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7월 6일 본문

엄마 이야기

엄마면회-7월 6일

babforme 2023. 7. 14. 13:46

막내가 다녀간 지난주 나는 엄마 면회를 걸렀다.

2주차에 엄마에게 가는 길, 엄마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뻥 뚫려있던 길은 여주근방에서 차가 많아지더니 급기야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이거 뭐야? 또 공사하는거?

도로면 보수 때문에 1시간이나 늦어졌던 지지난주 상황이 또 벌어지는건가 싶더니

다행히 20여분 정도로 정리가 되었다.

 

엄마에게 가는 길-여주를 지나며 차가 꽉 막혀있다.
커피를 준비하는 사이 엄마는 커피마실 준비를 끝내었다.마스크 내리기~ ㅎㅎ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아주 밝은 빨강 점퍼를 입고 마스크를 쓰셨다.

'올개도 왔니?' 누가 왔는 줄 알고 저 소리일까 싶어,

'누가 온 줄 알고 올개가 왔느냐 물어요? 아니 오빠가 왔다고 해서 올개도 같이 왔나하고......

ㅎㅎ 오빠가 오면 올개는 당연히 같이 왔겠지. 근데 오빠가 온게 아닌데, 누가왔을까?

몰라유~ 누가 왔는지...... 누군지 몰라요? 목소릴 잘들어봐요.ㅇㅎㅎ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요. 

누군지 몰라요? 모르면 걍 커피나 먼저 드시고 생각해 봐요. 커피? 커피 줘~ 커피 준다니 ㅁ수니가 왔구먼~ ㅎㅎ

ㅁ수니가 누군데? 딸~ ㅎㅎ 이거 딸도 모르다가 커피 준다니까 알아보네. 커피만도 못한 딸이구만~

니가 커피를 젤 잘주니까......ㅎㅎ' 엄마는 민망한 웃음을 ㅎㅎ 흘린다.

커피를 준비하는 사이 엄마는 마스크를 내리고 커피마실 준비를 끝내었다.

'ㅎㅎ 모야~ 엄마, 커피타는 사이에 마스크 내리고 기다리는 거야? 응, 커피 빨리 먹으려고 마스크를 내렸지.

잘했어요. 뜨거우니까 천천히 마셔요. 뜨거우면 후후 불면서 먹음 돼. 빨리줘~'

 

커피와 기증

어린애같은 엄마는 후후 불며 뜨거운 커피를 맛있게 드시고

늙은 딸은 그런 엄마를 지켜보고......

기증은 딱 한조각 드시고는 고개를 젓는다. '떡은 주지마, 커피만 먹을거야~ 커피 한잔 더드릴까?

아냐. 하루 한잔만 먹어야지, 너 돈 너무 많이 써서 안돼. 드시고 싶음 더 드릴게~ 아냐, 내일 또 마시지 모.'

커피를 맛나게 마신 엄마는 기분이 좋으신지 이런 저런 뜬금포 얘기들을 풀어놓으신다.

 

'교장선생님이 왔다가셨어. 교장선생님? 어디에? 여기, 학교로~

아~ 엄마 지금 학교에 계신거야? 아니~ 교장선생님이 삼척인가에 있대잖아. 

삼척? 아~ 엄마, 막내 이모부 생각한거야? 막내이모부는 강릉에 계셨었지.

엄마 막내동생 영자 생각했어요? 영자이모~? 막내가 왔어? 교장선생님이 벼리 엄마지?

아니~ 엄마 막내딸 ㅁ수기, 벼리엄마는 성심원직원이지. 교장선생님이 아니라~ 

그렁가? 해주니...... 해주니가 몬데 엄마? 나 해주니가 몬지 몰겠는데......

아니~ 윗담 이서방네 해준씨랑 우리가 됐다고~! 아~ 엄마 해준씨가 도의원 말하는거?

응, 해준씨가 교장선생님이랑 여기 왔잖아~  벼리 엄마가 교장선생님이지?

ㅎㅎ 엄마~ 엄마 막내딸은 선생이 아니고 그냥 직장에 다녀. 벼리엄마는 ㅅㅊ에 있는 직장에 다닌다고~

아~ 엄마말이 몰 말하는지 이제 알겠다. 엄마, 지금 윗담 이서방, 긍까 벼리 장모 얘기하는거지?

벼리장모가 교장선생님인데 삼척이 아니라 영월에서 근무하고 있고 해준씨, 윗담 이서방네랑 연결이 돼 있어요.

도의원 누이분이 벼리장모 셤마니까 우리랑 사돈이 됐네. 와~ 울엄마 대단한 걸 생각했네. 잘했어요.

그러니까 버덩말에 윗담 이서방네랑 아랫담 이서방네가 사는데 윗담은 전주 이씨고

아랫담은 경주 이씨거등~ 근데 터가 넓지 않으니까 나중에 막 섞여서 살았어.

아~ 거길 그렇게 불렀었네. 오늘 엄마 덕에 새론거 많이 알게 됐는데...... ㅎㅎ

맞아, 엄마~ 김씨도 살았잖아. 우리 동창 ㅈ수니, ㅁ수기는 김씨였거등. 윗담과 아랫담 그 사이에 집이 있었지.

ㅈ수닌 ㅅ무기한테 시집갔잖아. ㅈㅇ씨네, ㅅ태기, ㅅ버미.......

ㅅㄷ는 욕쟁이 할머니가 아니라 엿장수할머니가 낳았어. ㅅㄷ는 아랫담에 사니 그럼 경주 이씨겠네? 응~

경주 이씨, 글믄 ㅅ서비, ㅅ미니도 경주 이씨고? 아니야 거긴 전주 이씨야. 엄마 ㅅㄷ는 경주이씨라믄서?

엿장수 할머니가 낳아서 욕쟁이 할머니가 길렀어. 고 뒤로 돌아가면 ㄱ수니랑 ㅅㄷ네가 살았지. ㅅㄷ가 ㄱ수니 언니여~' 

엄마는 가늘게 눈을 뜨고 이리저리 시간여행을 하고,

나는 기억도 못하는 여러 사람들의 이름들을 들으며 엄마의 시간 여행을 따라잡느라 정신이 없다.

엄마의 시간여행 속 뜬금없는 한마디를 이해하기 위해 이것저것 정리하며 묻는 내게

엄마는 ㅎㅎ 웃더니 '몰 그렇게 꼬치꼬치 물어봐~? 중신할라고 그래? ㅎㅎ 엄마~ 누굴 중신할까?

나야 모르지~ 엄마 중신해줘? 그러든지~ 그럼 나중에 하늘나라가서 아버지 보기 좀 글치 않을까?

아버지? 누구? 엄마 신랑, ㅇ수씨~ 아! 내신랑~ 근데 내신랑 어디갔어?

엄마, 아버지 돌아가셨잖아~ 벌써 26년이나 됐는데...... 아~ 그렇구나! ㅎㅎ 엄마 중신은 서지 말자. 그러자~'

끝없이 이어지던 버덩말 이씨들 얘기는 중신으로 갔다가 아버지 얘기로 끝이 났다.

 

기도하는 엄마
커피를 줘서 좋은 딸과 인증샷!

한시간을 훌쩍 넘긴 면회시간, 주모경으로 마무리 기도를 하고

밤에 누구랑 얘기하지 말고 편하게 잘주무시라고,

담주에 다시 오겠다고 인사를 한다.

'엄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면회-7월 12일  (0) 2023.07.14
엄마면회-큰오빠네 7월 8일  (0) 2023.07.14
엄마면회-막내, 7월 1일  (0) 2023.07.04
엄마 면회-큰오빠네, 6월 24일  (0) 2023.06.26
엄마 면회-6월 23일  (2) 2023.06.23
Comments