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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12월 25일, 엄마

babforme 2021. 12. 26. 15:51

17일 숸으로 돌아온 뒤 18일부터 오빠. 올케언니들에게 엄마상황을 전달받으며

토욜(25일)에는 애들을 데리고 엄마에게 가기로 계획을 잡아놓은 상태......

24일에도 밥 두어숟가락 드셨다는 소식에 일순 맘이 놓인 클수마수 아침,

교중미사 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울 4식구 안흥으로 출발한다.

혹시 싶어 엄마를 위해 자연드림에서 카스테라와 채소음료를, 애쓰는 오빠내외를 위해서 콜드브루 커피를 사고

과일이나 채소 조금씩 갈아드리기 위해 사놓은 휴대용 미니믹서기를 챙겨 집을 나선다.

 

큰며느리가 떠먹여주는 동치미국물

이젠 그나마 잘드시던 카스테라도 싫다시고, 차고 건건찝찌름한 동치미국물만 드신다.

당분이 들어있는 음료도 거부하시고, 오로지 물과 동치미국물 몇 숟가락......

24일 밥 두어숟가락 드셨다는 소식에 맘이 놓였던 게 바보같다.

 

할머니~ 부르곤 암말도 못하는 아들들, 표정이 복잡미묘하다.

한시간 남짓 할머니 옆에서 아들들은 얼어붙은 채 말을 잊고, 엄마는 끄억끄억 우신다.

 방을 옮겨 올케언니와 엄마상태를 얘기한다. 

엄마가 요즘은 자주 우신다고, 내겐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우는 모습,

정말 엄마의 마음밭이 아프게 널을 뛴다.

 

숸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의 남은 시간같은 저녁놀이 처연하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의례처럼 찍었던 엄마랑 인증샷도 찍지 못했다.

 

한시간 남짓한 모두의 침묵, 눈과 코가 벌게져 눈물을 참고 있는 아들을 보며

'할머니께 인사해. 그만 가자. 한번 안아드리고......'

그만 가라고 내게 화를 내던 엄마가

'할머니 다시 올게요.' 손주들의 인사에는 급 목소리를 바꾸어 이쁘게 '그래, 잘가' 한다.

돌아오는 차안, '할머니 건강상태가 이렇게 안좋은지 몰랐어.

엄마가 할머니 많이 안좋으시다 얘기해도 걍 노인이니 그렇지라고 생각했지.' 

할머니의 심한 감정기복과 혼자 일어나 앉지도 못하는 모습에 놀라워하는 아들들에게

'할머니가 정을 떼시려 애쓰시는 거~' 남편이 한마디한다.

'엄마가 할머니 보구 오면 맨날 눈물바람이어도 원래 잘우는 엄마라 그러려니 했지.

걍 가볍게 할머니 기분 띄워드릴 인사만 생각하고 갔는데 할머니를 보니 너무 놀라서 머리가 걍 하얘졌어.

암말도 할 수 없어서......내손이 너무 차서 할머니 놀래실까 손도 제대로 못잡아드렸네.

이런 말 하긴 그런데 꼭 할아버지 돌아가실 때랑 비슷하단 생각이 들어서 속상해.'

그리고 나이듦과 죽음에 대한 얘기들이 오가다,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요. 제가 맛있는거 살게요.' 처진 분위기를 깨려 큰아들이 말을 한다.

 

년전, 도미형님 아드님 취업턱으로 한번 와본 달보드레에 다시 왔다.

걍 동수원에서 나가면 인기명 광교점이 가까우니 그곳으로 가기로,

큰아들이 차안에서 인터넷 예약 검색을 한다. '오잉~ 인터넷 예약이 안되넹~전화로만 되는데요.'

아들과 내가 번갈아 전화를 눌러도 클수마수 저녁이라 그런지 예약전화도 되지않을만큼 계속 통화중이다.

결국 인기명은 포기하고 어짜피 동수원 톨이니 내가 달보드레를 추천!

'퓨전한정식집이네, 분위기 괜찮은듯, 여기 상견례 많이 한대. 오늘 누구 상견례?'

큰아들이 분위기를 띄우느라 애쓴다.

도로사정이 어떨지 몰라 6시30분으로 예약,

열심히 달려 도착한 시간은 6시 5분, 하나도 밀리지 않은 길.

룸은 이미 예약이 꽉 차 없고 예약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우리에게 2층 홀,

예약이 취소된 자리인지 하나 남은 테이블로 안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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