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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1월 17일

babforme 2023. 1. 17. 23:03

엄마에게 가는 길, 강원도로 들어오며 하얀눈을 머리에 인 산들이 정겹다.

역시 강원도라 눈이 많이 내렸구나, 노년의 엄마 집으로 삼은 요양원에도 눈이 쌓여있겠지.....?

 

요양원에도 눈이 가득이다.
요양원에서 바라본 산에도 눈꽃이 피어있다.
엄마 컨디션 쾌청!!!

 

지지난주와는 다르게 아주 쾌청한 엄마는 하하 웃기도 잘하셨다.

'누가 왔어유? 예~  엄마~ 누가 왔게? 몰러유~ 아니 엄마 이제 목소리도 잊어버렸어?' 처음엔 심드렁하다. 

'잘생각해보셔~ 내가 누굴까? 글쎄 누굴까~~? 누가 왔을까?' 골똘한 생각, 그리고 한참 뒤에 'ㅁ수니?

와~ 잘했어요. 글케 잘알면서 몰 모르는척 하구 그러셔? ㅎㅎ 글쎄~ 내가 그랬나? ㅎㅎ

왤케 눈을 감았어? 눈 좀 떠보셔~ 눈 떴어. 여봐~ 눈 떴잖아~ 글네, 이제 눈 잘뜨셨네.

이제 눈 감지 마셔~ 응? 눈이 많이 내렸네. 산에도 하얗게 쌓여있고, 지금 여기도 눈이 많이 쌓여있어~

그래? 눈이 왔어? 눈와서 녹지도 않았는데, 엄마 춥지는 않아? 방은 따듯해요? 응, 따뜻해. 안추워~

밥은 잘 드시고? 그럼, 밥 잘먹고 잠도 잘자~ 에고~ 잘하셨네. 잘먹고 잘자고 하면 건강해지겠네.

엄마 이제 다섯밤 자면 설이야. 떡국 먹으면 또 한살 먹잖아~ 엄마 이번에 떡국 드시면 몇 살? 

내가 그동안 떡국을 너무 많이 먹었어.

94그릇 떡국을 먹었는데 며칠 있음 또 떡국을 먹는다구? 글믄 내가 95살이 되는거네.

너무 오래 살았는데 빨리 떠나야 되는데 그게 안되네.....

ㅎㅎ 그래? 엄마~ 하느님이 아직 우리 아가타가 거기 더 머물러야겠네 하면서 아직 오라고 안하는 거지?

그런가봐~ 빨리 불러주시지, 다 힘든데.....

엄마가 하느님께 기도하셔~ 빨리 불러달라고~'

보내는 마음도 떠나는 걸음도 춥지않게 따뜻할 때 불러달라고 딸도 같이 기도할께요.

'지난주에 아버지 제사라 괴산에 갔다왔어. 괴산? 왜? 아버지 제사~ 아버지 이름이 모드라? 누구? 엄마 남편, 우리 아버지

김인수~ 누군지 알아요? 내 실랑이라며? 맞아요. 엄마 신랑한테 갔다왔어요.

큰오빠 전화기에 녹화한 엄마 영상 아버진테 틀어주고 왔어. 엄마가 괴산에 한번도 못갔잖아~

못가봐서 미안해유~~! 영상에서 말한거 생각나? 아니 그랬구나~ ㅎㅎ

그럼 엄마~ 엄마 남편은 김인수, 엄마는 이름이 뭐야? 나? 옥순이. 옥순이? 모야~ 엄마 이름이 춘자, 유춘자지,

몬 옥순이야. 아냐~ 내 이름은 옥순이야. 춘자는 나중 이름이고~ 

에고~ 옥순이란 이름은 누가 지어줬어? 모르지. 엄마나 아버지가 지어줬겠지.

근데 엄마가 옥순인데 딸 이름도 글케 지어놨어? 좀 이쁘게 지어주지는~ 정자,미순이, 미숙이가 모야~ ㅎㅎ

ㅎㅎ 그랬나? 서대문 형무소 다닐 때 이름은 춘자, 하루꼬였어. 봄이 일본어로 하루네. 그렇지. 봄춘~'

엄마는 일제 때 창씨개명했던 엄마이름과 할아버지 성함도 얘기했는데...... ㅎㅎ

 

'지난번 엄마, 내친구 재연이랑 엄마 대녀 재연이 엄마가 엄마보러 왔었지? 

응~ 둘이 왔었어. 엄마 좋았겠네. 딸친구랑 대녀가 엄마보러와서~ 고마웠지.'

 

'엄마~ 딸이 내준 숙제 좀 했어? 숙제를 내줬었냐? 숙제 내준걸 까먹어서 못했는데.....

손운동은 했나 안했나? 주먹 쥐었다 폈다  하랬는데.... 그것도 까먹었지. ㅎㅎ'

엄마는 숙제검사를 기다리는 어린애처럼 갑자기 꼬물꼬물 손가락을 폈다 오므렸다 하신다.

'잼잼 하라고 니가 그랬지~

기도는? 자식들 이름 넣으면서 기도 하랬는데...... 어디 함 해볼까?

주모경, 엄마 주모경 기억하지? 하늘에 계신~ 이제와 영원히 아멘~! 에구 참 잘했어요.'

'숫자도 세어봐야지... 하나, 두울, 세엣.....예순, 한번 더하자~

하나, 두울, 세엣, 네엣, .....스물 일곱.....쉰..... 예순!'

 

엄마는 딸 앞에서 엄마의 어린시절로 돌아가기도 하고, 숙제 못해 혼날까 조바심하는 애가 되기도

하면서 아주 열심히 손가락 운동도, 숫자 세기도, 기도도 하셨다.

슬프지 않게 이별하는 연습, 근데 슬프지 않은 이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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