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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3일(음1.23.)네번째 엄마 면회 - 아흔네번째 엄마 생신 본문

엄마 이야기

2022년 2월 23일(음1.23.)네번째 엄마 면회 - 아흔네번째 엄마 생신

babforme 2022. 3. 1. 13:18

아흔 네번째 엄마 생신,

코로나19 확산세에 면회가 금지되면서 갑작스레 요양원으로 모시게 된 엄마를 에도 만날 수 없었다.

코로나19 변이종 오미크론인가 몬가는 땅 넓은 줄 모르고 확진자를 늘려나가고 

설 지나 면회를 다녀온 큰오빠네가 코로나19 때문에 당분간은 면회가 안된다며

요양원에서 면회허용 연락올 때까지 면회가지 말라고 한다. 

이러다 엄마 생신에도 면회가 안될 것 같아 마음이 불안불안~

설에 볼 줄 알고 세번째 면회 때 별 말씀 안드렸는데 논네 많이 서운해하고 기다릴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혹시나 면회가능 연락이 생신 전엔 오지 않을까 기다리고 기다렸으나 벌써 낼모레가 생신.

막내도 설 병원올 때 시간 좀 내려다 직장에서 확진자가 나오며 설 병원행이 미뤄졌다.

더 이상 기다리기만 할 수 없어 21일 저녁 요양원으로 문자 한통을 보냈다. 

 

혹시 면회 거절당할까 가슴 두근대며 답 문자를 기다리고 있을 때 걸려온 원장의 전화~

몹시 흥분해 자신은 면회를 금지한 적이 없다고 오빠에게 따지란다.

이게 몬소리? 몰 따지라는거~!

느닷없이 전화해 오빠에게 따지라니 내가 따지려 문자를 한 것도 아니고

엄중한 때라 조심스레 부탁 아닌 부탁을 한건데..... 웃기는 ㅇㅇ같으니라구~

속이 상해 몬소리냐 같이 블라블라~ 

결국 면회와라, 와서 자신에게 전화하면 직원에게 문열어주라하겠다로 정리.

그동안 필요에 따라 혼자하는 아무말 대잔치더니

그 아무말의 끝판을 보여주는거 같아 전화를 끊고도 부글부글!

  

눈감고 쳐다보지도 않던 엄마가 면회 4번만에 눈을 뜨고 계신다.
아침에 급히 화서시장에 가서 사온 보온도시락
뜨끈한 국과 쌀밥,반찬을 담고
전용 보온가방에 얌전히 담긴 도시락!

어쨌든 엄마생신에 면회를 갈 수 있게 되었으니 그나마 참 다행이다.

간단하게 밥과 미역국, 작은 케잌 하나만 준비하면 되니 그닥 바쁠 것도 없다.

엄마 생신 전날 밤, 큰아들이 할머니와 생일이 같은 엄마와 할머니를 위해 끓인 미역국!

 

엄마생신이며 내 생일인 아침,

아~ 미역국이랑 밥이 따듯해야 하는데 어떻게 가져가지~?

도시락 쌀 일이 없었으니 보온도시락도 없고 낭패다. 잠깐 고민, 그래~ 보온도시락을 하나 사자.

화서시장으로 장보러 막 나가려는 때 걸려온 큰오빠 전화,

내가 보낸 문자 받고 전화했던 원장이 나랑 전화 끊고 바로 큰오빠에게 전화해 블라블라한 모양.

원장이 직접적으로 면회를 금하진 않았고, 사무장 서슬에 알아서 긴거라나 모라나 에궁~ '이거야 참'이다.

어쨌든 원장과 통화한 내용가지고 큰오빠에게 블라블라 속풀이를 하고 화서시장으로 호다닥~

보온도시락 하나, 케잌과 딸기, 포도, 엄마가 좋아하셨던 해파리냉채를 한팩 산다.

점심먹기 전 엄마에게 갈 준비는 끝이 났다.

 

어제 옆지기 수술실 들여보내고 병실에 있을 때 '엄마생신 어떻게 한다냐?' 묻는 큰언니 전화를 받고,

원장과 했던 통화내용 다시 전하며 큰언니도 엄마생신에 함께 가기로~

드뎌 엄마 생신 챙기러 두 딸이 안흥으로 출발한다.

 

면회실?로 나오신 엄마
조촐한 엄마 생신상-미역국, 쌀밥, 해파리냉채, 식해, 동치미, 딸기, 포도
큰딸이 먹여주는 생신 진지 - 멱국에 만 밥 한술과 해파리냉채를 달게 드신다.
촛불을 켜고 서너 숟가락 미역국은 드셨으니 이제 마스크를 하고,
생신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러야지.....
기도하시는 엄마
집에 오기 전 두 딸과 인증샷~

나름 잘찍고 싶었던 동영상은 엉망진창 지맘대론데, 엄마는 기분이 아주 좋다.

'저녁드시기 전 간식처럼 엄마 생신 미역국 두 숟가락만 드셔요.' 

손주가 끓인 미역국이라니 철이가 미역국도 끓일 줄 아냐며 기특하다고 맛나게 드신다.

코로나 시국이라 면회를 어떻게 오겠느냐고 엄마 걱정하지 말라고, 밥도 잘먹고 잘지낸다고,

잠을 못자 힘들지만 잠 안오는 건 늘 그랬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고 편하게 말씀도 많이 하시고

화가 나서 눈 감은 채 쳐다보지도 않던 엄마가 눈을 떴다.

별일 크게 없던 지난해 10월쯤의 엄마로 돌아가 자식들에게 고맙다고~

이제 코로나19가 좀 잠잠해질 때까지 당분간 엄마에게 안가도 될 것 같다. 

 

사무장은 지속적으로 기분 나쁜티를 팍팍 내고,

그렇잖아 오미크론 확진자 늘어나는 때에 살짝 온 면회라 우리도 맘이 편하진 않은데

사무장은 그것을 파고 들며 툴툴거리는 말과 행동으로 계속 우리를 공격?한다.

 

그래도 우린 꿋꿋하게 할 건 다했다.

외부 음식이라 안된다며 화내는 사무장 눈을 피해 눈치껏 엄마에게 미역국도 먹여드렸고

케잌에 촛불켜고 '생신축하합니다~' 노래도 불렀다.

수다도 떨고 마무리 기도(주모경)도 잘바쳤다. 

30분 좀 넘은 시간, 우리의 면회가 두고두고 못마땅했던 사무장이 이러는 게 효도가 아니라며

자기 맘대로 엄마 휠체어를 밀고 들어가면서 또한번 언니와 나를 '생각없는'사람 취급을 한다. 

'이럴거면 면회 안된다 거절을 할 것이지, 오라고 해놓고는 참~!'

동창 친구네 가게에서 찐빵을 사며 덤도 넉넉히 받고, 엄마생신이라 요양원에 왔다가는 길이라며

눈물바람인 내게 생일축하 감자떡도 통크게 한봉지 선물한다.

친구야 디따 당케, 잘먹을게~

 

어쨌든 별일없이 엄마 면회도 하고 우리가 원하던 것은 다 했으니

돌아오는 차안, 그래도 맘이 넓은 우리가 ㅎㅎ 웃으며 이해하기로 한다. 

그래~ 혹시 모를 불상사, 감염의 위험 때문에 사무장은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는 거고,

우린 아쉽게나마 엄마 생신 챙겨드릴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된거고, 모두 잘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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