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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7월 19일

babforme 2023. 7. 19. 22:39

어제 : 앞이 안보일만큼 무섭게 쏟아지던 비-엄마에게 가려던 생각을 접는다.

엄청난 자연재해 앞에 망연자실한 사람들이 자연 앞에서 겸손해 질 날이 곧 올까?

오늘 : 언제 비가 쏟아졌었나 싶을만큼 쾌청한 날씨, 하늘은 파랗다 못해 유리처럼 투명하다.

하루 늦춰 엄마에게 달려가는 길,

엄마는 저 파란 하늘처럼 오늘, 쾌청하게 딸을 맞아줄까?

 

요양원은 파란 하늘과 푸른 나무로 아주 싱그럽다.
에고 무서라~ ㅎㅎ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저 파란 하늘처럼 아주 쾌청하다.

요양사 선생님이 휠체어를 밀고 나오며 '오늘 누가 왔을까요?' 묻는 말에

'ㅁ수니가 왔겠지.' 엄마는 당연한? 대답을 하신다.

오~ 오늘은 시작부터 쾌청인데......! 

엄마~ 잘지냈어요? 밥은 잘드셔? 밤에 혼자 얘기 안하고 잠은 잘주무셨어? 그럼, 잘먹고 잘자고 잘싸고 하지.

아~ 글쿠나~ 잘하셨어. 잘드시고, 잘내보내고, 잘자야 딸이 주는 커피를 먹을 수 있지.

근데 딸이 온건 어떻게 알았어? 누가 왔다고? 딸이 왔지, 작은딸이 커피갖고 왔지.

엄마~ 대단한데~ 딸과 커피를 쎄뚜로 묶어서 생각도 하고  ㅎㅎ

엄마~ 커피 얘기 나왔으니 지금 커피 드릴까? 커피 준다고? 커피 주면 좋지. 커피가 넘 맛있어. 

커피 좋아좋아~♪  커피, 커피, 너무 너무 좋아요~♬

신이 난 엄마는 커피를 타는 그 짧은 시간동안 커피노래를 지어 부르고~

 

톡 건드리기만 해도 찢어질 것 같은 마른 손으로
커피잔을 받아든 엄마~,
뜨거우니 후후 불며 천천히 드세요~!
면회실 밖 풍경-푸른산과 하얀 뭉게구름 그리고 파란 하늘~

'다 마셨어. 커피 맛있게 잘먹었습니다. 아~ 한방울도 안남기고 잘드셨군요~

그르게~ 좀 남겨놓음 딸이 한모금 마실수도 있는데 눈치없이 다마셔버렸고만~ ㅎㅎ

맛있게 잘드셨으니 아주 잘했어요. 남기지 말고 다먹어야 훌륭한 어른이가 됨다요. ㅎㅎ 긍가~ ㅎㅎ'

엄마 어제까지 비가 너무 많이 오더니 오늘은 아주 맑았어.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나라가 아주 난리야.

사람이 물에 빠져서 목숨을 잃었고 길도 집도 산도 막 무너지고 농사도 많이 망쳤어.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슬픈데 지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너무 예뻐~ 

'그래? 비가 많이 왔다구? 모두가 고상이겠네.  글치 모.'

근데 이쪽은 어디에도 물난리가 안났더라구. 너무 말끔해서 안흥이 복받은 동네네 했어.

창밖의 저 예쁜 풍경 딸이 얘기해 줄테니 잘듣고 엄마가 머릿속으로 잘 상상해봐.

"멀리 초록색 산이 있어. 나무가 빽빽한 산 위로 하얀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고

그너머로 펼쳐진 파란색 하늘은 끝이 없어."

딸이 하는 얘기 잘들었으니 이제 엄마가 딸에게 얘기해줘요.

'.......산이 있고, 모드라~ 응~  뭉게뭉게 하늘이 있어...... 

와~ 다 생각해냈네. 초록색 산이 있고, 뭉게구름도 있고, 파란 하늘도 있네. 참 잘했어요.'

딸은 다시 얘기하고 엄마는 딸 얘기를 들으며 반은 따라하고 반은 지어내고,

다시 얘기하고 따라하기를 세번 반복하고야 엄마는 비슷하게 얘기를 완성해 내셨다.

'.....파란 산이 있어요.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있구요, 하늘이 파래요.....

아주 잘했어요. 자꾸 까먹어서 잘 생각이 안나서......

아냐, 엄마 뭉게구름이 산위에 뭉게뭉게 떠있는 걸 잘 생각해냈어요. 엄마 으뜸!

근데 맛도 없는데 자꾸 까먹는거? 바보천치가 돼서 그렇지. 먹고 싸고 자기만 하니까 바보 천치가 됐거등~

아냐, 바보천치가 된게 아니라  엄마 머리 속에 엄마 생각이랑 기억을 갉아먹는 벌레들이 있어서 그래.

그 벌레가 열마리쯤 있는데 오늘 엄마 기억을 갉아먹는 벌레를 두 마리 잡았어.

그래서 엄마가 들은 얘기를 잘 말한거야. 이왕 기억벌레를 잡았으니 다른 것도 기억해 볼까?'

기분이 좋아진 엄마는 숫자도 100까지 세고 자식들 이름도 사는 곳도 잘 기억해내셨네.

발음을 어려워하던 큰사위 이름도, 작은며느리 이름도 '모더라 생각 좀 나라' 엄마가 간절할 때,

'최, 위' 한자씩만 운을 띄워주면 바로 기억을 해내셨지. 

그렇게 ㅈ자와 ㅊㅈ행이, ㅇ지니와 ㅇㅇ시리, ㅎ지니와 ㅇㅎ수기, ㅁ수니와 ㅇ규, ㅁ수기가 소환되고

ㅈ호. ㅁ노. ㅇ경이, ㅁ니, ㅎ늬. ㅎ리, ㅈ하니. ㅎ하니, ㅁ처리. ㅁ누기, ㅎ벼리까지

손주들을 모두 기억해 낸 엄마는 엄청 뿌듯해하셨어.

엄마~ 오늘 아주 잘 기억해서 기억잘상 줄건데 상품은 뭐가 좋을까~? 기대하셔. 

기억을 잘해낸 으로 딸에게 커피 한잔을 더 받아든 엄마는 오늘 세상 가장 행복한 사람였다는~

 

너무도 투명해 핏줄이 그대로 드러난 엄마의 기도손
다음주를 기약하는 인증샷~!

기분이 좋은 엄마는 마무리 기도도 잘하시고

담주에 오겠다는 딸의 인사에 조심해 가라는 대답까지 온전히 하셨네.

엄마가 아버지를 만나러 가시는 날까지 엄마의 기억여행이 오늘 같았음 참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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