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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4월13일

babforme 2023. 4. 14. 14:09

엄마는 마스크를 하고 두 눈을 감은채 면회실로 나오셨다.

어느 요양사분이 면회준비를 해주시는가에 따라 면회실 엄마 차림새는 다르다.

 

유춘자씨~? 누가 왔게요? 어~ 언니? 유춘자씨 언니가 있었어요? 청량리 언니? 유춘자씨 장녀 아닌가?

오빠가 한분 계셨고 그 다음이 바로 유춘자씨잖아요?

그런가? 내가 장녀구나. 누구야? 누구긴~ ㅁ수니지. 아~ ㅁ수니가 왔구나~

엄마~ 커피갖구 왔는데 커피드릴까? 모? 커피드린다구~

커피? 아~ 좋아라~ 커피, 좋아~ 빨리 줘!

 

맛나게 커파를 드시는 엄마

엄마, 커피 말고 작은 카스테라도 가져왔는데 드실려?

아니~ 싫어~ 커피만 먹을거야. 커피가 젤 좋아. 딴 건 암 것도 안먹어.

엄마는 나날이 어린애가 되어가고 딸은 나날이 늙어가고...... 인생살이 참 씁쓸하다~! 

 

엄마~ 아까 나에게 언니냐고 했잖아~ 얘기 나온김에 오늘은 엄마 형제들 얘기를 해볼까?

엄마에게 언니가 있었어요? 언니? 없었나? 없었을걸~ ㅎㅎ 엄마~ 엄마에게 오빠가 있었지? 오빠이름 생각나요? 

오빠? 창현이? 창현이 엄마 오빠, 그니까 내 큰외삼촌인거네. 글믄 오빠가 있었고, 그다음이 엄마?

엄마 아래로 동생이 있었지? 남자동생, 누구더라? 남자동생이 누구였지?

태.... 엄마 태로 시작하는데....춘천에 살았고 태로 시작하는..... 채? 채?

아니 채가 아니라 태, 태로 시작하는데..... 잘몰라~ 엄마, 태현이, 생각안나? 아~ 맞다, 태현이, 태현이가 있었네.

태현이 밑으로 여자 동생, 용산에 사는데..... ㅇ자? 아니 ㅇ자는 강릉에 살고, 용산에 사는 동생은 ㅁ자, 아~ ㅁ자구나.

다시 용산에 사는 동생이 누구라고? ㅁ자. 아고~ 잘했어요. ㅁ자야, ㅁ자. 글고 미국에 사는 동생, 미국에도 사나?

그럼요. 미국으로 이민갈 때 우리식구 모두 김포공항으로 배웅갔었잖아. 미국사는 동생은 ㅅ자,

미국에 누가 산다고? ㅇ자, 아니 ㅇ자 아니고 ㅅ자,

그리고 강릉에 사는 막내동생은 ㅇ자. ㅎㅎ 엄마 ㅇ자가 젤 좋았나? ㅇ자만 계속 외치네.

자~ 이제 처음부터 다시, 엄마 오빠는 창혀니~, 엄마 남동생은 태혀니~, 용산사는 동생은 ㅁ자~,

미국사는 동생은 ㅅ자~, 강릉사는 동생은 ㅇ자~! 아, 이제 됐네. 엄마 잊어버리지 말고 잘 기억해놔요.

알았어요? 몰라, 기억잘해놔도 내일이면 다 까먹어.

 

엄마~ 올해 몇살? 나? 아흔 네살~ 아니, 엄마 올해 아흔다섯살이야. 한살 더 먹었어.

내가 아흔다섯살이야? 그럼, 엄마 막내딸이 벌써 환갑인데......

엄마 큰딸은 올해 일흔 여섯살이고, (작은딸은 일흔두살), 큰아들은 예순 여덟살, 작은아들은 예순 여섯살,

ㅁ수닌 예순 세살이구 막내는 올해 환갑이야. 그니까 엄마가  나이가 많은거지. ㅎㅎ

이제 숫자 세기 해볼까?  내가 하나 하면 엄마가 둘 해야돼~! 하나, 하나, 둘, 둘~ 셋, 넷, 다섯, 여섯......

마흔 아홉, , 쉰 하나......쉰 아홉, 쉰~! 아니 엄마 쉰이 아니라 예순, ㅎㅎ 다시 예순 하나......예순 아홉, 쉰~!

아니 엄마 그다음은 쉰이 아니라 일흔, 다시 일흔 하나.......일흔 여덟, 일흔 아홉, 여든!

아~ 잘했어요. 일흔 다음엔 여든이지. 여든 하나......여든 아홉, 쉰~! ㅎㅎ 엄마 또 쉰이야?

그래, 엄마가 쉰살이면 참 좋겠다. 그땐 눈도 잘보이고 정신도 말짱하고 총기가 반짝이는 엄마였잖아~

 

생각에 잠긴 엄마

옆지기의 그릇된 신념 때문에 죽을만큼 힘들었던 내삶이 그런대로 버틸만해지니,

이제 교대로 작은아들이 또 그 옆지기의 막무가내 신념으로 삶의자리가 흔들리네.

제맘대로 소통?하며 이런저런 얘기 끝에 에둘러 뱉어냈던 작은오빠의 근황에 엄마가 잠깐 침묵,

엄만 지금 딸이 빈소리처럼 에둘러 한말을 온전히 알아들은걸까?  엄마 머리 속에서 어떤 생각들이 뒤엉키고 있을까? 

나이가 들만큼 들어 삶의 자리에서 제나름의 무게들을 견디고 있는 자식들 생각을 하는걸까? 

생각에 잠긴 엄마 얼굴이 슬퍼보여서 눈물이 났다.

 

엄마, 다음주엔 제가 못와요. 일이 있어서 일본에 다녀올거예요.

딸 안온다고 울고 삐지고 하지 말고 1주만 기다리셔~ 일본간다고? 잘갔다와~ 다큰게 울긴 왜 울어.

다크면 안우나? 다커도 울고 다안커도 울고~ 눈물나면 언제나 우는 거지. ㅎㅎ

몰, 다큰게 울어? 기다림되지. 그래, 엄마 기다림 되지. 다큰게 울믄 안되지~ ㅎㅎ

엄마, 또 한시간이 넘었어. 엄마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픈데 넘 오래 앉아 계셨어.

너랑 있음 안아파. 아파도 참을 수 있어. 좋으니가 참을 수 있어.

그래도 엄마, 힘들면 안되니까 이제 들어가 쉬셨다가 저녁 맛있게 드세요.

엄마, 주모경으로 오늘 우리 면회 마무리해요. 기도하라구? 응, 기도해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악에서 구하소서!

하늘에 게신 우리 아버지...... 악에서 구하소서!

은총이 가득하신~ 이제와 우리 죽을 때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으소서~!

영광이~ 모? 성광? 형광? 아니~~ .. ㅎㅎ

다시 엄마,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영원히 아멘!

 

엄마는 오늘, 주기도문을 두번을 하셨다. 그리고 영광송을 잊으셨다가 간신히 기억해내셨지.

엄마, 안녕, 담주는 못오고 그담주에 올게요. 그래 잘가~

 

순간순간 쾌청과 혼돈을 왔다갔다 하는 엄마가 쾌청이라 여기며 작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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