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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7월 12일

babforme 2023. 7. 14. 14:32

점심을 먹고 후다닥 엄마에게 달려간다.

혹시 몰라 믹스커피 두개를 챙기고 달려가는 길, 오늘은 도로도 별일없이 뻥 뚫려있다.

깊숙히 잠들어 있는 엄마의 기억도 오늘 고속도로처럼 시원하게 쭉 달려나오려나~?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ㅁ수기와 ㅁ수니를 헷갈려하며 한참만에야 딸이 왔다고 반기셨다.

커피소리에 얼굴이 환해지는 엄마, 엄마는 딸보다 커피를 더 반기는 건지도......ㅎㅎ

 

오홍홍~ 커피 맛있어.

커피를 달게 드신 엄마에게 한잔 더 드릴까 물으니,

'아니, 한잔만 마셔야지. 아껴야 돼. 뒀다가 내일 먹으면 되지. 니가 내일 또 줄거잖아~

엄마 내일은 내가 여기 없는데...... 왜? 너 어디가? 울집에 가지. 가서 엄마 사위랑 손주랑 밥도 해주고......

아~ 그렇구나. 니가 여기 안사는구나. 근데 어디갈라구? 집에 간다구~ ㅎㅎ

그럼 엄마 오늘은 커피 더 안준다. 한잔만 마실거지? 응, 한잔만 마시는거야. 하루에 한잔......'

한잔만 마셔야 한다던 엄마는 못내 아쉬운지 짐짓 딴청을 부리는 딸을 톡톡 건드린다.

왜? 엄마~ 그냥 커피 줘. 낼 안먹고 오늘 먹을래. 그러실겨? 알았어요. 먹고 싶은거 참지 말고 먹어야지.

어제가 초복이었는데 엄마 삼계탕 드셨어? 몰라~ 먹었겠지. 엄마 손주 ㅁ누기가 할머니 삼계탕 해드라던데?

아냐, 안먹어. 너 돈 너무 많이 써서 안돼. 나는 삼계탕 안먹어. 커피만 먹을거야.

 

커피를 두잔 마시고 기분 좋은 엄마는 연신 하하하 웃는다.

'엄마~ 지금 앉은자리에서 창밖을 보면 참 이뻐요. 

마당엔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잘 자라고 있고 그 사이로 초록색 산이 보여요.

초록색 산 위로 파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

산 아래는 인삼밭도 있고..... 엄마가 저 풍경을 볼 수 있으면 심심하지 않고 좋을텐데......

아~ 그렇구나. 근데 나 안심심해. 니가 맨날 나 재밌게 해줄라고 얘기를 많이 하잖아.

막내는 까르르 잘웃고 너는 얘기를 잘해주고...... 그래서 안심심해. 

그래요? 그래서 안심심해? 다행이네.

아들들이 와도 좋고 딸들이 와도 좋고, 나는 행복해. 자식들이 나를 많이 위해 주잖아.

근데 아들들은 딸만큼 얘기를 많이 안해. 너는 얘기를 잘하고.....'

 잊혀지는 엄마의 시간속에서 보이지는 않아도 오가는 자식들을 온몸으로 느끼는 걸까? 

 

'엄마~ 지난번 큰오빠 왔을 때 울산 작은집 세아들들 얘기 했다며? 갑자기 조카들 생각이 난거야? 

몰라~ 내가 그랬나? 왜 몰라? 가만히 잘 생각해봐요. 아냐~ 생각이 안나. 왜 생각이 안날까? 

바보조청이 돼서 다 까먹잖아. 바보조청이 무슨 말이야? 그런말이 있었나? ㅎㅎ 엄마 내가 좀 찾아볼게. 바보조청......

엄마 그런말은 안나오는데 엄마가 바보조청이 몬지 말해줘봐요.

바보조청이 천치라는 얘기야. 내가 천치가 돼서 암것도 생각이 안나잖아~ ㅎㅎㅎ

아~ 그러면 우리끼리 쓰는 말로 정할까? 엄마랑 나랑 둘만 알아듣는 말, 바보조청~ ㅎㅎ 재밌는 말이야.

우리가 바보짓했을 때 우리만 아는 이말을 쓰기로 하자구, 약속~ ㅎㅎ' 

오늘, 커피 두잔을 마셔서 더 행복한 엄마랑 딸은 둘만의 은어를 만들?었다.

다음주면 까맣게 잃어버릴지라도 오늘 우린 가능한한 미치도록 많이 행복하기로 했다.

 

기도하는 엄마
딸과 인증샷

엄마의 행복한 시간이 흐르고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엄마, 오래 앉아 있어 힘들어요. 이제 방에 들어가셔서 쉬셨다가 저녁 맛있게 드셔야 돼.

밤에 혼자 얘기하지 말고 잘주무시고..... '나 암말도 안하고 잘자. 그래요, 밤엔 자는거야, 엄마'

생각잘나게 해주세요하면서 우리 기도해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아멘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영원히 아멘~!'

엄마 밤에 누구랑 중얼중얼 얘기하지 말고 잘주무셔야 돼요. 담주에 커피갖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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