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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2022년 1월 7일, 엄마 -요양원 입소 뒤 첫면회

babforme 2022. 1. 12. 15:39

화욜 엄마를 요양원으로 떠나보낸 뒤 오빠네서 한밤자고, 수욜 오전 세딸들은 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후 막내 차열쇠 찾으러 급하게 안흥다녀와 저녁먹고 막내가 산청으로 떠났다.

온몸 온맘으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깊은 울음, 힘든 시간이 흐른다.

그냥 이약 저약 먹고 혼미하게 자고 또 자고, 울고 또 울고 머리로는 끄덕여지는데 가슴에선 애써도 안된다.

어지럼증을 견디며 식구들 밥은 줘야지 상을 차리며 내목에선 자꾸 걸리는 밥, 

그렇게 힘든시간 버티는 중 식구 톡에 올라온 글하나, 그동안 엄마를 보살펴주던 요양 선생님이 보낸 글,

 

요양선생님이 엄마 면회하고 보낸 글~

멀리 있는 피붙이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이 훨 나음을 이 톡에서 본다.

나는 엄마에게 일주에 3번 못갈게 분명한데 요양선생님은 1주에 3번 면회를 약속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울엄마가 나름 잘살아온 결과겠지.

 

화가 난 엄마-눈도 뜨지 않고 말도 하지 않는다.

엄마 요양원으로 떠난 뒤 4일째 되는 날, 늘 엄마에게 가던 것처럼 그냥 훌쩍 차에 오른다.

어질어질한 머리 애써 참으며 천천히 달려 도착한 엄마의 새집, 0000요양원.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화가 단단히 났다. - 눈도 뜨지 않고 말도 하지 않고 꽉다문 입술과 굳은 표정!

'이런데 보내지 말라고 했잖아!' 엄마는 딱 한말씀 하신 뒤 입을 다문다.

 

'어쩔수 없었잖아요. 엄마가 암것도 안(못)드시니 어떻게 해.

어느 자식이 엄마가 굶어 돌아가시길 바라만 보구 있어. 그러길래 잘드셨어야지.

이곳에 온 이상 엄마 적응해 잘계셔야 해요.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고~

여기서 못버티시면 엄마 자식들이 모두 힘들어져요. 나에겐 엄마를 이곳에서 모시고 나갈 힘이 없어요.

나에게만 엄마가 모라고 해도 나도 어쩔 수 없단말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암 것도 없다고요.

그니까 엄마~ 노여워도 여기서 잘드셔서 건강회복하고 자식들이 엄마 굶겨죽였단 생각 안하도록

엄마가 살아내야 돼요. 나도 엄마 말대로 연명치료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생으로 굶어 멀쩡한 장기를 망가뜨릴 순 없잖아. 그 장들이 자연수명 다할 때까진 움직이게 해야지......'

눈물 콧물로 요양원 입소 상황을 말하는 딸이 지금 어떤 맘으로 살고 있는 지 모르는 엄마는 그저 노엽기만 하다.

 

어떤 말에도 침묵과 도리질만 하던 엄마가 '그럼 이제 미운딸 엄마 보러 오지말까?' 묻는 말엔 도리질을 않는다.

'그래, 엄마~ 여기서 잘계셔. 내가 담주에 다시 올게요. 밥잘먹고 기운차려서 살만큼은 살아야지.'

 

눈물 그렁한 딸의 인증샷은 허락한 엄마

면회를 끝내며 늘 하던대로 인증샷을 찍자니 거부하지 않는다.

꼭 다문 입술은 여전히 화가 나 있지만 이제 어쩌랴~ 모든 일은 이미 벌어지고 말았는 걸.

엄마랑 인증샷을 찍고 직원이 미는 휠체어에 방으로 들어가는 엄마를 본다.

 

돌아오는 길

한시간 남짓 엄마를 보고 돌아오는 길,

퇴근시간에 맞물린 고속도로엔 차들이 줄을 서고 생태통로 위로 떠 있는 초승달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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