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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5월 18일

babforme 2022. 5. 21. 18:02

오늘 엄마는 날 바로 알아보실까? 간단한 간식만 챙겨 길을 나선다.

좀 자주 보면 기억저편으로 잊혀지는 엄마의 말과 생각들을 찾아내 드릴 수 있을지 몰라.

엄마가 열심히 바치던 묵주기도를 1단이라도 함께 바치면 잊혀지는 엄마의 기억조각들을 찾아낼 수 있을까?

챙겨놓았던 엄마의 여러개 묵주 중에서 주임 신부님께 선물받은 묵주를 챙겨 주머니에 넣는다.

갑자기 바빠지는 마음,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엄마 간식
모처럼 눈을 뜨셨다.
요양원 가시기 전 집에서 마지막 날의 엄마 - 참 고왔는데......

휠체어를 타고 나오신 엄마는 그 사이에 머리를 짧게 깎으셨다.

이른바 요양원 스타일, 모시는 어르신들 관리에 가장 편한 머리 모양이다.

머리 모양 때문일까? 엄마 얼굴이 유난히 길고 커보인다.

집에 계실 때 엄마와 사뭇 다른 분위기의 엄마를 보며 낯설고 안타까운 마음에 또 울컥~!

 

간식 타임

'누가 왔을까요? 미수니가 왔겠지. 목소리가 미수니여~ 아이고 잘하셨네.

한번에 딸을 바로 알아맞추다니 엄마 이제 다 나은 것 같아~ 그딸이 어디 살더라?

수원에 살지. 혼인하고 니 계속 수원살았잖아. 수원 안살고 니 딴데 사나?

아냐, 엄마 딸이 수원에 사는거 맞아~ 그것도 잘 알고 계시네. 와~ 울엄마 으뜸, 으뜸!!!'

'모 좀 드실래요?'  딸 말에 이미 익숙해진듯 입부터 '아~' 하는 엄마.

'아니~ 엄마가 직접 해야지. 여기 음료 엄마가 손에 들고 엄마가 직접 드셔봐요~

이거 부드러운 카스테라 케잌이거등, 이것도 내가 잘라드릴게. 엄마가 손으로 들고 드실 수 있지?

천천히 꼭꼭 우물우물 씹으셔. 침이 다 섞이면 꿀꺽 삼키는 거야. 알았지, 엄마!'

엄마 기억회로에서 말들이 더 사라지지않길 바라며 여러가지 꾸밈말 많이 넣어 엄마 간식을 챙긴다.

'이제 그만 먹을래, 배불러~ '

120ml 작은 음료 한팩과  카스테라 케잌 세점에 엄마의 맛있는 간식시간이 끝나고,

 

다시 우리는 묵주기도로 말놀이를 한다.

'엄마, 오늘 엄마가 잘하시던 기도 한번 해보자. 딸이랑 묵주기도 1단만 바치는 거야.

여기 엄마가 신부님한테 선물받은 묵주 갖고 왔어. 혹시 잃어버릴지 모르니 엄마가 나더러 잘보관하랬잖아.

내가 올 때마다 갖고 올테니 그때마다 엄마 우리 같이 기도하자~ 

아~ 묵주 니가 갖고 왔어? 응~ 알이 굵은 묵주로 챙겨왔거든요~.'

엄마는 입으로만 중얼중얼, 딸은 엄마 묵주를 대신 돌리며 그나마 들리는 엄마 왼쪽 귀 가까이 대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전능하신 천주성부.....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중에 복되시며 태중에 아드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익숙한 묵주기도에 엄마의 기억이 천천히 돌아왔다? 또렸하게 외우는 기도문!

묵주1단을 바쳤다. 오래 앉아 계셨으니 힘들어 이제 들어가 누우셔야지.

 

'담주에 다시 올게요. 그때까지 계속 주모송바치면서 기도문 잊어버리지 않기로 엄마 약속해요.'

손가락을 걸고 작별인사를 한다.

 

수원에 다 왔네.  뉘엿뉘엿 지는 해에 엄마와 내 삶의 시간도 함께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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