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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4월 6일

babforme 2023. 4. 6. 23:38

출근하는 아들과 점심을 먹고 다시 엄마에게 나선길,

반가운 봄비님이 오락가락 갈길을 더디게 하나 어쨌든 요양원에 제대로 도착했네.

직원분이 나를 먼저 봤는지 면회 준비를 하러 엄마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면회신청을 한다.

 

무서운 얼굴 해보소~ 딸의 주문에 입을 앙다물고 눈을 크게 뜨는 엄마, 에고 무서라~ ㅎㅎ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사뭇 기분이 좋다.

늘 눈을 감았었는데 오늘은 아예 눈을 번쩍 뜬채 휠체어에서 웃는다.

유춘자씨? 아니 유옥순씨? 잘계셨어? 누가 왔게~? 누구긴 누구여~ ㅁ수니가 왔겠지. 목소리가 ㅁ수니구만~

오~ 대단한데, 엄마, 이제 목소리만 들어도 딸인지 알아? ㅎㅎ 그럼~ 알지.

유춘자씨~! 네? ㅎㅎ 딸이 부르는데 몰 글케 정색하고 대답을 해? 엄마가 유춘자씨가 맞아?

유옥순씨가 아니고 유춘자씨야? 춘자가 좋아? 옥순이가 좋아? 춘자가 좋지~ 왜? 옥순이가 더 좋지 않아?

옥순이 안이쁘잖아. 그럼 춘자는 이쁜 이름이야? ㅎㅎ 옥순이보다 춘자가 더 신식같잖아~

아~ 그렇구나~ 엄마가 더 신식같은 춘자씨가 좋다니 앞으론 춘자씨라고 불러줄게. ㅎㅎ

춘자씨~ 커피마실려? 응? 모라구? 춘자씨가 좋아하는 커피 갖구왔거덩~ 커피드릴까?

커피? 좋지. 빨리 줘. 맛있겠다. 커피 좋아~ 알쓰요. 쬐금만 기다리셔, 내 맛있게 커피 타줄게~

 

마지막 한방울까지 쪽쪽 남김없이 마시리라~

엄마는 커피를 맛나게 드신다. 

'커피 맛있어요? 응 맛있어. 너무 맛있어. 딸이 커피 잘탔지?

몰 그렇게 끝까지 마시느라 탈탈 털어요? 커피 좀 달라구? 벼룩이 간을 내먹지, 엄마 커피 한잔을 딸이 뺏어먹겠어? 

모라구 바다게장? 응? 엄마 건 또 몬 소리? 니가 지금 바다게장이라 그랬잖아~

ㅍㅎㅎ~ 그렇게 들렸어요? 엄마 커피 안줘도 된다고, 1주에 딸이 가져와야  커피 한잔 겨우 마시는데

그거 딸이 나눠달라하겠냐구, 그래서 속담 좀 썼어. 벼룩이 간이 얼마나 작겠어요?

그 작은 간을 빼먹겠어? ㅎㅎ 엄마 커피 많이 드셔.'

점점 인지능력과 청력이 떨어지는 엄마와 늙어가는 딸이 서로 잘 알아듣지 못하는 수다를 떤다.

 

지난주에 큰오빠네가 왔다갔지? 큰아들 와서 좋았어? 좋았지.

니 큰아들이 ㅇ지니냐? 아니~ ㅇ지니는 엄마 큰아들이고 내 큰아들은 ㅁ처리야.

엄마 큰아들이 누구라고? ㅇ지니, 그럼 엄마 작은아들은? 작은아들이 누구더라~ 엄마 작은아들은 ㅎ지니

다시 말해볼까? 엄마 큰아들은 ㅇ지니, 작은아들은 ㅎ지니 엄마 큰딸은 ㅈ자, 작은딸은 ㅁ수니 막내딸은 ㅁ수기

최서방도 같이 왔니? 최서방은 안왔는데..... 엄마 큰사위 생각이 났어? 큰사우? 큰사우가 최서방인가?

엄마 지난주엔 큰사위 최서방, 최ㅈㅎ 너무 또렷하게 생각하더니 오늘은 헷갈리는거야?

최서방이 니 신랑이냐? 내 신랑은 이서방이지. 아~ 니 신랑이 이서방이구나~ 이서방이 같이 오면 좋아?

좋지. 모가 좋아? 계속 이상한 소리만 하는데...... 그래도 좋아. 너도 좋고~ 친정?식구들이 오니까 좋지.

아~ 우리들이 친정인거? ㅎㅎ 그렇지. 시집식구들은 올사람이 없잖아. 아버지도 죽고.....

그렇네. 엄마 시집에선 엄마 보러 올 사람이 없네. 가끔 오던 인제 작은아버지도 돌아가셨으니......

누구? 인제 작은아버지 ㅅ서비, ㅅ서비가 죽었어? 왜? 나이가 들고 아프고 그러니까 하나 둘 세상뜨고 그런거지.

울산 작은아버진 편찮으시긴 한데 아직 살아계시고~  울산 누구? ㅅ미니,  ㅅ미닌 아직 살았지?

아~ 그랬구나, 아~ 그렇구나~ ㅎㅎ 엄마 모가 그렇구 모가 그래? 에궁~ 울엄마 자꾸 정신이 왔다갔다 하네. 

 

'오늘 엄마 비가 와서 하늘이 흐렸어. 꽃이 지천으로 피었는데 비가 와서 다 떨어질 것 같아.

개나리도 피고 목련도 하얗게 다 피었었어. 진달레도 피고 민들레도 피고.

우리동넨 벚꽃은 벌써 다 졌는데, 여기 오다보니까 이제 산벚꽃들이 막 피더라구~

그래서 산이 희뿌윰하게 이뻐~ 엄마,나무들이 새잎을 내느라 연두연두하고

그 사이사이로 산벚꽃 연분홍이 흰색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서 산이 참 이뻐~

오원저수지 지나면서 마주보이는 산(풍취산), 그 산으로 비안개가 피어오르는데 괘니 슬프더라~'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엄마에게 독백처럼 수다를 떨며 문득 쏟아지는 눈물,

아아~ 엄마, 나 시방 눈물이 난다!

 

기도하시는 엄마

엄마, 이제 한시간이 넘었어요. 너무 오래 앉아계시면 힘드니까 이제 들어가서 쉬셨다가 저녁 맛있게 드셔.

면회 마무리로 기도해야쥬, 엄마~ 기도해? 응 성부와~ 하고 들어가서 쉬셔야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죄를 용서하시고.....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이제와 우리죽을 때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 우리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빌어주소서, 아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엄마의 기도소리가 면회실에 낭랑하게 퍼진다.

엄마 다음주에 올게요. 잘드시고, 잘내보내고, 잘 주무셔~ 그래, 잘가. 담주에 봐요!

 

안슬픈 척 활짝 웃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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