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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12월 16-17일, 엄마

babforme 2021. 12. 18. 16:06

작은올케언니와 교대 확인차 통화를 한다.

지난번 과일이랑 요거트를 넣고 갈아드렸더니 좀 잡수셨다고,

이번엔 망고통조림을 사왔는데 과육보다 달큰한 망고조림물만 드신단다.

하여 이번엔 내가 황도통조림을 사다 갈아드리기로 했다.

믹서기는 서로 알아서 챙기고, 도깨비방망이와 사과 반쪽, 황도통조림을 챙겨 집을 나선다.

 

딸이 집에 들어가 왔다갔다 돌아다녀도 엄마는 누워계신다.

안흥에 계속 계시는 걸로 말씀을 드렸어도 여전히 몸이 음식을 거부하니 나날이 빠지는 기력!

월요일(13일), 엄마가 병자성사를 하고 싶어하신다며 절차를 물어온 큰올케언니의 톡에 답톡을 달고,

요양사선생님이랑 잠깐 통화, 화요일(14일)11시로 병자성사 일정이 잡혔단다.

엄마 영신상에 도움이 될 터, 아직 정신 맑을 때 그리고 엄마가 하고 싶은 때마다 하시면 되지.

엄마가 정말 주변정리를 하시나보다. 가슴에 묵직한 무언가가 매달린다.

 

일어나 물이라도 좀 마시자며 부축을 하니 힘겹게 일어나 앉으신다.

물 두어모금을 천천히 마시고

'엄마 화장실 잘가게 비피더스에 황도와 사과 넣어서 갈아줄게, 드실려?

그래, 많이 하지말고 쬐끔만 해줘.' 처음으로 싫다않고 무언가 달라시니 감사.

 

사과 두 조각과 통조림 황도 두 조각, 비피더스 반병을 넣고 도깨비방망이를 돌린다.

달큰. 상큼하게 간 과일을 그래도 5숟가락은 받아드셨다. 

한숟가락만 더 먹자는 딸에게,

'이제 그만 먹고 낼 배고프니 밥먹고 먹을래, 밥을 먼저 먹고 나중에....'

아직까진 화도 안내고 곱게 대답도 잘하신다.

잠깐 앉아 있어도 기력이 딸린 엄마는 다시 잠이 들고, 딸은 밥을 한다.

 

밥먹자고 깨운 딸에게 화도 안내고 밥차리길 기다리는 엄마.
한숟가락 만 밥이 반이 넘게 남았다.

성당에서 끓여온 두부배추탕에 밥 한숟가락을 만다.

죽은 싫다시니 네모 두부는 으깨고 배추는 한번 더 가위질을 해서 부드러운 저녁상을 차린다.

반찬으로 드시는 카스테라와 진간장 코다리찜을 꺼내 아주 오랜만에 엄마가 저녁을 드신다.

'엄마~ 한숟가락만 더 먹자.  아냐, 지금 더먹으면 체해서 고생해. 알았어. 그럼 그만 드셔.'

오랜만에 일상의 대화도 나눈다.

깍둑썰기로 잘라놓은 카스테라 두 조각과 그 좋아하던 코다리찜 두어 점,

물 한컵 그리고 두부배추탕에 만 밥, 세숟가락이 저녁식사의 끝이었지만 그래도 또 감사!

 

딸을 때리겠다고 주먹을 드는 엄마

저녁을 먹고 이것저것 말도 걸면서 엄마에게 간 과일 한숟가락만 드시자니 다시 내는 화, 

'싫어, 안먹어. 내가 먹고 싶다고 할 때만 줘야지 왜 또 먹으라는 거,

엄마, 딸한테만 이렇게 못되게 구는거 아님 다른이들에게도 이러는거?

딸한테만 못되게 군다. 알써, 글면 딸한테만 이러고 다른이들에겐 이럼 안돼, 알았지?

또 잔소리한다. 내가 알아서 해. 아무말도 하지 말래도, 또오또 귀찮게 한다......'

엄마는 화를 내며 주먹을 쥐어보인다. 발길질도 하시고..... 에궁~ 논네 한 성질 어찌 참고 사셨누~ㅎㅎ

저녁 8시, 늘 걸려오던 안젤라님의 기도봉사 전화가 오지 않는다. 웬일이지?

테레비?도 평화방송도 지금껏 일하느라 힘들었으니 그것들도 모두 쉬어야 한다며 틀어놓지 말라시고......

시간이 흘러 8시 10분이 좀 지나서야 걸려오는 전화, 안젤라님인가 했더니 손녀딸 민이다.

민이 전화도 안받겠다더니 나중에서야 갈아앉은 목소리로 손녀딸과 간신히 몇 마디하신다. 

이웃 일순아줌마 안부전화도 힘들어 못받고 살짝 코를 골며 빠져드는 잠.

1시가 넘어서야 딸은 설핏 잠이 들고, 문득 엄마 숨쉬는 소리가 안들린다. 깜짝놀라 얼굴을 만져본다. 차다.

'뭐지? 이건 아니잖아, 엄마~ 엄마? 자는거 맞지? 엄마!' '으으응~'

안나오는 목소리로 한참만에 엄마가 대답을 한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놀랐던 가슴이 쿵쾅거린다.

그렇게 하얗게 또 한 밤이 지난다.

 

긴 밤 잘주무시고 무사히 일어나 앉으셨다.
웃어보랬더니 온 얼굴을 찡그리고 웃는 엄마

요양사선생님 늦게 오시니 아침먹자는 딸말은 들은 척도 안하신다.

간 과일 한숟갈만 먹자해도 요양사선생님 출근함 그때 먹겠다고 고집,

커피도 딱 한잔 마시는데 이따가 마실거라고 대답은 하신다.

요양사선생님 기다리는중이라 그런지 기분은 그런대로 괜찮은거 같아 이쁜짓 놀이도 한다. 

잔뜩 찡그린 얼굴로 웃는 표정을 짓는다.

엄마도 딸도 낄낄 웃는 잠깐의 평화~!

 

의례같은 인증샷

요양사 선생님이 출근하고 딸이 간다고 인증샷 찍는다니 웃는 얼굴로 포즈를 취하신다.

무슨 맘인지 다시 너는 이제 오지 말라는데

딸은 담주가 아닌 그 담주에 와서 2박3일 할거라 동문서답? ㅎㅎㅎ

 

요양사선생님과 엄마얘기를 한다.

'어제 저녁에 간과일 5숟가락, 저녁 세숟가락 드셨고요. 힘드시겠지만 간과일이라도 수시로 드실 수 있게 도와주세요.

네, 그럴게요. 어제 저녁에 그만큼 드셨으면 많이 드셨네요.

병자성사는 어찌 받으셨어요? 엄마가 모라시든가요?

고해는 안하시고 그냥 빨리 하늘나라 갈수 있게 해달라고, 그리고 성체 모시는 것으로 병자성사했어요.

어제는 안젤라님 기도봉사 전화가 안왔어요.

안젤라님 기도봉사는 당분간 쉬었다가 좀 기력을 회복하면 어머니가 연락하기로 했어요.'

 

큰아들이 맘고생한 엄마를 위로한다며 점심으로 사준 안동찜닭
휴대용 미니 믹서기
충전완료

요양사선생님과 교대?하고 집에 돌아와 큰아들과 좀 늦은 점심을 먹는다. 

은행일도 볼 겸 수원역에 나갔다가 롯데몰에 들러 휴대용미니믹서기를 하나 샀다.

연한 올리브 색 작은 몸체에 투명 컵하나로 이뤄진 미니믹서기, 이쁘다.

엄마네 집에 갖다놓으면 이제 각자 집에서 쓰는 걸 들고 왔다갔다하지 않아도 된다. 

엄마가 이쁜 미니믹서기에 간 음식들 조금이라도 드시고 이쁘게 건강 회복하셨다가 꽃피고 따뜻한 좋은 시절,

이쁜 모습으로 엄마가 가고 싶어하는 하늘나라에 편안하게 가셨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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