인지

엄마는 마귀가 보이는 무서운 섬망증상없이 이집에서 마지막 밤을 나름 잘주무셨다.

세 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뜬 눈으로 시간을 세고 또 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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