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8월 2일 본문
엄마에게 가는 길,
나름 후다닥 준비하고 나섰으나 때가 때인지라 동해안으로 떠나는 차들이 많이 있네.
더디게 차는 움직이고 기다릴 엄마와 돌아올 생각에 마음은 바쁘고~
엄마는 딸이 면회왔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인사도 없이 바로 커피를 주문하신다.
'ㅁ수니왔으믄 커피 줘~ 니가 와야 커피를 먹을 수 있잖아~
그렇게 커피를 달라고 해도 아무도 안주는데 니가 오면 커피를 줘서 너무 좋아~ 빨리 커피 줘!'
ㅎㅎ 이건 뭐 딸을 기다린게 아니라 커피를 기다렸다는 야그~
'알았어요. 커피가 딸보다 더 반갑네.... 잠깐만 기다리셔. 곧 타드릴게.'
커피를 받아든 엄마는 아주 기분이 좋다.
뜨거우니 천천히 후후 불어 마시라는 딸에게 '뜨거워도 맛있어. 후후 불어 마시고 있거등~'
커피를 마신 엄마랑 맥락도 안통하는 얘길 열심히 주고 받는다.
누군가 옆에서 우리 모녀의 얘길 듣고 있으면 참 재미있어 할 듯하다.
동문서답에 서로 모를 이해불가의 얘기를 주고 받으며 때때로 기분좋은 너털웃음까지
쏟아내니 겉으로 보기엔 아주 훈훈한 '담소중~'이다. ㅎㅎ
주로 작은오빠가 아파서 걱정이라는 엄마와 안아프니 걱정말라는 딸의 대답?쯤으로 정리~ ㅍㅎㅎ
'작은오빠가 아픈건 어떻게 알았어? 사진봤잖아, 사진보고 알았지. 엄마가 사진을 보면 어디 아픈지 다 알아?
사진은 누가 찍었어? 몰라~ 엄마가 본 사진이 X-RAY야? 엄마 엑스레이 판독도 할줄 알아? 아니 누가 찍었는지 몰라.
사진 보면 까맣잖아. 넌 안보이니? 어떤 사진? 어디에 걸려있어? 집에 걸려있지.
집에 걸려있는 사진을 보면 작은오빠 아픈게 보여? 그럼, 사진보면 다 알아~ ㅎㅎ 글쿠나~
근데 니아들도 같이 왔니? 내아들 누구? ㅎ지니~ ㅎ지닌 내아들 아니고 엄마 아들인데.....
니 아들이 ㅎ지니잖아~ 아 그래? 내 아들이 ㅎ지니구나.
근데 ㅎ지니 아픈 건 집에 있는 사진보고 알고 그 ㅎ지니가 또 누구 아들인진 모르는 거야?
ㅎ지니가 니아들인데 몰 모른다는 거야? 알써, 엄마 덕에 다 큰아들을 하나 또 낳았네.
내아들이 ㅎ지니라구? 응, 엄마 아들이 ㅎ지니고 내아들은 ㅁ처리, ㅁ누기~
아~ 그렇구나. 맞다. 니아들이 ㅁ처리,ㅁ누기지~ 근데 니아들 ㅎ지니가 아프잖아~
반복되는 똑같은 얘기, 이제 ㅎ지니가 많이 아파 엉덩이까지 아프다는데 어떻하지? 글케 아파서~ ㅎㅎ
엄마 ㅎ지니는 엄마 작은아들이고 아픈데 하나도 없으니 걱정마셔~ 안아프면 다행이고......
ㅎ지니가 많이 아프잖아, 그래서 엉덩이까지 아파, 이젠. 내가 사진보고 알았어. 아프니까 까맣더라고~
불쌍해서 ㅎ지니가 너무 불쌍해. 엉덩이까지 아프니 얼마나 불쌍해~!
엄마, 작은딸은 안불쌍해? 정작 아픈 건 ㅁ수닌데 ㅎ지니만 불쌍한거? 니가 어디가 아파~ 넌 안아프잖아.
날마다 나한테 커피 갖구 와서 재밌는 얘기도 하고 커피도 주고 하하 웃기기도 하는데 니가 어디가 아파~
그래, 엄마 나도 안아프고 ㅎ지니도 안아프니 걱정마소~ ㅎㅎ
엄마~ 자꾸 헷갈리니 말나온 김에 엄마 자식들 이름 좀 생각하고 말해보자.
큰딸은? ㅈ자, ㅅ울 방배동 살아~ 아유 잘했어. 글믄 큰아들은? 큰아들은 ㅇ지니, 안양살지?
ㅇ지니가 안양사니? 난 긋도 몰랐네. 내가 바보조청이 돼서 다 잊어버렸거등~
작은아들은? 누구더라~ 이름아 생각좀 나라~ ㅎ~ 아~ ㅎ지니, 맞아 엄마 작은아들 ㅎ지닌 원주살아~
ㅎ지니가 내아들이구나~ 작은딸은? 작은딸은 무지 바빠~ 여기도 잘 못오잖아~
그래? 그럼 지금 엄마 커피주고 엄마랑 수다떨고 있는 사람은 누구야? 그사람은 ㅁ수니지.
미수니가 작은딸 아냐? 아~ ㅁ수니가 작은딸인가? ㅎㅎ 내가 바보조총이 돼서 자꾸 까먹는다니.....
니가 ㅁ수니, 작은딸이구나~ 막내딸은? 막내딸은 ㅁ수니지~ 아니 엄마 막내딸은 ㅁ수기~ 그래, ㅁ수기~
근데 나 커피 더 주면 안돼? 커피 더드려요? 그러지 모.
커피를 더 주겠다는 말에 세상 기분좋게 웃는 엄마~! 그래요, 엄마~ 드시고 싶은거 많이 드세요.
근데 내가 커피 너무 많이 먹어서 너 돈이 없지? 내가 너 돈을 너무 많이 쓰게 해서 맨날 미안해.
근데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더 먹고 싶어. 엄마~ 걱정말고 커피 더 드셔. 엄마 딸, 엄마 커피 사드릴만큼은 돈이 있으니......
커피 좋아, 커피 좋아~ 너무 맛있어.
커피 한잔을 더 마신 엄마는 기분좋게 과거로 여행을 다시 떠나고,
엄마 나이가 95이므로 더 세면 안되니 오늘은 숫자세기 딱 95까지만 하시겠단다.
나름 규칙도 세우셨네. ㅎㅎ
숫자도 세고 당신 이름이 유춘자라고 통성명도 하시고, 간절한 주모경 기도도 바치시고......
오늘, 엄마의 면회시간이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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