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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12월 10-11일, 엄마

babforme 2021. 12. 12. 19:02

주초에 갔을 때 쑤어간 깨죽 조금(꼬마국자로 2개?)을 간신히 드신 엄마가 미역국은 드신대서 미역국을 끓인다.

들기름으로 달달 볶은 미역에 소고기를 듬뿍 넣어 미역국을 끓인다.

안드신다고 암것도 가져오지 말라는 엄마 말에 정말 딱 미역국만 끓여가지고 

옆지기와 엄마에게 간다.

 

마치 시위하듯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는 엄마

집에 도착하니 엊그제(주초)의 엄마 분위기와는 사뭇다르다.

누우신채 눈도 안뜨시고 꼼짝도 않는 엄마,

상식아우가 사다 신겨주었다는 가벼운 운동화도 못벗기게 화를 내신다.

늘 일어나 앉아 딸오기를 기다리던 엄마가 '어디 아프냐? 뭣 좀 드셨냐? 기분은 어떠냐?' 묻는 말에

시끄럽다고  아무말도 하지 말고 말도 시키지 말라며 화만 내신다.

엄마 드시겠다는 미역국 끓여왔으니 저녁 조금만 드시자는 말에 불같은 역정만 내는 엄마를 어르고 달래봤지만......

황소고집을 부리는 엄마와 뭐래도 조금 드시게 하려는 딸의 말싸움이 한판 벌어지고야 말았다.

'안먹어! 안먹는다고~ 엄마, 이러지 말고 조금만 먹자. 그럼 물이라도 마시자~ 싫어. 안먹어.

엄마 이렇게 안먹으면 링거 맞출거야. 안맞아! 내가 주사기 빼버릴거야. 못빼게 묶어놓고 맞출거야.

그래~ 차라리 죽여라. 죽여. 먹지도 않고, 주사도 안맞을테니 날 죽이라고~ 그리고 너 여기 오지도 마, 보기도 싫어!

엄마가 미역국 끓여오면 먹는댔잖아, 그래서 끓여왔는데 왜 안먹냐고~?'

결국 딸은 울어버리고 엄마가 이겼다.

엄마는 저 자세로 꼼짝않고 누운채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8시 안젤라님의 기도봉사 시간에도 엄마는 시위?하는 저 자세로 ,

화가 난 때문인지 일전에 작아지던 목소리와는 달리 고른 목소리로 묵주기도를 마쳤다.

기도 뒤 엄마 기분이 좀은 풀린듯 해 물 한모금만 마셔 입 좀 축이자 말을 걸었으나 두 팔로 X 모양을 하곤 끝!

말을 시키면 들은 척도 안하시다 한마디 더하면 '사위~ 재 좀 말려줘~!'

그러다 한마디 내뱉으시는 말씀, '나 아무데도 안갈거야. 오빠네도 안가고 여기 있을거야.

아아~ 이제 알겠다.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어도 분위기로 파악을 하신 엄마가 어쩔 수 없이

이 집을 뜨기로 결심을 했으나 몸이 받아들이지 못했다는걸,

그래서 음식도 받아들일 수 없고, 가끔씩 요양원 얘기를 하던 딸이 미운거구나.

'엄마, 가기 싫음 안가도 돼. 여기 계속 계셔요~' 지쳐서 잠든 엄마 옆에서 딸은 꺽꺽 울음을 삼킨다.

 

밤을 새운 딸은 혹시 싶어 6시 미사 시간에 맞춰 평화방송을 틀어놓는다.

딸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엄마는 누워서 미사를 드린 뒤 끝 성호경을 바치고 처음으로 일어나셨다.

그리곤 말없이 리모컨을 들어 냉장고를 향해 TV를 끈다.

'엄마~ TV 끄려고? 그러면 돌아앉아야지.

한번더, 한번 더, 조금만 더 돌아앉으면 돼요. 잘했어요. 이제 TV 끄셔~'

TV를 끄고 옆으로 돌아앉으며 한마디 하시는 말씀, '이제 이런 것도 내가 해야지'  

엄마는 어디에도 가지 않고 엄마집에서 사시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계셨다.

 

물한모금도 안드신 엄마가 퀭한 얼굴로 일어나 앉으셨다.

아무데도 안간다 당신뜻을 알려서인지 일어나 앉은 엄마는 우리에게 아침을 먹으란다.

'엄마, 담주에 온다던 별이가 일이 생겨 오늘 엄마 보러 온대.

별이 오면 같이 밥먹으려 지금 밥하고 있어요. 엄마, 물이라도 한모금 마실래?

싫어. 이따가 요양사오면 먹을거야. 근데 큰메누리가 왜 못왔다고?

으 응~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큰메누리 사촌동생이 많이 아파서 돌아가셨어.

그래서 장례치르는 중이예요. 에구~ 동생이면 젊을텐데 갔구만~

별이가 온다고? 네~ 별이가 거의 도착했대요. 할머니 보고싶어서 온대.'

'할머니 보구싶었엉~ 우리 손주 왔구나. 할미도 보고 싶었는데.....'

반가운 포옹 뒤 요양사선생님께 손주와 손주메누리 용돈준다고 준비해달란 봉투 챙겨 별이에게 주며

사위도 지금 용돈받을거냐 묻는다. '아니 밥먹고 이따가 갈 때 잊지말고 주세요.'

성당에서 끓여 보낸 청국장을 뎁혀 옆지기랑 별이랑 셋이 밥을 먹는다.

 

엄마는 끝까지 출근한 요양사선생님의 도움만 받았다.

 

딸 대신 사위와 인증샷

이제 다시 요양사선생님과 교대?할 시간, 사위에게 용돈을 주며 처음으로 웃으신다.

손주도 오고 요양사선생님도 출근하니 기분이 좀은 나아지셨나보다.

 

요양사 선생님과 엄마 얘기를 나눈다.

'엄마가 다시 아무데도 안가신다네요. 어제 무쟈게 화만 내시고 여직 물 한모금도 안마셨어요.

네, 안가신대요. 아들네로 가신다더니 그러시더라구요.'

 

요양사선생님이 엄마와 나눈 이야기를 들려준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여기 있어야할 것 같아.

여기선 더듬더듬 화장실은 혼자갈 수 있는데,

아들네로 가면 모든 걸 도움 받아야 하니 그게 얼마나 못할짓이여, 그래서 여기 있어야 돼.

어머니 마음이 정 그러면 안가셔도 돼요. 

어머니 마음이 먼저니까 강제로 안모셔가요. 걱정마세요.'

 

그래, 엄마가 고민이 참 많으셨겠다.

아직 정신을 온전히 놓은건 아니니 특히 자식들 앞에서 용변처리에 민감하셨는데......

 

엄마에게 사위와 딸 간다며 인사를 한다.

손주도 이모네 갈 때 같이 가겠댄다. 눈물나서 더 못참겠다고~

'엄마, 그냥 여기 집에서 사셔도 돼요. 엄마가 가기 싫음 그냥 여기 계셔.

억지로 안보내~ 담주에 나 여기 와? 오지 마?'

암데도 안가도 된다는 말에 엄마가 맘이 좀 풀렸나보다.

'담주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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