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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8월 9일

babforme 2023. 8. 11. 11:44

태풍오기전 엄만테 다녀와야지 싶어 점심먹고 후다닥 길을 나선다.

태풍소식 때문인가 길은 시원스레 뚫려있다.

 

휠체어를 밀고 나오는 요양원 사무장님과 잔치에 가느냐 물으며 나오신 엄마는 

인사도 없이 내게 잔치집에 왔냐는데, 누구 잔치? ㅎㅎ 

머릿 속 생각은 많은데 그에 맞는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게 뭐더라, 그거 있잖아'를 반복하신다.

한참을 끙끙거리던 엄마는 뜬금맞게 상선네 잔치라는데 그집에 할아버지들이 네댓명 모여 놀고 있다시네.

'잔치집에 할아버지들이 모여 놀고 있다고? 응~ 거기 못생긴 할아범 있잖아~ 못생긴 할아범이 누군데?

있잖아 그...그.... 하여튼 할아범들이 모여 놀고 있어.

근데 엄마 상선네 누가 결혼해? ㅅㅅ네? ㅈㅇ가 결혼하잖아~ 아, ㅈㅇ가 결혼하는거야?

엄마도 축하손님으로 결혼식 갔었어? 니가 그래서 온거 아냐? 아~ 내가 지금 ㅈㅇ 결혼식에 온거라고?

ㅎㅎ 난 결혼식은 모르겠구, 엄마보러 여기 온건데......

그래? ㅈㅇ 결혼이 아니라구? ㅎㅎ 엄마가 나한테 ㅅㅅ이 동생 ㅈㅇ가 결혼한다고 말한거잖아~ 내가? 몰라~

ㅎ지니가 아프잖아~ 아니, ㅎ지니 안아프니까 걱정하지 마셔.

색시가 아픈건가? 누구 색시?어디에  아픈 색시가 있어? 엄마 시방 ㅅㅅ네 잔치에 왔다메~~

엄마, 시방 생각이 막 섞인 것 같아서 커피 드릴게. 커피드시면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까?

커피? 그래, ㅁ수니, 니가 왔으니 커피를 주지. 아무도 커피를 안줘~

엄마가 달라고 하셔. 그럼 줄거야. 아냐~ 아무리 달라고 해도 안준다니~ 그래요. 그럼 지금 드릴게 커피드셔~

아이구 좋아라~ 커피를 준다니 너무 좋네.'

 

엄마간식
커피를 받아들고 기분좋은 엄마

커피를 한잔 맛있게 드신 엄마는 잠깐 생각이 나셨나보다. 먼길 돌아 생각난 딸의 한끼니!

'너 밥먹었냐? 나만 맛있는 커피 먹는다고 에미가 돼서 딸년 밥도 안줬네. 이서방은 중국갔다 왔냐?

중국 출장 잘 댕겨왔지. 갑자기 이서방도 생각이 났어? ㅎㅎ'

엄마, 엄마가 안줘도 밥 잘챙겨먹으니 걱정말고 엄마 기억줄만 잘 붙들어매셔.

이렇게 자꾸 왔다갔다 정신줄 놓으면 딸이 속상하잖아~

 

엄마의 기억을 갉아먹는 벌레?는 엄마기억을 남겨놓기나 할까?

딸 돈 많이 쓴다고 한잔만 마시겠다던 커피를 다시 달라고 옆구리를 찌르던 엄마는

커피 한잔을 다시 받아들고 행복한데 딸은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몰겠다.

 

엄마 기도하고 이제 들어가 쉬셔야지,

엄마 기억을 갉아먹는 벌레를 내쫒아달라고 주모경으로 기도해요, 엄마.

'성부와 성저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성(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이제와같이 영원히 아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밤에 자꾸 혼자 얘기하지 말고 잘주무시고 엄마 담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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