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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 면회 - 5월 25일

babforme 2022. 5. 25. 22:23

엄마에게 가는길, 엄마는 오늘 어떤 분위기로 딸을 맞으실까? 말씀은 잘하시려나?

엄마 상태에 따라 그날그날 다른 반응,

총기도 보였다가 엄마 혼자만의 세상에 머물기도 하셨다가......

 

이제 요기만 지나면 고속도로 진입이다.
총기가 돌아온 밝은 표정의 엄마
먼 기억 속을 헤엄치시나? 아슴해지는 눈 - 엄마가 슬퍼보여 눈물이 날거 같다.

오늘 엄마는 아주 오래전 엄마의 친정생각에 머물고 계셨다.

친정 식구들을 생각하며 기분이 좋으신지 엄마는 환하게 웃는 얼굴, 총기흐르는 눈으로 면회 온 딸에게 인사를 한다.

'고모~ 어떻게 오셨어요? 그동안 연락도 못하고 살았네요.

엄마, 작은 딸 미수니, 지금 막 엄마보러 왔는데..... 엄마 고모가 오셨어?

누구 고모? 엄마 고모? 아님 미수니 고모? 엄마 고모, 나는 잘몰라요 엄마도 고모가 계셨어요?

미수니 고모는 두 분이었지, 엄마 시누들~~. 원주에 큰고모가 사셨었고, 양구에 작은고모가 사시잖아~?

원주고모는 도화, 양구 고모는 도영이, 근데 큰고모는 아주 오래전에 돌아가셨쥬.

어~ 미수니가 왔어? 고모 미수니가 왔대요.'

엄마는 딸에게 뒤죽박죽 엄마 머릿속에 그려지는 대로 말씀을 하신다.

졸지에 딸은 엄마고모였다가 딸이었다가 역할이 바쁘다.

'오늘 친정식구들 생각이 났어. 아~ 엄마가 오늘 엄마 본가 친척들이 생각났구나.

엄마 생각나는 친척들 다 얘기해요. 고모할머니 얘기, 외할아버지 얘기, 큰외할아버지 얘기 다 해요~ 

고모~ 사느라 바빠서 연락도 못하고..... 잘계시지요? 잘있어요. 춘자 조카도 잘지냈고요?

큰고모랑 작은고모랑 큰아버지가 먹고 살려고 회령으로 이사를 갔어.

북한 회령으로? 거기로 큰집식구들이랑 고모들이랑 다 같이 갔다구?

큰고모 큰아들은 춘재, 춘재는 왜정 때 전차 운전수했어. 그때 전차 운전수했으면 기술직으로 꽤 대단했네~

은재는 큰고모 작은아들인데 못살아서 나무(남의)집 양자를 갔거든 양자가서 잘살았어요? 몰라~ 잘살았겠지.

거기에 고모들은 남고 큰아버지만 춘천으로 나중에 오셨나~ 생각이 안나..... 아~ 그래서 춘천에 모두 살게 된거구나.

고모~ 다른 고모는 다 돌아가셨지요? 제가 이렇게 살다보니 연락도 못하고.....

다 그렇지, 사는게 바쁘니 그래도 이리 살아서 보네. 건강 잘 챙겨야지. 네, 그래야지요. 고모~'

 

그러니까 엄마에게 고모가 세분 계셨고 너남없이 살기 힘들어 기회를 찾아 회령으로 이사도 하셨다가

춘천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았고 그래서 엄마 큰집이 춘천에 있었단 거~?

 

잠깐 생각에 잠긴 엄마

딸은 엄마 막내고모였다가, 딸로, 엄마 얘기를 정리해 주는 나레이터로 역할을 바꿔하느라 바쁘고,

엄마는 간식드시랴, 친정 얘기하랴, 딸 알아보랴 바쁘시다.

친정얘기에 촉이 맞춰진 엄마는 오늘 너무 쌩쌩하다. 

어찌보면 엄마의 온 삶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아 꼭꼭 가슴에 쌓아놓은 아픈 이야기 한자락을 털어내고 싶으신지도 몰라!

왔다갔다 널 뛰는 엄마 얘기에 장단을 맞추며 딸은 자꾸만 목이 메인다. 

'엄마~ 춘재, 은재가 큰고모 아들들이랬지? 글믄 외할아버지 성함은 뭐였어?

우리아부지 이름은 재석, 큰아부지 이름은 재철, 우리오빠이름은 창현, 동생이름은 태현......

아~ 할아버지는 재자 돌림이네, 외삼촌은 현자 돌림이고,

큰집 오빠들은 진현이 대현이, 언니는 상숙이 그래요, 진현이 대현이 상숙이 이름은 많이 들었어.

상숙이 이모는 미국살다가 몇년전에 다시 울나라로 들어오셨다했잖아. 엄마 옆으로 와서 자리잡고 싶어했는데

엄마도 코가 석자라 안흥으로 오란 소리 못했다고 엄마가 말했었지?

근데 그 삼촌들과 이모는 이름만 들어봤지 한번도 못봤어. 오가질 않았으니 못봤지. 내가 사는게 힘들었잖아.

외할머니는 생각안나요? 몰라~'

갑자기 무심해진 엄마는 생각속으로 여행을 떠나고, 한참만에

'아버지 엄마 그렇게 돌아가시고 동생들을 내가 다 델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나중에 큰집으로 가게 된걸.... 그냥 춘천 큰집으로 보낼 걸, 어짜피 내가 다 건사도 못했는데.....'

 

한국 전쟁 중에 엄마 아버지와 오빠를 떠나 보내고 졸지에 동생들 넷과 살아내야 했던 22살의 어린 처자는

얼마나 힘들고 두려웠을까? 동생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얼마나 어깨가 무거웠을까?

 

호두과자 반개를 여러번에 나누어 드시고,
다시 얘기 삼매경인 엄마

'고모 성당다녀요? 그럼 고모도 성당다니지. 춘자조카도 성당다녀요? 

성당에 다니는데 지금은 아파서 성당을 못가요. 빨리 집에 가야 성당에 가는데.....

이제 다 나았으니 집에 가면 성당에 가야지요.

고모~ 목욕했어요? 네, 목욕했어요. 왜요? 목욕해야 성당가서 신부님 만나지요.

그래, 목욕했으니 춘자조카 고모랑 같이 성당감 되겠네.

집엘 가야하는데.....고모 대접을 하려면 병원에 있음 안되는데.....

엄마, 딸이 고모할머니 대접할게요. 걱정하지 마셔~!'

엄마가 많이 아파서 집에 혼자 못계시잖아, 그래서 엄마 병원에 온거지?

병원에서 치료 잘받고 빨리 나아서 엄마 집에 가자, 응? 그래서 엄마가 가고 싶은 성당도 가고

뵙고 싶은 신부님도 만나고 수녀님도 만나고 그러려면 엄마 기도 열심히 해야지.

방에 누워서도 까먹지말고 기도해, 응~ 알았지!

엄마~ 우리 기도하자. 주님의기도 할 수 있지? 우리 주모송으로 기도하자~

'고모 오시느라 힘들었어. 안방에 이부자리 좀 펴드려!

알았어, 엄마 안방에 고모할머니 이부자리 펴드렸으니 편하게 쉬실거야. 우리 기도하자 엄마~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엄마는 딸과 함께 또렷한 목소리로 주님의 기도를 하신다. 그런데 성모송은 안하시네~

어쨌거나 기도문은 아직 안잊으셨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솨?

 

'엄마~ 또 올게요. 빨리 나아서 성당가게 침대에서 열심히 기도하시고 딸 기다리고 계셔.

자꾸 자꾸 까먹음 안돼, 알았지? 금방 또 올게요. 그래, 잘가~'

엄마는 친정얘기와 막내고모를 만나느라 1시간 20분이나 휠체어에 쌩쌩하게 앉아계셨다

평소 면회때 3-40분을 세배나 넘겨서.....

엄마가 가장 행복했던 기억만 가지고 편히 지내시다 하느님 품에 안기시길,

그래서 그곳에서 아버지도 엄마도 오빠도 동생도 꼭 만나시길......!

 

엄마에게 가져갔던 간식-도로 챙겨돌아온다.

 

놓았던 정신 잠깐 제자리로 돌아온 엄마는 엄마드시라 가져갔던 간식들을 도로 챙겨주신다. 

가져다 이쁜 손주들 하나라도 더 멕이라고 손사레 치는 엄마 성화에 가져갔던 간식 다시 싸들고 돌아오는 길, 

엄마의 신산했던 삶이 가슴을 저며 꺽꺽 뜨거운 눈물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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