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2022년 1월 5일, 엄마가 떠난 자리 본문
그렇게 엄마를 요양원에 입소시키고 집에서 기다리던 형제들과 함께 큰오빠네 새아파트로 간다.
계속되는 코로나에 사회적거리두기로 오빠네가 00에 마련한지 1년반이 지나서야 처음 가보는 새집,
생각지 않았던 방문이라 그냥 새집에서 더 행복하라고 술술 잘풀리라고 화장지 하나를 사든다.
삶은 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가늠하기 힘든 일상으로 이어지고,
맥주도 겸한 저녁을 먹으며 막내가 '아~ 내조끼 집에 두고 왔다.'
그래, 황망한 시간을 마주하느라 우리 모두 경황이 없었으니......
차안에서 생각났다면 바로 차를 돌렸겠지만 이젠 너무 늦은 시간,
'안흥 정리하러 들어가야 하니 그때 챙겨다 놓을게. 중요한거 없음 설에 와서 가져감 되잖아.'
저녁 뒤 바로 숸으로 가려던 세딸들의 계획은 리조트 느낌의 오빠네서 하룻밤 묵는 것으로 변경됐다.
수욜 아침 숸으로 돌아오는 길 - 모두 말이 없다.
큰언니가 그래도 막내 밥 한끼는 멕여보내야겠다며 점심을 배달(코로나에 나가 먹을 수 없으니)시키고,
막내는 막간을 이용해 재택하는 조카(울아들)에게 내비 업데이트 좀 해달라 차열쇠를 찾는다.
가방과 옷 주머닐 다 뒤져도 없는 열쇠, 어쩔~ 안흥에 두고 온 조끼 주머니에 열쇠를 넣어놓은 걸....
좀 이른 점심 먹고 산청으로 일찍 내려가려던 막내의 일정이 바뀌는 순간,
배달된 음식으로 부지런히 점심을 해결하고 큰언닌 방배동 언니집으로, 우린 다시 안흥으로 달려간다.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고 '이제 다시 올일 없겠네~' 황망하게 떠났던 친정집에 차열쇠를 가지러 다시 왔다.
하룻만에 친정집 현관문엔 자물쇠가 채워져있고(오오~ 너무도 부지런한 이웃사촌 아우님),
뒤란으로 돌아 끈으로 묶어놓은 창고문을 따고 비밀스레 방으로 들어간다.
엄마가 누워계시던 매트리스 위에 가지런히 개켜있는 엄마가 덮었던 이부자리에 왈칵 쏟아지는 눈물~
동생이 조끼와 자동차열쇠를 깜빡한 덕에 엄마가 비운 자릴 눈물로 정리할 수 있게 됐네.
오히려 잘된건가?
울아들들 서너살쯤 자식들이 힘을 모아
각지나무와 잔가지 나뭇단 잔뜩 쌓여 있던 바람숭숭 들어오는 친정집 아궁이 부엌을 고쳐
엄마 소원인 샤워기 달린 화장실을 들이고 입식부엌, 싱크대를 달아드렸었다.
그때 친정동네에 아궁이 부엌을 입식부엌으로 고치는 붐?이 일었었지.
이미 고칠만한 집은 다 고치고 친정이 좀 늦게 그 대열에 합류했다.
영화동 27평 오래 된 아파트로 이사간 우리집에서 집들이겸 부모님과 형제들 모여
흙벽과 널빤지로 지어진 안채를 우여곡절 끝에 리모델링하기로 결정을 했었다.
하여 나무가 잔뜩 쌓여있던 나뭇간은 화장실이 되고,
광이 있던 자리엔 싱크대가, 아궁이가 있던 자리는 최근까지 엄마의 이부자리가 놓여있었지.
횡성의 한가구점에서 엄마랑 고심 끝에 골랐던 꽃자주색? 싱크대와 비싸지 않은 장농, 엄마가 정말 좋아하셨었다.
6남매 자식들이 제 앞가림할 때까지 변변한 장 하나없이 반닫이 하나로 정리되던 가난한 엄마 살림살이,
이불장에 이불을 넣고, 옷장에 옷을 걸어 정리하며 몇번이고 쓸어보던 장농-
n분의 1 외에 내가 따로 해드린 장농과 씽크대,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다.
(윤선생영어 방문교사하던 시절 젤 잘한 일)
매달려 있는 비닐끈 종다래끼에 눈길이 머물러 아버지 생각이 난다.
아버진 짚으로 만드는 생활용품을 참 잘만드셨다.
한겨울 긴밤내내 행랑채 작은방에서 종다래끼, 주루목, 삼태기를 삼고, 새끼줄을 꼬고
가마니나 멍석 따위를 고드랫돌 굴리며 짜내곤 하셨었다.
이제 우리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게 될 친정집,
오랫동안 곳곳을 눈에 담고 사진을 찍으며 작별의식을 하고 조끼를 챙겨나온다.
등강(신작로)에 올라 차를 세우고 하늘색 지붕을 이고 앉은 친정집을 사진에 담는다.
괴산현충원으로 모시기 전 22년을 아버지가 머물렀던 종두리 끝 작은 산이 유난히 가까워보인다.
안녕, 내 유년의 그렇고 그런 짧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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