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3월 15일 본문

엄마 이야기

엄마면회-3월 15일

babforme 2023. 3. 18. 17:22

지난 10일 면회 때 엄마의 막막했던 젊은날,

가슴 저 밑바닥에 꾹꾹 눌러놓았던 그 힘든 삶의 자리 얘기를 띠엄띠엄들었었지.

오늘은 엄마가 무슨 얘기로 면회시간을 채우실까나~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컨디션이 괜찮아 보인다.

 

'엄마, 누가 왔는지 알아요? 맨날 오는 ㅁ수니가 왔겠지.

ㅎㅎ 대단한데, 엄마~ 이젠 지레짐작으로 알아맞추기도 하는거야? 맞아요. ㅁ수니가 왔어요.

딸이 모갖고 왔을까? 모르지. 내가 뵈지도 않고, 몰 갖구 왔는지 어떻게 알아~

글치, 근데 생각해봄 모를 것도 아닌데, 엄마가 좋아하는거, 냄새가 좋고, 뜨거운 물에 타마시는거야.

몰라~ 그래도 나는 그게 몬지 몰라요~  엄마~ 커피줄까? 딸이 커피가지고 왔지.

응~ 커피갖구 왔어? 좋지. 커피줘~!!!'

 

우선 커피냄새부터 맛보고~ ㅎㅎ
커피를 드시는 엄마

엄마는 달달구리 커피를 맛나게 드신다.

두손으로 컵을 꼭잡고 한방울이라도 남길새라 몇번을 마시고 또 마시고, 커피에 진심인 엄마!

저리 맛나게 드시는 걸~ 진작에 드렸어야 하는데.....

 

담담해서 슬퍼보이는 엄마 얼굴

문득 궁금해졌다. 엄마는 오늘도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그날의 얘기를 띠엄띠엄이라도 연이어 할 수 있을까?

'엄마는 어떻게 아버질 만났어? 시시껄렁한 얘기가 모가 궁금해?

아니~ 우리가 이 세상에 있게 된 중요한 일이 엄마랑 아버지랑 결혼한거잖아~ ㅎㅎ

응~ 버덩말 살던 친구 기영이가 시집가서 원주살았는데 그 친구가 다리를 놔줬지.

아버지가 기영이에게 다리놔달라고 했대..... 아~ 엄마랑 같이 학교 다녔던 친구가 중신을 한거구나~

그런건가? ㅎㅎ 그때 기영이네가 가게?를 해서 ㅌㅎ(엄마동생)이가 거기에서 일하기도 했어.

(한참 생각에 잠기셨다가) 순사부장하고 몇 개월 살았어. 금가락지 하나 해주데.

전쟁 땜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금가락지 팔아서 반은 시아주버니를 줬지.'

엄마는 한국전쟁 직전 순경보다는 높은 직급의 경찰과 결혼을 했다가 전쟁 통에 억지로 살림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듯했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당시 인텔리?로서 나름 우아했을 엄마의 삶이 한순간에 뒤엉킬 줄은 그누구도 몰랐을터~

 

'할머니가 아들 둘 데리고 소 한바릴 끌고  버덩말 이씨네로 후살이를 왔대. 

아버지 형은 병으로 죽고 아버진 이씨네서 농사를 지었지.

아버지가 똑똑해서 공불 시켰으면 높은 사람이 됐을텐데...... 그게 아깝지, 학굘 다녔어야 했는데...... 

델고 온 아들이니 학굘 안보냈지.(또 한참 생각에 잠기셨다가)

근데 모가 그리 궁금하냐? 시시껄렁한 얘기를 들어 모하게?

엄마, 시시껄렁한 우리들의 얘기가 역사잖아. 엄마 얘기를 잘 알아놔야 딸이 엄마 역사를 기억해주지.

그래야 힘들었던 엄마의 삶의 자리가 정리되잖아.

엄마 마음 힘들지 말라고, 저 밑에 꽁꽁 싸매놨던 아픔들 엄마 다 풀어내고 편하게 지내시라고~

내가 참 오래살았지? 긍가? ㅎㅎ 엄마 올해로 아흔다섯해 사셨어.

ㅎㅎ~ 닌 오면 내 얼굴을 요래요래 문질르지. 엄마 얼굴 딸이 요래 만져주면 좋아?' 

담담한 엄마 얼굴이 슬퍼보여서 엄마 얼굴을 쓰다듬는다. 

 

기도중인 엄마

 한시간이 후딱 지났다. 이제 엄마가 들어가 쉬셔야 할 시간,

엄마 너무 오래 앉아계셨어요. 이제 들어가 좀 쉬셨다가 저녁드셔야 돼. 엄마 기도하고 방으로 가자.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우리 죄인을 위해 빌어주소서.

은총이 가득하신......빌어주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빌어주소서 아멘~ 영광이.....

성호경으로 하던 마무리기도가 어느새 묵주기도가 되고,

엄마는 어떤 간절함으로 두손을 모은걸까?

 

딸하고 인증샷!

'엄마~ 너무 힘들지 않게 잘 지내시다가 엄마가 잊지않고 바치는

은총이 가득하신~에 힘입어 그분 품에서 편히 쉬세요.' 하고 기도하는 딸을 이해 해주세요.

'엄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면회-3월 23일  (0) 2023.03.23
엄마 면회-큰오빠네 3월 18일  (0) 2023.03.18
엄마면회-3월 10일  (0) 2023.03.10
엄마면회-작은오빠, 3월 10일  (0) 2023.03.10
엄마 면회-큰오빠네 3월 7일  (0) 2023.03.07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