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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2022년 2월 1일, 엄마없는 설

babforme 2022. 2. 4. 15:01

세번째 면회(1.21) 뒤 설(2.1)과 맞물리는 상황이라 면회를 미뤘다. 

그래, 금요일에서 3일이 더 지나는 상황이니 그때 온식구들 같이 엄마를 보면 되겠지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사이 코로나19 변이종 오미크론은 퍼지고 또 퍼지며 확진자 몇 만명을 넘나들고~

'이러다 면회 안되는거 아냐'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불안감!

 

막내가 뜬 수세미

'설'이라고 막내가 올라왔다. 삼송으로 가기전 울집에 들러 선물을 풀어놓는다.

커단 사과 한박스와 세상에나 곱디고운 수세미, 막내의 맘고생이 수세미에 어려 코끝이 아프다.

 

마음의 준비를 할새도 없이 엄마를 요양원으로 모시고 자식들 모두 맘고생, 몸고생이 크다.

어쩔수 없었다는 우리 모두의 당위 앞에서 결국 스스로를 향한 분노를 어쩌지 못해 체하고 토하고,

못먹고 몸져눕고 그렇게 시간을 꼭꼭 눌러 담으며 힘들게 추스리는 일상,

관절마디마디 성한 곳 없는 막내가 힘든 그 일상을 견디며 떠올린 수세미가 그래서 눈물겹게 더 곱다. 

 

머리에선 이해되나 가슴에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이 묘한 아픔을 어느날 문득 요양원으로 보내진 엄마는 알까?

요양원에서 그런 자식들을 이해하려고 혼자 가슴깊이 울고 계신 건 아닐까?

 

눈내린 동북공심돈

설에 면회가 불가능하다는 오빠 연락을 받고도 혹시 기대를 한다.

'그래도 몰라, 설명절인데...... 분명 원장이 언제든 면회가능하다 했으니

눈치껏 엄마를 모시고 나올 수 있을거야, 식구들 모여 고기라도 구워먹어야지.'

 '외출할 수 있을거야'를 주문처럼 되뇌며 설 전날 소등심과 차돌박이를 사 냉장고에 넣는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설날 아침, 떡국을 끓여 먹고 울 4식구 부지런을 떤다.

눈 때문에 차가 밀리면 모두 배고프게 우리를 기다려야 할지도 몰라 서둘러 달린다.

그런데 헐~ 예상과 달리 고속도로는 텅비어 있다.

도시에 터잡은 이래 안흥가는 길이 이렇게 텅빈 때는 없었다.

여주쯤에서 '혹시 몰라'하던 기대는 꿈이 되고(그 시간 오빠네가 안흥에 있어야 되는데 없었다.)

엄마없는 설을 확인! 

씁쓸한 가슴으로 한시간 좀 더 지나 도착한 집, 아무도 없다.

 

군시절 열심히 눈을 쓸던 실력 발휘해 마당의 눈을 슬고 있는 두 아들~
고임쇠 괸 쪽대문에도 눈이 쌓였다.
잠긴 현관문

눈을 쓸고 차를 대고 눈쌓인 쪽대문을 연다. 자물쇠 채워진 현관, 정말 엄마가 없구나~

보일러를 틀어 방을 뎁히며 청소기를 돌리고, 쌀을 씻는다.

누구든 주인이 되어 늦게 오는 손들을 맞이해야지. 엄마 없는 집, 오늘은 내가 주인이다.

 

엄마가 누워계시던 매트리스가 소파가 되어 있다.
엄마 대신 손주(작은아들)가 앉아 텔레비젼을 본다.
새손님(지난해 11월에 혼인한 조카며느리)의 반려견, 복희?

엄마 대신 작은 아들이 엄마자리에 앉아 엄마 텔레비전을 본다.

12시 근처쯤 두 오빠네가 도착하고,

작은오빠네 새식구(지난해 11월 혼인한 조카며느리)는 반려견을 데리고 왔다.

잠깐 자리를 비운 주인을 찾아 미어캣처럼 곧추 서있는 강아지가 씁쓸한 마음을 ㅎㅎ 웃게 한다.

큰대문간에서 숯불을 피우고 굽는 고기,

여기서 이렇게 굽는 고기도 오늘이 정말 끝이다.

 

아버지가 지은 우리집-오오래 지켜보기

이미 손주까지 장성한 큰언니네 빼고 16명에서 이런저런 까닭에 3명이 더 빠져 13명이 

구운고기와 밥으로 훈훈한 시간을 보내고, 요양원 관련 이야기를 한다. 

원장의 헛말(필요에 따라 그때 그때 바뀌는)과 원장부인의 태도가 도마에 오르고.....

그래도 울엄마가 그곳에 계시니 꿀꺽거리며 참아내는 못마땅함.

엄마 면회 차례가 큰오빠네, 작은오빠네, 우리로 자연스레 정해지고

날마다 면회를 하든 어쩌든 순번 주는 빼먹지 않도록 하기.

 

점심도 먹고 되도 않는 꿈같은 수다(ㅎㅎ 제주에 집 마련 어쩌구 저쩌구~)도 떨었으니 이제 돌아가야지.

엄마가 떠난 이집에 빠르면 가을쯤 ㅅㄷ이 이사를 온다니 정말 오늘이 끝이다.

가을부턴 우리집이 아닌 이웃의 집이 되는거다.

아버지가 짓고 어린 남매들이 복작이며 살던 우리집은 이제 없다.

아무리 돌아오고 싶어도 엄마 역시 이집에 다시 오지 못한다.

그렇게 내 마음 속 우리집은 또 강제로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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