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 8월 17일 본문
엄마에게 가는 길, 오늘은 용인쯤에서 차가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몇 주째 계속 공사중이라 도로 어디를 또 공사한다니 때가 되면 뚫리겠지.
하긴 이 엄청난 차량들이 1년 365일 쉴새없이 수십년을 달리고 달리는데
망가지지 않고 멀쩡하면 그게 더 문제겠지~ ㅎㅎ
오늘 엄마는 정신줄을 많이 놓으셨지. 멍하니 딴청에 대답도 시큰둥~
좋아하는 커피를 드려도 '맛있네' 한마디로 끝내신다.
'커피를 주는거 보니 딸이 온게로구만~ 맞아, 커피주는 딸이 왔는데 그 딸이 누구야?
작은 딸, 작은딸이 누구냐고? ㅁ수긴가? 엄마 몬쏘리, ㅁ수긴 막내딸이고.... 긍가?
엄마 1주사이에 일케 다 잊어버렸어? 몰라~ 바보조총이어서 그래. 왜 바보조총이 됐는데? ......'
아니, 오늘 왜 이러심까? 그동안 동문서답 수다에 아무런 문제 없었는데.....
오~ 엄마 안되겠네. 오늘 빡세게 연습해야겠는데~ 시작해볼까?
'엄마 이름은? 유춘자~ 잘했으요, 유춘자씨 몇살 되셨나요? 95살, 오 잘했어요.
주민등록 번호는? 몰라, 아버지 군번은? 그것도 몰라~ 지난번엔 엄마 잘기억했잖아, 이제 생각이 안나요?
다 몰라, 바보조총이어서 암것도 몰라~
그럼 생각난것만 잘 기억해두셔, 알았지?엄마 이름은 유춘자고 나이는 95살, 잘 기억해 놓으셔~
그럼 큰딸은? ㅈ자, 어디 살지? 설 방배동, 좋아 잘했으.
큰아들은? ㅇ지니, 어디살아? 몰라~ 안양살잖아, 아, 그랬나?
작은아들은? 작은아들은 이름이 모더라~ 작은아들 대답 좀 해봐라~ ㅎ으로 시작하는데.....
ㅎ지니...... 어디살아? 몰라~ ㅇ주, 아 그렇구나~
작은딸은? ㅁ수기, 아니 ㅁ수긴 막내딸이고, 작은딸은? ㅁ수닌가?
맞아, ㅁ수니가 작은딸, 그럼 오늘 커피 갖고 온 딸은 누구야? 작은딸인데..... ㅁ수기~
몬쏘리? 작은딸, 커피갖다주는 딸은 ㅁ수니, 맞다, ㅁ수니......
막내딸은? 몰라~ ㅁ수기? 맞아, ㅁ수기가 막내딸~
오늘 여기 누가 와서 엄마랑 얘기하는 거 같아? 커피 주는거 보니 작은딸이겠지.
맞아, 커피 잘주는 작은딸이야. 작은딸이 누구라고? ㅁ수기~
아니, 엄마 ㅁ수긴 막내딸이고, 작은딸은 ㅁ수니...... 그렁가?
오늘 시큰둥하고 멍한 엄마랑 1시간 넘게 얘기하는게 5시간은 넘게 얘기하는 것 같다.
엄마도 딸도 참 힘든 시간~ 앞으로 이런 날이 점점 더 많아지겠지.
엄마, 오늘도 마무리 할 시간이 됐어. 기도하고 들어가 쉬셨다가 저녁 맛있게 드셔.
엄마가 바라는거 잘 생각하면서 주모경으로 기도할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으소서~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오늘 컨디션에 견줘 기도는 넘나 잘하신다. 단어하나 틀리는 거 없이 주모경은 제대로~
엄마, 오늘 많이 힘든 것 같아. 들어가 쉬시고 담주에 다시 커피 갖고 올게요.
담주에 온다고? 왜 이번주에 안오고? 이번주엔 오늘 온거젆아.
그럼 담주에 와. 그럴게요. 들어가 쉬셔. 저녁 맛있게 드시고 잘주무시고~
대답도 없이 엄마는 방으로......
어정쩡하게 네, 네 대답하시던 엄마는 면회를 마칠 때까지 작은딸을 온전히 기억해내지 못하신 눈치! ㅠㅠ
황망하게 요양원을 나오는 딸을 위로하듯 겹삼잎국화가 정원 가득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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