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 면회-8월 25일 본문
지난주 엄마 면회 때 영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엄마를 생각하며 차를 달린다.
오늘은 또 어떤 모습으로 딸을 맞이하실까?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걱정과는 다르게 멀쩡하시다.
지난주엔 구름 잔뜩 낀 어둔 하늘이더니 오늘 엄마는 나름 쾌청한 하늘이다.
논네 늙은 딸 놀래키는 재미로 사시는 겐지, 원...... ㅎㅎ
어쨌든 지난주보단 정신도 훨씬 말짱해 평소같은 동문서답 대화도 할 수 있고,
'커피좋아~ 커피 맛있어~ 네가 커피갖고 와서 주니 좀 좋아~?' 커피타령도 들을 수 있었지.
달고 말랑한 황도 드시기 좋을듯 해 한조각 입에 넣어드렸더니 '아유~ 시거워!' 시겁다고 오만상이다.
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강원도 사투리 '시겁다(시다)'가 정겹네.
'엄마, 복숭아가 셔서 못드시겠어? 글믄 포도는 안실 것 같아요? 포도 드실래?
요즘 이쪽 사람들은 포도랑 옥수수를 먹더라고~ 엄마, 포도랑 옥수수 먹는 사람들이 보였어?
글믄 담에 올 때 포도 사올게요. 엄마는 옥수수 드시기 힘들어, 그니까 포도 사올게요.
비싼 파랑포도 사지 말고 싼 깜장포도 사와, 너 돈많이 쓰믄 안되잖아.
알았어. 깜장포도 사올게, 근데 울엄마 대단하네. 파랑포도, 샤인머스켓 비싼 건 우째 아셨대? ㅎㅎ'
늘 하던 것처럼 행복하게 커피도 마시고 말 안되면서도 말이 되는
묘한 수다도 떨며 우하하~ 재미있는 면회시간이 지나간다.
창가로 들어오는 바깥 풍경을 면회 때마다 몇 번 들려드렸더니 문득 생각이 나셨나~?
창가에 파란 하늘이.... 딸이 창밖 풍경을 말하려는 순간 엄마가 바로 받아 쓰는 시 한구절!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뭉게 무웅게~'
와~ 엄마 참 잘했어. 울엄마가 오늘 시인이 됐네. 하얀구름이 모라고? '뭉게 뭉게♪~'
엄마 그럼 몸으로 '뭉게뭉게♬~'를 해볼까? 어깨를 으쓱으쓱 하면서 뭉게뭉게를 하는 거야?
몸짓으로 쓰는 시~! 자, 해볼까요? 뭉게뭉게~(으쓱으쓱)
엄마는 재밌어하면서 뭉게뭉게에 리듬을 넣어 어깨를 으쓱거린다.
입으로도, 몸짓으로도 시를 잘썼으니 엄마 상 받아야겠는데......
잘했음 상받는게 당연하쥬? 엄마 상으로 뭘 줄까? 커피상을 줄까?
응, 커피줘~ 뭉게뭉게 커피줘!
자식들 이름도 생각해보고, 숫자세기도 한 뒤에 파란하늘 하얀구름 뭉게뭉게 시를 잘노래했다고
딸에게 칭찬도 받고 상으로 한잔 더 받은 커피를 마시며 엄마는 뭉게뭉게 어깨짓을 계속한다.
늘 무료하던 엄마에게 나름 재미있고 좋은 느낌이었을까?
면회를 끝낼시간 엄마가 바치는 간절한 기도, 부디 하늘나라에 잘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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