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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 면회, 5월 5일

babforme 2023. 5. 7. 16:45

엄마에게 가는 길, 멀기도 하다.

도로 사정 생각해 오전 9시 45분인가 출발한것이 오후 1시인데 새말에도 못갔으니......

 

다음에 올 때 엄마가 좋아하는 코다리찜 해오겠다는 약속은 동생에게로 넘겨

멀리 산청에서 일하는 동생이 어린이날과 연결된 긴? 연휴를 맞아 코다리찜을 만들어왔다.

연휴에 비까지 온다니 차가 밀릴 것 예상해 아침부터 서두른 길,

큰언니는 서울서 일찌감치, 동생은 어제 퇴근 뒤 바로 울집으로 왔다.

두 아들과 언니, 동생 해서 5명이 코다리찜과 달달구리 커피, 미역국과 밥 한술을 싸가지고 엄마에게 간다.

 

꽉 찬 차량들-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도로에 꽉찬 차량들, 도착예정 시간은 계속 늘어나고,

울할머니, 유춘자여사 유명인사였어. 모두 요양원 유춘자님 면회가느라 길이 막히는거잖아~ ㅎㅎ

농담도 하며 비내려 촉촉한 마음길을 달린다.

엄마 면회 뒤 1시쯤 약간 늦은 점심을 맘편히 먹으려던 계획을 급변경, 점심을 먹고 엄마 면회를 하기로~

새말 톨에서 그닥 멀지 않은 정육식당으로 고고씽~

 

막 피워올린 숯불이 너무 고와서~

마음이 급하니 느긋이 고기를 굽기는 뭐해 치마살과 업진살 4팩으로 끝내고

바로 시키는 밥과 찌개와 탕!

 

2시 반 좀 넘어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무언가 못마땅하다.

말투에 묻어있는 짜증기, 얼굴을 쓰담쓰담하면 좋아하시더니 얼굴도 만지지 말랜다.

누가 왔느냐는 물음에 누가 오긴 누가와, 온사람이 왔겠지. 퉁명한 대답~ ㅎㅎ 

'엄마~ 서울사는 큰딸이랑 산청사는 막내랑 숸사는 작은딸, 글구 손주 ㅁ처리,ㅁ우기가 왔어요.

왜 왔을까? 몰라, 오고 싶으니 왔겠지. ㅎㅎ 맞아~ 오고 싶어 왔지. 엄마 볼라고~

엄마, 막내가 코다리찜 해왔는데 좀 드실려? 코다리찜 조금 드시고 커피도 마시고~

아~ 그래? 커피 좋아, 줘.'

 

멱국에 밥 한술 말아 코다리찜을 드시는 엄마
작은손주가 타드린 커피도 후후 불어 홀짝 홀짝 완샷!
커피를 넘 쬐끔 줬다네. 다음부턴 두개를 타드려야 하나? ㅎㅎ

좋아하는 코다리찜과 커피를 다 드신 뒤에야 엄마는 기분이 풀렸는지 짜증기를 거두셨다.

커피 맛있냐니 모 일케 쬐끔 갖구왔냐고 타박도 하고 ㅎㅎ 웃기도 하고 엄마 마음대로다.

늘 했던 것처럼 숫자세기 하면서 엄마 나이도 확인하고, (엄마 기억에 엄마는 언제나 아흔 네살이다.)

숫자세기를 하다 아흔다섯에서 엄마 나이를 알려드리면 새삼스레

내가 아흔 다섯이야? 그렇게 나일 많이 먹었어? 놀라워하시는 것도 똑같다.

큰딸부터 시작해 큰아들, 작은아들, 작은딸, 막내딸, 함께 간 손주들 차례대로 이름도 말하고 기억하기 놀이~

큰딸은 ㅈ자, 큰아들은 ㅇ지니, 작은아들은 ㅎ지니, 작은딸은 ㅁ수니, 막내딸은 ㅁ수기......

ㅁ처리 이름을 말할 때면 바로 우기가 생각나는지 뒤이어 ㅁ누기를 외치신다.

옆에 앉은 손주에게 이사람은 누구여? ㅁ처리예요, 할머니~ 대답하면 아~ ㅁ처리 했다가

다른 얘기로 넘어가고 다시 이사람은 누구여? 할머니 손주 ㅁ처리요~ 아~ 그렇구나를 무한반복!!! ㅎㅎ

 

다음주엔 더 많이 기억줄을 놓으시겠지.

나는 갈아앉아 저 밑에 있는 엄마의 기억줄을 끌어올리려 애쓸테고......

 

춤추듯 손을 흔드는 엄마
우기가 할머니 흥 돋우기 이미자노래를 틀어놓고~

엄마의 반응에ㅇㅎㅎ 웃어가며 엄마랑 하는 기억놀이, 그러다 불쑥 한마디,

'엄마, 우리 노래부를까? 엄마 이미자 노래 좋아했잖아~ 해애당화 피고지이는 서엄마으을에

철새따라 차아자온 초옹가악 선새애앵니임~'

엄마가 반응을 한다. 섬마을선생님도 부르고 고향무정도 부르고 동백아가씨도......

한번 발동이 걸린 엄마는 흥에 겨워 온몸을 들썩이고 신나게 타는 리듬은 끝날 줄 모르는데

에구구~ 자식들이 온전히 부를수 있는 이미자노래가 이미 바닥인걸~ ㅎㅎ 

자꾸 웃는 우리들에게 엄마는 웃으면 노랠 못부른다고 성화고 그래도 우린 자꾸 웃으며 눈물이 난다.

한시간이 훌쩍 넘어 노래를 마무리하니 엄마가 급 허리가 아프다네. 재미가 없단거지. ㅎㅎ

이제 엄마 다시 면회 끝낼 시간입니다요.

기도할까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이제와 우리 죽을 때 우리죄인을위하여 빌어주소서!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엄마 면회가 끝이 났다. 담주에 올께요. 인사를 하고 엄마는 방으로 들어가셨다.

 

세딸과 두 손주와 한컷!

돌아오는 길, 비가 무던히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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