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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5월5일

babforme 2022. 5. 21. 15:40

극심하게 번지던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종 때문에 꽉 닫힌 요양원 문이 열렸다.

지난 2월 23일 면회 뒤 9주만에 엄마 면회가는 길, 운전 연습중인 큰아들이 오늘 운전을 맡기로 했다.

집에 계실 때 찾아뵙고 면회가 쉽지않은 일상에 남편과 두 아들은 처음가는 면회다. 

3년만에 맞는 좀은 자유로운 어린이날,

긴 연휴 시작이라 고속도로는 나들이 차량으로 막히고

우리는 바쁜 마음과 달리 천천히 엄마에게 간다.

 

오늘은 아빠차로 운전연습중? -할머니 면회가는 길
흔한 카네이션이 싫어 제라늄으로 준비한 어버이날 축하 꽃!
무엇을 드실지 몰라 딸기, 포도, 파파야메론을 준비하고......
9주만에 온 자식이 노여운 엄마는 입을 다물고

9주만에 만난 엄마는 노여워서인지, 단어를 잃어버려서인지 말을 안하셨다.

눈을 감고 입을 꽉 다물고 몇 번씩 물어야 한참만에 한 말씀 하시는데 몬가 이상하다.

9주전 엄마 생신날,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 면회 못온다고, 오늘도 엄마 생신이라 부탁해서 간신히 왔다고,

혹시 못와도 엄마 건강하게 잘지내셔야 한다고 두 딸이 말할 때만 해도 엄만 너무나 멀쩡하셨었다.

그런데 오늘, 9주 만에 만난 엄마는 손주가 끓인 미역국에 쌀밥 한술 말아 요양원 응접실에서 단촐한 생신상 받으시며

치매 진단 전의 엄마가 되어 걱정하지 말라고, 코로나가 무서우니 끝나면 오라고

나라에서 하는 말 잘들어야 한다며 두 딸들을 안심시키던 그 엄마가 아니었다.

엄마의 환경이 엄마가 말을 더 빨리 잃어버리게 하는것 같아 마음이 저렸다.

엄마는 잘들리지 않는 귀와 보이지 않는 눈, 모든 기억이 사라져가는 머리(뇌)로

요양원 한켠 방, 엄마에게 할당된 침대에서 엄마의 남은 시간을 버리고 또 버리며 낯섦을 익히고 계신거였다.

 

의무로 들여다 보는 손길이 얼마나 살뜰하겠냐만 그래도 다른 선택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모신 요양원.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런저런 까닭으로 요양원 면회는 처음인 울집 세 남자도 입을 다물고,

나는 엄마의 잃어버린 말, 엄마의 기억을 되돌리려 허허실실 눈물그렁한 수다를 떤다.

 

손주와 사위가 불러준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어머니 은혜(마음)

놀랍게 변한 할머니 모습과 할머니가 살아내는 환경에 망연해 눈가가 벌게진 작은아들과 눈물을 흘리는 큰아들,

엄마 손을 꼭 잡은 남편이 어버이날이라고 어머니 은혜(마음)를 부르는데, 

무너진 마음에 꺽꺽 목이 메여 우는 것밖에 나는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어머니 은혜(마음)

 

(양주동 작사/이홍렬 작곡)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어려선 안고 업고 얼러 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사 그릇될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에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요 어머님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사람의 마음속엔 온 가지 소원 어머님의 마음속엔 오직 한 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녀 위하여 살과 뼈를 깎아서 바치는 마음

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하리요 어머님의 사랑은 그지없어라

 

기분이 좀 나아져 사위와 얘기중인 엄마

눈물어린 자식들의 재롱?에 몸 컨디션이 좀 나아지셨는지 엄마가 조금씩 말도 하시고 간간히 웃기도 하신다.

엄마의 기억너머 창고에서 길어올리는 오래된 얘기들과 동문서답으로 띠엄띠엄 오고가는 말들이 

그래도 엄마의 뇌회로에 기름칠이 되는지 간간히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손주들 이름 불러 고마움도 전하고......

 

웃어보라는 성화에 입만 웃는 엄마랑 울네식구 같이 한컷~!
울적한 마음을 위로하려 큰아들이 사준 저녁만찬 - 소한마리

면회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집에 한번 들러봐. 많이 바뀌었을거야 오빠 톡을 생각한다. 

아버지가 짓고 어린 자식들 키우며 엄마가 가장 오래 산 집, 

이제는 주인이 바뀌는 엄마의 집을 돌아본다.

행랑채가 사라졌을거라 여겼던 것과 다르게 엄마집은 큰틀은 그대로 바뀐게 없었다.

사랑방에서 뜯겨나온 구들장이 쌓여있는 대문간,  헛간으로 쓰던 공간은 안채의 샷시를 옮겨달아 방이 되고.....

큰아들이 저녁을 사겠단다.

엄마가 아직 집에 계실 때, 엄마를 보고 오던 길에도 큰아들은 저녁을 사주었다.

그때도 사위어가는 할머니 모습에 두 아들이 말을 잃더니......

아들이 사주는 고기를 맛있게 먹으며 나는 또 울다웃다 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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