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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2022년 1월 14일, 엄마 요양원 입소 뒤 두번째 면회

babforme 2022. 1. 15. 11:33

엄마 요양원 입소 뒤 두번째로 엄마에게 가는길,

엄마 요양원 가시던 날 흐지부지 잃어버릴까봐 챙겨온 엄마의 묵주를 꺼내든다.

'지금쯤 묵주를 찾으실지도 몰라.' 늘 손에서 놓지 않던 묵주가 없으니 허전하실수도 있고.....

묵주를 만져보면 기도도 하시지 않을까 싶어 엄마 묵주를 주머니에 넣는다. 

 

오늘은 화가 좀 풀리셨을까? 

생으로 굶어 돌아가시게 할 수 없어 내린 결정이니 밥 걱정은 안해도 되겠지.

자식 아닌 이들의 손길에 민폐끼치기 싫어하는 엄마 성정에 그곳에선 억지로라도 드실테니.....

밤낮없이 엄마를 괴롭히던 섬망증세는 좀 줄어들었을까? 생각이 많다.

 

장안문을 지나고,
1시간 좀 넘게 달려 도착한 엄마가 이사한? 새집, 가을처럼 파란 하늘, 지는 햇살이 건물 한켠에 따뜻하다.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지난주보다 훨씬 얼굴색이 안좋다. 눈은 여전히 뜨지 않고~
살도 더 빠지고~, 적응하느라 힘드시겠지.

면회실에 떠들썩한 원장이 함께 앉는다. 

'어머니가 많이 좋아지셨어요. 식사도 잘하시고.....

연세가 들면 오줌이 잘 안나와요. 그래서 소변줄을 꼈는데 소변줄 낀뒤 오줌색도 많이 맑아지고

속이 편해지니 식사를 하는 거죠. 밤엔 뉴케어 반 깡통 드시고..... 여튼 많이 좋아지셨다니까요.'

'말씀하셨던 신경정신과엔 모시고 갔었나요? 

아뇨~ 신경정신과는 함부로 가는게 아니예요. 정신과 약 막 먹음 안돼요.'

오잉? 요양원 입소하던 날, 건강검진하러 가던 차안에서 묻지도 않았는데

엄마는 치매가 아니라 우울증이라 신경정신과에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드셔야 한다고

신경정신과에 전화를 하네, 안받네 혼자 난리부르스더니.....

어디까지가 제대로 된 말일까? 전직 0사여서 아무말 대잔치를 정말 아무렇지 않게 하는걸까?

두고두고 기분이 언짢다. 한참을 떠들썩하더니 화제를 돌리는 원장,

'어머니~ 기운차려 걸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구요?'

엄마의 대답, '지랄발광하라매~?'

'아~ 제가 어머니 운동시키려고 발로 버둥버둥하고 팔도 쭉쭉 뻗는 지랄발광을 하라했거든요.'

 

어느순간 원장이 슬그머니 자리를 떠나고, 엄마에게 묵주를 꺼내 쥐어 드린다.

'엄마~ 엄마 묵주 가져왔어. 엄마가 잊어버릴까봐 집에서 내가 챙겨갔는데

이제 엄마가 손에 들고 슬슬 기도시작해야지.....

묵주가져왔어? 근데 여기서 내가 잊어버릴것 같아. 니가 보관했다가 나중에 줘.

여기서 잘있다가 몸이 좀 나아지면 수녀님한테 가야지. 그때 줘.' 한참을 쥐고 있던 묵주를 다시 내게 준다.

'수녀님한테 가면 너희들 위해 기도도 많이 하고 미사도 참례하고 그래야지.

엄마~ 수녀님한테 갈거야? 수녀님한테 가야지. 가서 수녀님하고 기도도 많이 하고, 그래야 너 오기도 쉽고......

그래, 엄마~ 여기서 몸 잘 회복하고 꼭 수녀님한테 가자. 오빠한테도 엄마가 말해. 수녀님한테 가겠다고~'

엄마는 지난주보다 조금 편해지셨는지 웃기도 하고 말씀도 하신다.

'가난한 집에서 아들 하난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했어. 그래야 집안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오빨 가르쳤지. 

오빠가 공부를 잘했어. 너도 잘했고. 우리 애들이 공부는 잘했지. 상장이 넘쳐났잖아......

니가 고생이 많았어. 가운데 껴가지고, 옷티도 못사주고...... 해준게 없는데도 이것저것 니가 맘을 많이 썼지.

너한텐 늘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 같은 자식인데도 아들은 든든한데 좀 어려워,

딸은 편하니 말도 막하고 욕도 하고, 같은 여자라 엄마맘을 대강 아니까 몰 바라는지 알아주기도 하고.....'

남자사람이 하드웨어라면 여자사람은 소프트웨어, 그러니 서로가 다를수 밖에......

엄마는 오늘 컨디션이 좋다.

말짱한 정신으로 두런두런 하는 얘기를 들으며 딸 하나 없이 세남자와 사는 내가 쬐끔 안됐단 생각!

착하기는 하나 정교하지 않은 우리집 세남자의 마음길에 가끔씩 느끼는 섭함이나 치사함을

연세 지긋이 든만큼 엄마는 더 많이 느꼈겠구나 동질감에 ㅎㅎ 웃기도 한다.

 

이제 다시 헤어져야 할 시간, 담주에 봐요~

이제 숸 집으로 살림하러 가야하는 딸이 엄마와 인증샷을 찍는다.

2주 남짓한 요양원생활이 나름 익숙해졌나, 좀 웃으라는 딸의 주문에 눈은 여전히 감은채

억지 웃음이라도 웃어주는 엄마가 안쓰럽고 고맙다.

 

1시간여 엄마랑 수다를 떨다 숸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의 시간처럼 하루가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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