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3월 10일 본문

엄마 이야기

엄마면회-3월 10일

babforme 2023. 3. 10. 23:48

아들과 점심을 먹고 바쁘게 엄마를 보러 간다. 

지난 2일에 다녀오고 일상에 쫓기다 또 1주가 넘어선 오늘에야 나선 길이라

엄마 마음 한구석에 또 섭섭함이 또아릴 틀고 있을터~

문막휴게소에 잠깐 쉬러 들른 시간, 들어온 문자 하나-'오늘은 조금 먼나라 가셨네요' 작은오빠의 엄마 면회 일성~

ㅎㅎ 아무래도 엄마가 지난 2일 면회 때 처럼 맥락없는 이야길 왔다갔다 하시는가 보았다.

'나 시방 문막, 오늘은 엄마가 두번이나 면회실로 나오셔야 하네.' 

엄마 힘들어한다고 요양원측에서 한소리 안할라나몰라~ 

 

노랑과 분홍이 고운 스카프를 목에 매고, 이쁜 비니를 쓰고 다시 면회실로 나온 엄마

엄마는 오늘, 지난번처럼 들뜨고 흥분한? 모습없이 면회실로 나오셨다.

좀전에 작은오빠가 다녀간거 생각나냐니 모른댄다. ㅎㅎ

아니 좀전에 작은오빠 왔다갔는데 모른다하면 오빠 섭하지~ 그런가? 근데 넌 누구냐?

누구긴~ 잘 생각하면서 목소리 잘들어봐, 생각났어요? 으응~ 글쎄~ ㅁ수니냐?

ㅎㅎ 맞아요. 거봐~ 잘 생각하고 들으면 누군지 알 수 있잖아~

ㅎㅎ 생각이 났으니 망정이지~ 생각이 안날수도 있지모~

글치 모, ㅎㅎ 엄마 커피마실래요? 딸이 커피 가져왔어. 응~ 커피 줘, 커피 마실래.

 

커피를 달게 드시는 엄마

엄마는 커피를 참 좋아하셨다.

참새방앗간이었던 우리집은 온동네 할머니들의 수다와 함께 달달구리 커피향이 넘쳐났었다.

200개들이 믹스커피 상자를 사 나르며 삶의 자리에서 엄마가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이 향기로워 좋았던 기억!

이제 친정집을 떠난 엄마의 요양원살이도 15개월에 접어들었다.

엄마를 보러갈 때마다 웬지 그래야할 것 같아 커피보다는 좀 더 건강에 좋을 것 같은

음료와 과일.부드러운 케잌류를 간식으로 준비했었는데.....

어느날 문득 커피를 고파하시는 엄마가 눈에 들어왔다. 하여 지난 엄마 95번째 생신때부터

다른 음료 대신 달달구리 믹스커피 1봉지랑 따뜻한 물, 가볍고 뜨겁지 않은 이중 스텐컵을 들고 온다. 

커피를 받아들고 후후 불어 마시며 '맛있어, 맛있네~' 흐뭇해하는 엄마를 보며 미안해진다.

진작 커피를 드릴걸~ 그래, 건강에 나쁘면 얼마나 나쁘겠고, 좋으면 얼마나 좋겠어.

걍 드시고 싶은 것 맛나게 드시고 순간순간 행복하면 되는 거지.

 

커피를 다 마신 엄마의 아슴한 기억여행

커피를 달게 마신 엄마가 아슴하게 떠나던 아주 오래된 기억여행,

ㅁ수니, 넌 공부를 잘했어.

오티를 못사줘서 무릎이 떨어져 딴 흥겊대고 숭덩숭덩 꼬맨 고리땡(골덴, 코듀로이) 바지를 입고 학교를 갔어.

맞아~ 엄마, 그때 무릎떨어진 고리땡 바지입고 갔어.

엄마가 오티가 없다고 장날 새오티 사입혀서 학교에 보낸다고 입학식날 나 학교에 안보냈잖아.

그랬는데 다음 장날도 돈이 없어서 오티를 못샀지.

그래서 현자랑 순옥이 모두 학교에 갔는데 나만 못가서 내가 막 학교 보내달라고 떼를 썼잖아~ ㅎㅎ

그때 아버지가 장작을 한짐지고 널 델꼬 학교에 갔는데 나선생이 급식빵을 많이 줘서 아버지가 지게에 지고 왔지.

나선생님이 옥수수급식빵을 비료푸대로 하나가득 담아줬거든.

빵푸대를 지게에 짊어진 아버지 손을 잡고 집에 오는데 기분이 너무 좋은거야.

그때 내가 처음으로 세상에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 생각했다니. ㅎㅎ

그뒤 그때 느꼈던 원초적인 행복감은 어디에도 없더라구. ㅍㅎㅎ

입학식이 한참 지나서 학교엘 갔는데 나선생이 좋은 반에 넣어준다고 널 1반에 넣어줬지.

거긴 잘난 시장애덜이 다 모여있는 반이었는데 다떨어진 오티를 입은 촌애가 공부를 잘하니

시장애덜이 샘이 나서 널 많이 괴롭혔지. 

엄마~ 내가 한번도 애들이 나 따돌린다고 말한적 없는데 어떻게 알았어?

4-5학년 때가 정말 최고로 힘든 때였는데, 그때 밤마다 내일 눈을 안떴음 좋겠다 생각했었어.

그럼 학교에 안가도 되니까 말야. 아침에 학교에 가면 칠판에 온갖 욕이 써있고,

그애가 다른 애들을 시켜서 나를 한대씩 때리게 하거나 꼬집게 했지.

여자애들이 쭉 줄을 서서 차례대로 나를 때리거나 꼬집고 지나가는거야. ㅎㅎ

내가 도시락도 안갖구 다닌게 옥수수쌀만으로 지은 밥을 그애가 한숟갈 먹어보고 퉤퉤 뱉었어.

어떻게 사람이 이딴 걸 먹고 사냐고, 그뒤부터 도시락 안가지고 다니고 쌩으로 굶었지.

작은엄마네랑 친척이어서 우리랑은 사돈인가 머 그렇다고 했어. 그애네가~

그래, 작은엄마가 엄가니까, 걔네 집이 시장에서 장사를 했지.

너랑 큰오빠랑 공부를 잘했어. 니가 젤 잘했지. 상장이 너무 많아서 그게 귀한 줄도 몰랐어.

대회란 대회도 니가 다 나갔지. 나가면 상을 받아오니......

엄마 그 많은 상장으로 도배 좀 하지 그랬어? 도배? 그럴걸 그랬나? ㅎㅎ

작은오빤 아주 장난꾸러기여서 공부는 안했어. 그래서 아버지가 한문을 가르쳤지. 니가 공부를 잘했어. 

내가 공부를 잘한게 엄마를 닮았나? 아니 아버지를 닮았지. 아버지가 배우질 못해서 그렇지 똑똑했잖아.

글치, 아버지가 참 머리는 좋았던거 같아. ㅎㅎ 할머니가 아버질 델고 이씨네로 후살이를 왔대.

후살이 하면서 정작 똑똑한 아버진 농사짓게 하고 ㅅ서비랑 ㅅ미닌 공불시켰지.

그래서 ㅅ서빈 순경도 할 수 있었고, 아버지가 대신 많은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그 동생들은 학굘 다녔지.

아버진 아들이 아니라 일꾼였어. 아버지가 학굘 다녔으면 참 잘됐을텐데, 아깝지.....

 

나는 공부를 잘하진 못했어. 우리동네에선 나만 학교댕기고 버덩말에선 5명이 다녔는데 기영이, 아무개, 아무개~

글케 다섯이 학굘 댕겼어. 학교 끝나면 기영이네 집에 가서 놀다가 밥도 많이 으더 먹었지.

나중에 학년이 올라가면서 그땐 공부를 좀씩 잘 하기시작해서, 그래서 ㅇㅎ국민학교 졸업하고

서대문형무소에 전화교환수로 취직을 하고 야간에 상업학교를 다녔어. 그땐 학교가 상업학교였지.....

나는 야간에 학교를 다니고 오빠는 주간에 학교를 다녔어. 상업학교 졸업하고 오빠가 사범학교를 간다고

춘천으로 가는 바람에 나도 괜히 서울에 있고 싶지 않아서 집으로 내려왔지.

그때 우리집에 순디기가 같이 살았는데 나는 공부를 했으면서 순디기를 학교에 안보내서 그게 참 미안해.

내가 학교보내 줄 생각을 못했으니 미안하지. 근데 왜 순디기이모가 엄마네집에 살았어?

집이 먹고살기힘드니까 입 하나 던다고 우리집에 있으면 밥은 안굶으니 그집 부모들이 데려다 놓은거지.

그땐 우리집이 순디기네 집보다는 훨씬 잘살았으니까.....

와~ 우리엄마 어렸을 때 도우미도 두고 산거구나~  대단한데요. ㅎㅎ

아~ 그래서 우리가 어렸을 때 시장에 오면 순디기이모네 잠깐씩 들렀던거네~

니가 공불 참 잘했어. 우등상이랑 셤볼 때마다 1등상을 다달이 다 받아왔지.

큰오빠도 공불 잘해서 선생학교를 보냈는데,

그때 ㅈㅎ이랑 둘이 셤보러 가서 ㅈㅎ이만 붙었지. 큰오빠도 공불 잘했는데......

공부잘했던 울오빠가 사범학교를 갔는데 선생을 잘못만났어. 사범학교 선생이 오빠를 델꼬 북으로 갔지.

동네에 ㅃㄱㅇ라고 소문이 다나고 아주 난리였어. 그리고 육요 때 죽었어...... 아버진 ㅊㅅ 당하고.

동생들은 어린데, 걔들을 델고 살아야 되잖아. 막막했지...... 그때 그 고상이야 말해 모해~

아버지가 고상이 많았어. 이서방네 농사도, 유서방?네 농사도 다지어야 했으니......

그래서 밤낮으로 농사짓느라 아주 고되게 살았지......

그래도 할머니가 동생들 델꼬 살라고 해서 고마웠어. ㅊㅊㅇ여사가? 응~ 할머니가......

 

ㅊㅅ당한 아버지를 수습하고 어린동생 넷을 델고 살아야 했을 때 엄마 나인 고작 스물세네살쯤 ~?

얼마나 막막하고 힘들었을까? 모진 삶의자리를 버텨내야 했던 엄마의 좁은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을까?

너무도 힘들어 마음 속 깊이 싸매고 있던 얘기를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건너뛰기도 하고 뒤섞기도 하면서 담담하게 털어놓?는 엄마가 슬퍼 눈물이 터져나왔다.

'우리엄마 불쌍해서 어떻해~ 우리엄마 힘들어서 어떻게 살았어? 우리엄마 불쌍해서 어떻해......'

주름진 엄마 얼굴을 두손으로 어루만지며 꺽꺽 울음을 삼키는 딸에게서 작으나마 위로를 받으신걸까?

딸 손에 얼굴을 맡긴 엄마는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지~! 

 

기도중인 엄마
누군지 모른다는 딸과 한컷~

뒤엉킨 기억으로 엄마는 젊은 시절 얘기를 1시간 가까이 하셨다. 

요양원에선 엄마 힘들다고 눈치를 계속 주고, 한번 발동이 걸린 엄마는 계속 그 시간에 머물러 계시려하고~ 

'엄마, 오늘 말씀을 너무 많이 해서 힘들지 않아? 이제 방에 들어가 좀 쉬시고 저녁드셔야 할 시간이네.

이제 마무리 기도하고 그 다음 얘긴 담주에 또 해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이제와 저희 죽을 때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영광이 성부와......이제와 영원히 아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울엄마 오늘 기도도 아주 잘하시고, 아픈 옛날 얘기 많이 하셔서 가슴이 좀 뚫렸을 거야.

이제 방에 들어가서 좀 쉬세요. 담주에 다시 올게.

엄마 너무 힘들면 밤에 잠 안올 수도 있거든. 이제 방으로 들어갈 시간이야. 잠깐 쉬셨다가 저녁 맛있게 드셔.'

 

방으로 들어가기 못내 아쉬워하던 엄마와 신산했던 엄마의 삶이 겹친다.

그렇게 아린 가슴으로 잡은 운전대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넘쳤던 하루가 가고 있다.

'엄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면회-큰오빠네 3월 18일  (0) 2023.03.18
엄마면회-3월 15일  (0) 2023.03.18
엄마면회-작은오빠, 3월 10일  (0) 2023.03.10
엄마 면회-큰오빠네 3월 7일  (0) 2023.03.07
엄마면회- 3월 2일  (0) 2023.03.0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