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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4월 25일

babforme 2023. 4. 29. 01:12

지난주엔 울나라에 없었던 터라 엄만테 갈수가 없었다.

'담주엔 못와요. 울지말고 한주 기다리셔~' 하던 딸에게 '다큰게 몰 울어' 대답하던 엄마에게 부지런히 달려가는 길,

도로사정도, 다른 여건들도 별일없이 안녕이다.

 

마스크를 하고 나온 엄마

누가 왔게요? 면회실로 나온 엄마에게 묻자 눈을 꽉 감은 채 엄마는 아주 시크하다.

'몰라, 내가 어떻게 알어, 엄마 누가 왔는지 정말 몰라요? 

지난주엔 일본 가서 못온다 했는데 그새 잃어버린거? 몰라~ 딸이 왔나~? 맞아, 딸이 왔잖아~

딸, 어떤 딸이 왔어? 딸 이름이 뭐야? 몰라, ㅁ수닌가?'

아무래도 엄마에게 커피라는 약을 좀 드려야 할 것 같다. 

'엄마~ 내가 엄마 줄라고 모 갖고 왔는데, 그게 뭔지 알아맞혀봐. 엄마가 아주 좋아하는 건데.....

나 좋아하는 것도 몰라. 다 잊어버려서 바보가 됐거등~  먹고 자고 싸고만 하는 바보거등!

에이, 그래도 잘 생각해 봄 알수 있을 걸~ 냄새도 좋고,

따뜻하게 마시는 건데 엄마가 집에서는 하루에 세 잔씩은 마시던 거야.

에고~ 울엄마 진짜로 생각이 안나는가 보네.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 갖고 왔는데 엄마 커피 마실래요?

아~ 커피 갖고 왔어? 아이 좋아라, 커피 줘, 커피 좋아~ '

 

엄마는 후후 불면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서야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시큰둥하던 엄마는 뜨거운 커피를 후후 불며 맛있게 드신 후에야 기분이 좋아졌다.

하하~ 웃기도 하고 안보이는 눈과 안들리는 귀로 동문서답에 우문현답도 하며

늙어가는 딸과 떠는 수다?를 즐기셨다.

생각난대로 이리저리 왔다갔다 뒤섞이는 엄마의 기억들을 따라가기 바쁜 딸은 목이 아프고.

지난주엔 아무도 말걸지 않아 기억 한 줌 또 저밑으로 갈아앉았을 테니 오늘은 자식들 이름부터 얘기해볼까? 

'큰딸 이름은? 큰딸? 내가 큰딸이 있니? 그럼~ 엄마에겐 딸이 넷이고 아들이 둘이잖아.

그중에 둘째딸은 하늘나라에 갔고..... 아~ 그렇구나, 내가 자식이 많네. 글치, 엄마 자식이 6명이나 되는 걸~'

엄마 시작한다. '큰딸은? 서울사는 딸이지? 응 맞아, 서울사는 딸이 큰딸이야. 서울사는 큰딸은 ㅈ자,

큰아들은 ㅇ지니, 작은아들은 ㅎ지니, 작은딸은 ㅁ수니, 막내딸은 ㅁ수기..... 에공~ 잘했어요. 울엄마,

다시 한번 해볼까? 큰딸은? ㅈ자, 큰아들은? ㅇ지니...... 큰사위는 ㅈ행이, 작은사위는 ㅇ규,

막내사위는 ㅁ수~ ㅇ수? 아니 ㅁ수. ㅇ수? ㅎㅎ 엄마, ㅇ수는 엄마신랑이고 막내 신랑은 ㅁ수~ 

니신랑이 ㅈ행이? 아니 ㅈ행인 큰딸 ㅈ자 신랑이고 내신랑은 ㅇ규,

다시 말해봐요, 작은딸 신랑은? ㅈ행이...... 아니, ㅈ행인 큰사위, 큰딸 신랑, 작은사윈 ㅇ규......

엄마 올해 몇살? 나? 아흔 네살, 아니야, 엄마 올해 아흔 다섯 되셨어. 아흔 다섯? 내가 그렇게 나이를 먹었어?

응, 아흔 다섯.... 숫자 한번 세어볼까? 하나, 둘 ...... 열아홉, 시물, 시물 하나......서른, 서른 하나......서른 아홉, 서른!

아니~ 마흔, 아~ 그렇구나, 마흔......, 쉰 하나...... 쉰! 아니 예순...... 예순 아홉, 쉰! 아니 일흔...... 일흔 아홉,

여든......여든 아홉, 쉰! ㅎㅎ 엄마 쉰살이고 싶구나. 여든 아홉 다음엔 아흔이야.

아~ 아흔, 아흔 하나, 아흔 둘......아흔 다섯......백!

엄마는 아흔 다섯살이고 딸 넷사위 넷, 아들 둘며느리 둘, 손자 일곱손녀 넷 그리고 증손주일곱이야.

엄마 자식 농사 아주 잘지었어. 손주며느리는 넷, 손주사위도 둘이 있네. 엄마 자손이 36명이나 되잖아.

엄마~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어요?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없어. 먹고 싶은 거 없어.

커피만 먹고 싶어요? 응. 커피가 좋아. 알았어. 커피는 계속 갖다드릴게. 엄마 코다리찜 좋아했잖아.

아~ 코다리 좋아. 다음에 올 때 엄마 코다리찜 해올까? 그럼 좋지. 알았어. 담에 올 때 코다리찜 해올께.

좋은데 너한테 돈을 너무 많이 쓰게 해서 미안해. 해준 것도 없이 너한텐 받기만 하네. 옷티도 못사주고.....'

ㅎㅎ 엄마, 내가 돈많이 쓰는거 알아? 와~ 울엄마 머리 좋은데......

엄마는 반짝 정신이 드셨는지 코다리 때문에 또 딸에게 돈을 쓰게 했다고 한 걱정!

 

주모경에 구원의 기도까지 줄줄~

면회시간이 한시간을 훌쩍 넘었다. 이제 다시 기도해야 할 시간,

엄마~ 너무 오래 앉아 계셔서 힘드니까 이제 들어가 쉬셔야 해요.

기도하고 들어가 쉬셨다가 저녁 맛있게 잘드시고 잘 주무세요. 다음에 올 땐 코다리찜 해올테니......

시작을 같이하자 엄마는 주모경을 하나도 안틀리고 혼자하셨다.

더하여 한번도 안하시던 구원의 기도까지 완벽하게!!!

'성부와 성지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예수님 우리죄를 용서하시며 우리를 지옥불에서 구하시고

연옥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지금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누구일까?

 

엄마는 기도를 끝내고 기분좋게 방으로 들어가셨다.

담에 올 땐 코다리찜 해올게요. 커피도 가져오구요. 그래 잘가~

대답하는 엄마 휠체어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경건하던 엄마의 기도소리가 가슴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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