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3월 29일 본문
큰아들이랑 점심을 먹고 큰아들은 회사로 나는 요양원으로 출발~
단촐하게 달달구리 커피하나 챙겨서 길을 나선다.
오늘 엄마 컨디션은 괜찮을까?
면회실로 나온 엄마의 컨디션은 오늘도 쾌청이다.
엄마 누가 왔게요? ㅁ수니가 왔지. ㅁ수니가 오믄 내 얼굴을 요래요래 문질러주잖아~
엄마 얼굴 요래요래 문질러 주면 좋아? 좋지~ 오늘은 모자를 안쓰고 오셨네.
바깥은 시방 꽃이 한참 폈어. 개나리도 노라니 피고, 목련도 하얗게 다 폈어. 진달래도 피고......
아~ 벌써 그렇게 됐어? 또 봄이네. 엄마~ 날씨도 따뜻하고 햇살도 아주 좋아.
이럴 때 달달구리 커피 한잔 때려야쥬? ㅎㅎ 모라구? 커피 한잔 드린다구~ 좋지, 커피 좋아~
엄마는 커피 한잔을 들고 행복을 마신다.
'맛있어, 커피가 아주 맛나~ 엄마 그렇게 커피가 맛있어요? 그럼~ 맛있지.
엄마~ 지난주에 막내가 환갑이어서 잔치했어. 응~? 그랬구나. 그래서 우리가 모두 막내네 동네 삼송으로 갔었어.
큰딸이랑 큰사위, 큰손주랑 증손주들도 왔었어. 큰딸 이름생각나? 정자 아녀? 맞아, 정자~ 엄마 기억잘하네,
그럼 큰사위는? 큰사우는 재행이, 최재행이야. 와~ 엄마 오늘 대단한데.....
맨날 큰사위 이름이 생각 안나더니 오늘은 바로 재행이가 나오네. 참 잘했어요.
그럼 큰손주는? 큰손주? 미논가~? 아니 엄마 미노는 둘째고 큰애는 주노지~ 아 맞다, 주노 주노다.
민이랑 김서방, 라온이도 왔구, 원주 작은아들이랑 작은손주, 작은손부가 왔었어.
작은아들 이름은? ㅎ지니~ 그럼 작은손주는? 모더라~ 엄마, 효로 시작하는데...... 효......아~ 효하니~
엄마 오늘 진짜 200점이네. 효하니 색시도 같이 왔는데, 효하니 색시 이름은 누리야.
누리? 이름이 이상하네. ㅎㅎ 누리~ 엄마가 못들어본 이름이지? 한글이름짓는게 유행일 때
누리라는 이름 많이 지었어. 이름도 유행하거든. 그래? 잘했군.
엄마, 이제 막내까지 환갑이 되었는데 기분이 어때요? 어떤 생각이 들어?
막내가 벌써 환갑이라니 참 모라 할 수 없이 이상하네. 막내가 환갑이니 나는 몇살인거여~
내가 참 오래 살았어. 건강하게 오래살믄 좋지. 엄마 올해 아흔다섯살인데.....
아유~ 내가 95살이나 먹었어?
엄마, 이제 숫자세기 해볼까? 엄마 혼자 세어보기~ 하나~
하나, 둘, 셋, 넷.......열하나, 열둘...... 시물, 시물 하나......서른, 서른하나, 서른 둘......구십,
구십하나, 구십둘, 구십 셋, 구십 넷, 구십다섯. 내가 구십다섯살이지.
엄마~ 다다음주에 딸이 일본에 가거든. 엄마 일본말 잘하니 같이 가서 통역 좀 하실래?
일본에 가? 근데 내가 가도 일본말 다 잊어버려서 말 못해줘.
엄마 초등학교 고학년쯤 해서 일본말로 공부했나? 모르겠네. 언제부터였는지 다 잊어버렸어.
일본말 생각나는거 있어요? 인사하는거~ 일본말은 인사가 다달라.
아침인사는 오하이오 고자이마스, 점심엔 곤니찌와구 저녁엔 곰방와거든.
아~ 엄마, 영어도 아침 점심 저녁 인사가 달라~ ㅎㅎ 그래? 외국말은 다 그런가~ '
오늘은 그래도 오가는 말이 되는 날!
엄마, 이제 그만 방으로 들어가실 시간이야. 엄마 컨디션이 좋아서 오늘도 한시간이나 휠체어에 앉아계셨거든.
엄마 너무 오래 앉아계심 힘들어서 안돼요. 방에 들어가서 좀 쉬셨다가 저녁드셔야 돼.
마무리 기도하고 엄마 방에 들어가자. 담주에 다시 올게.
기도해? 기도해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이제와 우리죽을 때 우리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빌어주소서, 아멘! 낭랑한 엄마의 기도소리가 가슴에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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