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고구마 본문

엄마 이야기

고구마

babforme 2022. 2. 21. 16:25

언제였더라~ 아직은 엄마가 나름 잘드시고(?) 집에 계실 때였으니 10월쯤이었나보다.

엄마에게 갔을 때 저녁 잘드시고 갑자기 고구마에 꽂힌 엄마 성화에 밤새 고구마를 찾아다녔었다.

ㅅㅂ할머니가 가지고 오셨다는 고구마 한 박스,

엄마는 그 고구마가 무거워 들지 못하고 ㅅㅂ할머니가 들어다 싱크 위에 놓았다는데,

싱크 위는 물론 집안 곳곳 전체를 다 뒤져도 그 고구마 상자는 없었다.

내일 너 갈때 고구마 챙겨가라고, 그 고구마 찾아야한다고 밤새 성화, 또 성화를 부리시던 

엄마는 과거 어느 한 지점에 머물러 그때의 기억을 지금 말씀하고 계시는듯 했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부엌 뒤 광 구박에 (밤새 찾았던 ㅅㅂ할머니가 가져왔다는 고구마가 아닌)

담겨있는 고구마 몇 개를 결국 싸가지고 왔었다.

그리고 엄마 치매판정받고, 이런저런 일들로 시간이 지나다가 결국 어쩔수 없이 엄마를 요양원에 모신 뒤

한참이 지나서야 놓았던 정신줄 챙기며 다용도실 시렁에 올려놓은 고구마를 생각해냈다.

이제 엄마는 나에게 챙겨줄 고구마도 감자도 토마토도 더이상 없다.....

그 고구마가 상하기 전에 고맙게 맛있게 알뜰하게 먹어야지.

다행히 겨울을 나면서도 고구마는 하나도 상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씻어놓은 고구마-냄비로 딱 하나~ 엄마 맘처럼 색도 이쁘다.
좀 잔 것은 골라서 찌고,
좀 굵은 것은 에어프라이어에 구웠다.

그리고 이렇게

나의 아침 양식으로 갈리고,
남편 아침으로,
아들 아침으로 오후 간식으로 이틀간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다.
이틀을 먹고 3일째 남은 마지막 하나,
사과와 함께 갈아 만든 고구마라떼로 나의 아침을 든든하게 했다.

이제 친정집엔 엄마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친정도 고향도 없어졌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