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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12월 30일, 엄마

babforme 2022. 1. 2. 17:13

오빠의 톡을 보며 정말 엄마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바쁘다.

재택하는 아들과 점심을 먹고 운전대를 잡는다. 아무래도 1월 3-5일이 되기 전에 다녀와야겠다.

혹시 드실까 싶어 생협에 들러 연두부와 과일푸딩, 채소수, 양배추즙을 산다.

 

1시간 20여분을 달려 집에 도착하니 지친 엄마가 이불에 기대어 앉아계신다.

그래도 무서운 마귀, 귀신들에게선 잠시 벗어나신듯하다.

드시질못하니 섬망증세가 더 심해지는 것일터, 자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사가지고 간 먹을거리 조금만 드셔보자 말을 걸지만 그냥 내버려두라는 말씀만 하신다.

 

한시간여 지켜보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일어나 앉아계신 김에 미운 딸하고 인증샷 하나 찍자하니 싫다고 온몸으로 거부,

자식들이 모두 한통속으로 자신(엄마)을 괴롭힌다고 '도와주세요~' 허공에 외치는

엄마를 껴안고 억지 사진을 찍는다.

체념한 엄마는 눈을 감고 딸은 가슴에 눈물을 묻고.....

 

다시 자리에 눕는 엄마를 보고 숸으로 돌아오는 길,

생태통로 아래로 지는 노을이 자동차 불빛속으로 스러진다.

 

엄마가 아주 천천히 등밀이를 하고 있다며 오빠가 보내온 사진

집에 도착해 급하게 준비하는 저녁!

6시 45분, 오빠에게서 톡이 온다.

치매환자들 배회하듯 엄마가 등밀이로 아주 천천히 방안을 배회하고 있다고~

엄마 움직임이 자유로우면 문열고 밖으로 나가는 상황일터,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할지......

밤 11시가 넘어 오빠가 침대 위로 올려모시며 강제종료된 등밀이,

엄마의 쪼그라든 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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